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뜬 구름 잡으시며 사시는 신선 같은 초 긍정성을 지니셨고 그 피를 이어 저도 긍정적이란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기고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현실감각이 없는 긍정적 사고는 위험하고요.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점을 빨리 캐취해서 알려주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이 너는 입만 열면 칭찬을 하냐는 구박도 종종 듣곤 해요. 그 깊은 내면엔 나도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은 동기가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다만 사춘기 아이들을 키울 때 긍정성과 칭찬은 유리한 점이 좀 있습니다.
오늘 일입니다.
학원 선생님께서 아이가 숙제양이 적은 편이라서 방학엔 좀 더 늘리고 싶다고 하십니다. 알고보니 아이가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시면 자신이 숙제 가능한 시간을 계산하고... 선생님께 부탁을 해서 숙제를 줄여서 갔다고 합니다. 이번 방학에도 아이가 할 일들이 많은지 물으시더라고요.
처음엔 숙제양을 줄이려는 꼼수가 눈에 들어왔지만 (아이가 소설쓰고 음악 만들고 취미생활을 좋아하거든요.)곰곰히 생각하니 아이는 협상능력이 뛰어나더군요. 저녁에 밥 먹다가 그 이야기가 나왔고 아이를 나무라려던 남편의 눈빛을 캐취한 저는 선수를 쳤습니다.
"아이는 협상가가 되려나봐. 시키는 대로 그냥 받아오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양을 조율해서 받아오는 아들이 멋진 것 같애. 그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
라고 말을 하니까 남편도... 한번 웃더니 'negotiator(협상가)' 이라고 놀림반 칭찬반 말을 하더군요.
구박하고 놀리기 좋아하는 남편이 조금 있다가 다시 공격해들어왔습니다. 한방 먹일 거리를 찾았던 거죠.
아이가 학종(대입 수시)을 준비중이라 세부특기사항이 중요하거든요. 줄여서 세특이라고 하는데요. 남편이 아이에게 조언을 해줍니다. 창의적으로 자기 주도적인 공부 내용으로 세특을 준비하고 발표를 잘 해야한다고 하면서.. 남편이 대뜸... 한 마디 던집니다.
"너는 변화를 싫어하고 익숙한 것만 하는 성격이잖아. 창의성 있게 세특을 준비하며 발표하고 있는 거 맞아? 니 보고서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니?"
그때 막내 딸도 한 마디 거듭니다.
"맞아. 오빤 게임도 만날 하던 것만 하고 다른 시도를 잘 안 해. 새로운 것이나 낯선 것에 도전을 안 하는 성격이야."
이젠 제가 나설 차례죠. 긍정으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반전의 한 방 장착!
"**이는 처음 시작하는 데 신중해서 시간이 좀 걸릴 뿐. 한번 시작하면 지속력, 꾸준함이 최강이야. 악기면 악기, 책읽기면 책읽기, 공부면 공부, 취미도 배움도 쉽게 그만 두질 않아. 그래서 결실을 잘 맺는 거 같애."
부녀가 잠시 소강상태입니다. 그때 틈을 주지 않고 제가 다시 치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변화를 시도하려고 이번 년도에 오빠도 많이 노력 했어. 그걸 내가 알아."
남편 다시 삐집고 들어옵니다. (침입자)
"무슨 시도를 해? 만날 하던 것만 하려고 하고.. 그거 좀 바꿔야 해."
이번엔 제가 조금 길게 말을 꺼내봅니다.
"주제 발표도 매번 새롭게 준비하고 혼자 스스로 알아서 잘 하잖아.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거 얼마나 쉽지 않은데.. 우리 아들은 무대 체질인지.. 막상 나가면 얼마나 말을 잘 하는지... 얜 뭘 해도 믿음직해. 도전과 지속력 둘 다 가진 사람은 별로 없어. 근데 얘는 이미 지속의 힘이 있으니까 다른 건 보완하면 되는 거고..."
어느새... 이젠 부녀가 밥을 다 먹고 각자 조용히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칭찬시 주의점도 있어요.
1. '칭찬할 때 꼭 근거있는 칭찬을 해야한다.' 입니다. 제가 말을 하면서도 그게 사실이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