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라는 책을 읽다가 (충격적인 사건뿐 아니라) 그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화가 났다. 고등학생 딜런과 그의 친구가 벌인 충격적인 살인.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고 이 책은 딜런의 엄마가 썼다.
그녀는 다정한 엄마였고 아내였으며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헌신적인 선생님이었다. 공감능력이 많았고 딜런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던 평범한 엄마였다. 그녀가 자주 받은 질문들이 있다.
딜런 어린 시절에 특이점이 없었는지, 잔혹성이나 방치된 적이 없었는지,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컸던 건 아니었을지... 정신병이 있었는지... 왜 아이가 그 지경이 되도록 가만히 있었는지 등 원인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질문, 아니 비판과 질책, 가시 돋친 추궁과 비난으로 그녀는 극심한 우울, 자살충동, 유방암에 걸리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지만 (딜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로 인해 무고하게 죽은 희생자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한다. 그 희생자 가정에게 사과하고 위로하는 과정 속에서 매번 자신의 아이가 저지른 충격적인 사건과 희생자들의 고통에... 죽을 만큼 아파했다. 딜런이 우울증세가 있었던 것을 추후에 알게 되었지만 딜런은 그것을 철저히 숨겨왔었다.
얼마 전 유키즈에 나온 푸른나무재단 전 이사장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27년 전 고1이던 아들을 학교폭력으로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하며 폐인처럼 살았던 아버지. 그는 더 이상 고통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조차 인정해주지 않던 시절. 법을 만들고 끝까지 싸워 결국 많은 피해자들을 살려냈다.
그 영상 댓글에 충격적인 댓글이 있었다. "아이가 그렇게 되는 동안 몰랐을 수가 있냐..? 부모가 제대로 양육하고 사랑했다면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악플이었다.
'도대체 부모는 무얼 했냐?'는 말이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게 이런 댓글을 달 수 있는지.. (학교폭력 피해자 아이들은 부모에게 말하면 부모가 많이 힘들어할까 봐 감추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밤늦게 다닌 것을 탓하고 야한 옷을 입지 말았어야 했다고 왜 조심하지 않았냐는 말을 무심코 하는 사람들을 본다.
불행한 사건 앞에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음에도) 무심코 이유를 찾으려 한다. 잔혹한 질문.
암에 걸린 사람에게 하는 가족의 질책.
"이런 거 먹으면 안 되는 거 몰랐어? 그러니까 몸을 잘 챙겼어야지. 스트레스받아가면서 혹사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들은 질문 자체가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모른 채 무심코 던진다.
사실 대부분의 불행은 완벽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는 일도 거의 없다. 복잡한 과정들이 얽히고 많은 경우는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 대부분이다.
왜 사람들은 불행한 일 앞에 원인을 찾으려고 할까?
조심하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서 일까? 그렇게 믿으면 덜 불안하고 안심이 될까?
나에게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건 아닐까 싶다.
주변을 둘러보면.. 불행은 약자들에게 더 잘 찾아오는 것 같아 보인다. 억울한 경우도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