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릴 때 엄마들 끼리 하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한 엄마가 다둥이를 기르는데 백화점 아가방에 잠깐 아이를 두고 집에 가려는데 허전하더라는... 방송이 나와서 알았다는... 설마 그랬을라고 할만한 이야기가 있다.
내가 아는 (평소에 자기 관리 잘 하고 고상한) 한 엄마는... 살림까지 완벽하고.. 멋진 코디에 네일샵도 다니시는 분이셨다. 그녀는 약속에 늦어서 급히 나왔고... 그날 갑자기 비가 왔고 자기도 모르게 파워레인져 우산을 들고 나왔더라는...
손도 빠르고 다재다능 완벽한 엄마로 통했던 언니가 있었다. 늦둥이 막내를 낳고는 자신의 완벽함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아이들 옷 코디까지 완벽했던 그녀였으나... 우리집에 놀러온 그 집 큰 아이의 손톱을 보고 놀랐다. 우리 아이들에게서나 발견되던 때낀 손톱, 구멍난 양말... (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아이가 많으면 엄마에게 구멍이 생긴다는 거.. 나는 그녀의 인간미가 어딘지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도 사람이었다.
어리버리한 성격의 삼남매를 기르는 나에겐.. 사실 웃픈 무수한 실수담이 많다.
생각나는 몇 가지만 꺼내자면... 막내 아기띠를 하고 간만에 결혼식에 갔다. 두 아들들도 미취학이었으니 우리 부부는 애들 먹이고 챙기느라 혼쭐이 났다. 집에 왔고 배가 고파왔다. 그 많던 뷔페음식은 배에 머무를 시간여유가 없었는지... 우린 라면을 끓여 밥까지 말아 먹었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지갑에서 꺼낸 카드... 주인이 카드는 안 받고 웃는다.
카드를 다시 확인하니 '포켓몬 카드' 였다. 지금도 유명한 포켓몬 카드는 귀한 몸이긴 하다.
가장 정신이 없었던 겨울... 가족 모임을 가는데 애들 챙기고 내 옷을 입고 급히 나갔다. 뭔가 허전했지만 몰랐다. 화장실에 가서 알게 된 사실... 스타킹만 신고 바지를 안 입고 롱코트를 걸쳤더라는... 그날 실내... 더운 히터 속에서도 나는 절대로 코드를 벗을 수 없었다.
이제 세 아이는 컸고 더이상 엄마 손이 안 가는 시기가 왔다. 이제 그들은... 엄마의 어리버리를 함께 웃고 엄마인 나를 챙기고 가끔 묻어봐주는 동역자가 되었다.
엄마로 살아본 사람은 안다. 엄마가 되면 나의 멋짐, 고상함, 괜찮음을 내려놓는 시간과 종종 마주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