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걱정만 하고 노는 것도 아니고 방 안에서 음악 듣거나 누워만 있는 아들. 주말은 그러라고 있는
거지만 시험을 앞둔 시점이니...
알아서 하겠지.
토요일 저녁에 쉬고 놀고..
일요일 아침 9시 반까지 자고 교회 다녀와서 점심 먹고..
밤 10시가 되었다.
남편도 나도... 공부하라 소리는 안 해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평일엔 학원이랑 학원 숙제로 바쁘니
내신 준비는 주말에나 시간 여유가 있을 텐데...
그냥 두는 게 맞을까? 스스로 알아서 하게 둬야겠지?
저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밤 10 시반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지금은 적어도 과학 인강을 보고 있을 줄 알았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있어서... 좀 놀랐다.
나: (아까 6시간 중에 했나 보다 싶어서)
오늘 인강은 들었지?
아들: 아. 지금 들으려고요.
나: 아직 안 들었어?
아들: 네.
나: 교회 다녀와서 쉬고 게임 1시간 하고 나서.. 5시간, 6시간 동안 시간 많았잖아. 그땐 숙제 한 건가?
아들: 아뇨. 시험 계획 짜려고 했어요.
<그때 드는 내 머릿속 생각 그리고 결심>
아~ 오늘은 시험 이야기를 작정하고 나라도 해야겠다!
남편도 안 하고 아이는 걱정만 하다 미루는 스타일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나: 아들아. 달력을 보면 기말고사까지 주말에 토요일, 일요일 합쳐서 6번 남았어. 평일엔 따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지 않고... 그렇지?
아들: 내일부터 하려고 했어요. 오늘은 계획을 짜려고요.
나: 그럼 계획을 짠 거구나.
아들: 이제 짜려고요.
나: 엉? 12시에 자야 되잖아. 지금 10시 반인데? 인강도 들을 거라며?
아들: 다 할 수 있어요. 그냥 두 마디 정도로 응원해주시고 파이팅 해주는 게 제일 도움이 돼요. 엄마. 제 머리 안에 다 계획이 있어요.
나: 엄마는... 네가 걱정만 하고 회피하는 것 같이 보여서... 좀 걱정이 돼. 노는 것도 아니고 시험 때문에 어디 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외식도 못할 정도로 시험 부담감이 크다고 하는데.. 막상 그냥 있으니... 혹시 가만히 있는 이유가 회피 말고 다른 게 있을까? 알려줄 수 있어?
아들이 적잖게 당황했다. 평소와 다른 엄마의 진지함과 추궁에.. 안절부절못한 아이 모습.
(마음 약해지지 말자. 아이에게 중요한 시기고..
부모로서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줘야지.
목적은 혼내기가 아니라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본인 목표를 향해 실천하도록 하기 위한 자극!!!)
아들:.... 엄마 말씀이 맞는 데 저는 부정적 단어를 쓰거나 들으면 힘들어져요. 회피라는 단어가 걸려요. 그냥 그 단어보다는 내신 준비 잘 돼가니? 조금만 힘을 내자! 그런 격려가 더 힘이 되고 공부하게 되고요.
나: 지금 너에겐 자극도 필요해 보여. 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솔직히 너의 인생이니 잘하건 아니건 네가 받아들일 부분이야. 네가 노력하기 힘들면 목표를 축소시키면 되는 거고. 혹시 그러고 싶은 거니?
아들: 그건 아니에요. 제가 마음은 있고 막상 하면 집중도 되고 순식간에 시간이 가거든요. 근데 시작하기까지 오래 걸려요. 실행력이 약한 거 같아요. 솔직히.
이쯤부터는 용기와 격려로 포지션을 서서히 바꾼다.
나: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는 솔직히 네가 집중력도 있고 노력을 안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 다만 좀 안타까워. 최선을 다했다 했던 기억이 없다는 것이... 너는 시험 끝나면 생각보다 잘 나왔다고 하거나 노력에 비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잖아.
지난 번 만큼만 해야지 생각하고 결과가 안 나왔다면 그 이유는... 이 정도만 해도 저번에 나왔으니 이번에도 그 정도는 나오겠지. 안일한 생각이지 않을까?
아이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다.
나: 지난번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 친구들 보고 놀랐다고 했지? 그 친구들은 (성적) 떨어진 틈을 메우고 더 노력해서 한 단계 올라선 것이고... 그들의 최선과 노력은 인정해줘야 하는 거지.
아들이 "난 최선을 다했어." 라는 말이 나온다면 좋겠어.
아들: 네. 엄마. 생각해보니 그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긴 하는데 (시일이)닥쳐야 했고요. 그 전엔 미뤘어요.
엄마: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는 받아들여야지. 엄마도 아빠도 성적 가지고 뭐라 한 적도 없지만.. 노력했는데 안 나오면 안타깝긴 해도 응원해줄 거야. 너를 믿어. 너의 노력은 인정해줘야 하고..
눈시울이 붉어진 엄마를 보며 아이가 쳐다본다.
눈시울이 붉어진 건.. 아이를 너무 몰아세웠나 싶은
약간의 미안함이 있었다. 또 아이가 엄마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것, 진심을 알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다.
아이가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성향상 아이는
느긋하고 욕심이 없고.. 경쟁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나: 아들이 엄마의 침대 성향을 닮은 거 같아 더 그랬어.
발동이 걸리면 열심히 하는데 게으름이 깔려있으니..
그건.. 나 닮지 마라.
아들: 엄마 아니었으면 (웃음이 터진 아이) 솔직히 12시쯤 인강을 틀었을 것 같아요. 계획은 내일 학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