인에이블러는 자기희생이 강한 유형으로 늘 배려하고 남을 위하는 행동들을 진심으로 하지만.. 결국 상대방을 망치게 되는 비극적인 사람이다.
심리학자였던 한 엄마의 고백...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 혹은 주변에 있었던 인에이블러를 찾아보게 되었다.
자녀가 어질러놓은 방을 엄마가 혼자 다 치워주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위해 내 것을 쉽게 당연히 포기하는 것(나의 돈, 시간, 나의 꿈까지도)
상대를 기쁘게 해주는 자기희생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유형 = 위험한 인에이블러
책에서는 남편이 심약한 특성이 있으므로 그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전혀 변화의 태도가 보이지 않아도
주인공인 아내는 항상 남편의 뜻을 따라준다.
이상하게도 남편은 서서히 망가져간다.
남편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아내는 그것을 들어주고 자신도 지치고 우울해진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희생이 가져온 비극은 무엇 때문일까?
더군다나 작가의 자녀도 무기력해진다. 아이나 남편의 어려움이나 아픔, 상처를 위로하고 도와주려는 작가는... 그들을 도와주고 (그들을 위해) 지나치게 희생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그들을 사랑해서 하는 작가의 방식이 오히려 상대를 무책임하고 선택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나비가 되려면 자신이 스스로 깨고 나와야 그 힘이 생긴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해줌으로써 자신은 더 나약해지고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들을 회피하게 만든다.
인에이블러들은 착하다는 소리, 배려심이 많고 희생적이라는 천사표라는 소리를 듣는 유형이다.
이들의 동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무지해서 상대방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부모로서 때론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이가 지저분한 방을 치우지 않아서 물건을 찾지 못할 때... 아이방을 다 치워줄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허락해줘야 한다.
학교나 학원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너무 장거리, 아이가 아픈 경우, 시험기간) 스스로 오고 가도록 해주는 게 더 아이를 위한 길일 수 있다. 생선 가시도 스스로 발라먹게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도 알고 남겨놓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엄마가 되면 안 되는 것이다.)
아이도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배려할 줄 알아야 진짜 건강한 배려심을 가질 수 있다.
한동안 아이 친구들을 많이 초대했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내가 힘들어도 아이들을 위해 시간과 간식비도 담당했었다. 어느 순간 그 시간이 잦아지면서 힘들고 지치기도 했다. 그때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을 했다.
"아줌마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괜찮지만 아줌마도 좀 힘드네."
아이들은 그럴 것 같다면서 이해하고 나를 더 배려해주는 모습들이 보였다.
인에이블러가 되지 않기 위해선... 사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괜찮은 척하지 않고... 나의 희생을 통해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는 것.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나 다워지는 것.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나의 존재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연민이 느끼지는 대상에게 잘 대해주는 것과 기쁨으로 하는 희생은 필요하다.
다만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서 습관적으로 하는 희생은 주의가 필요하다.
어쩌면 나의 의도와는 정 반대로 상대방을 심각하게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희생할수록 상대방은 무책임, 무시하는 태도, 당연시 여기는 반응, 경계(바운더리)를 침범함으로써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갈 수 있기에..
특히 자녀들에게도 인에이블러 부모가 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가 지치고 힘들 땐 아이에게 말을 하는 게 좋고 아이도 엄마를 이해해줄 마음의 크기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