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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09. 2022

남편이 뿔났다. 이유를 알고 더 놀랐다.

내 행동에 남편이 화가 났던 이유.  

남편이 허리가 아파서 자세도 불안정하고 일어서는 것도 자세를 바꿀 때마다 통증을 느꼈다.

예전에도 몇 번 아파서 병원에 갔지만 디스크는 아니고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었다.


허리가 아픈 남편은 양말을 꺼내는 것도 힘들어 보이고 수건을 찾아 서랍을 열 때도 한참 고생했다.

화장대 의자가 꺼내진 채로 있어서 남편이 오며 가며

불편해 보이길래 급히 가서 넣어주고

이동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남편이 허리 통증으로 인상을 찌푸릴 때가 있었고

그 고통을 알지는 못하지만 나도 무언가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회사에 가는 남편에게

'버스 정류장까지라도 차로 데려다줄까?'

물으면 항상 버스 정류장까지 얼마 안 걸린다며

괜찮다사양을 했다.

가까운 거리라도 저렇게 걸을 때마다

힘들어하면서 왜 거절을 할까?

의아했지만 다른 날 물어도 항상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나한테 미안해서 그런가?' '내가 귀찮을까 봐 그럴까?'

나는 힘든 게 아닌데..  오늘은 (시간 상)회사까지는 못 데려다줘도 좀 덜 걷게 하고 싶었다.



오늘도 물건들을 꺼내는데 한참이 걸리길래

남편이 (자세를 바꾸고) 앉으려고 애쓰는 동안 

내가 얼른 가서 양말을 꺼내 줬다.

남편이 편할 줄 알고.. '응. 여기.'


남편: 내가 할게. 괜찮아.


그리곤 핸드폰을 집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얼른 가서 집어줬다.


남편: 그냥 내가 가면 되는 데 그걸 왜 해줘. 괜찮아.

오래 걸려도 내가 할게.


나: 나는 힘든 것도 아닌데 뭘. 당신이 아프니까

내가 그 정돈해야지. 힘든 것도 아니고.


남편: 내가 부탁하는 것만 해줘. 이건 내가 할 수 있어. 


남편 목소리가 차가워 보였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아.. 많이 아픈가 봐.

허리가 아파서 기분도 안 좋은 걸까?' 생각했다.


나는 계속 남편에 대한 짠함이 가득해지고...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움이 몰려왔다.


또 무언가 찾길래 내가 찾아주려고 움직이는 찰나.


남편: 내가 한 다니까. 왜 불편하게 그래?


남편이 이번엔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니. 진짜 화가 났다.

놀라서 남편을 쳐다봤다.


나: 많이 아파서 기분이 안 좋은가 봐. 혹시 화 났 어?


남편: 응. 하지 말라고 해도 자꾸 하니까 기분이 나빠. (목소리도 커지고 얼굴도 쌩하다.)


차 태워준다는 말은 입밖에도 못하고 남편을 보냈다.


이때도 난 정확히 남편이 화난 이유를 몰랐다.

이제 반전이 시작된다.


저녁이 되고 여전히 아픈 채로 집에 들어온 남편.

서로 인사하고... 저녁을 먹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몇 초씩 걸린다. ㅠㅠㅠ


나: 회사에서 어땠어?


남편: 응. 안 낫네. 계속...


나: 저.. 혹시 아까 말이야. 왜 화났던 거야?


충격적인 대답 듣기 0.5 초 전


남편: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어.


나: (남편의 말에 너무 놀랐다.) 진짜?

진짜로 내가 당신을 무시하는 것 같았어?

당신이 그런 생각한 줄 전혀 몰랐어.


남편: 2~3번 말했는데 자꾸 도와주니까. 난 내가 하고 싶었어. 나를 그런 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나: 내가? 난 당신이 너무 아파 보여서 걱정되었어.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어. 배려하고 싶었는데... 내가 당신을 무시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걱정이 되었지. 아픈데도 회사를 가는 것도... 진짜 몰랐어.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니... 전혀 한 번도 그런 생각은 못해봤어.


남편: 내가 부탁하는 것만 해줘. 내가 의사를 표현했는데 하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나: 난... 당신이 나한테 작은 것부터 다 해달라고 하면

내가 힘들까 봐 미안해서 거절한 줄 알았어.

나한테 미안한 마음인 줄 알았지. 나를 배려한 줄 알았어.


남편: 그것도 아예 없진 않데.. 내가 하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었어. 그 정도쯤은...

나: 그래. 서로 생각하는 게 참 달랐네.

근데 내 진심은 당신을 무시하는 게 절대로 아니었어.


남편은 자존심이 상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마음도 서글퍼졌을

수도 있고 몸까지 갑자기 아프니.. 속상하고 짜증도 났을 테고.. 게다가 아내는 자꾸 챙기려고 하고..

그게 싫었을 수 있겠다.


역시 누군가를 내 식대로 도우려고 하면 안 되나 보다. 상대가 원할 때 해줘야 하는 거였다.

상대는 내가 해주려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고 그 관계가 아무리 친한 부부 사이, 가족 간에도 그런 거였다.


그리고 아내도 마찬가지지만 남편들도 아내의 도움을

받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내가 항상 강하고 자기 통제가 가능하고 건강하면 좋겠지만 때론 약해지는 순간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 텐데.. 그걸 내려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남편은 허리가 조금씩 좋아질 거다. 디스크는 아니니 아마도 내일모레면 다 나을 수도 있다.

이번 주 아이들 시험기간이라 (허리 아프긴 전에는)

밤늦게 픽업 갈 땐 남편이 도와줬는데... 어제그저께 내가 나가려고 하면 아프면서도 '내가 가볼까?' 묻는다. 누워있으면서 속상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지금 아픈 것이..


통증보다 마음이 더 안 좋았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줘야지 결심한다.
내가 주고 싶은 도움을 절제하는 것도
남편에 대한 존중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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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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