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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10. 2022

야~~ 엄마! 검정고무신 세대 아니거든?

아이들이 의외로 빵 터지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

검정 고무신 만화를 좋아했던 아들이 물었다.


아들: 엄마. 진짜 이렇게 살았던 적 있었던 거예요?

엄마 때 아니고 그 전 시대인 거죠?


나: 응. 엄마는 신발도 고무신 아니고 도시락도 할머니가 소시지, 계란말이로 싸주셨어. 신발주머니도 있었고. 

엄마 땐 한국이 급성장기였지.


아들: 엄마. 이때 학교를 몇 시간씩 걸어 다녔나 봐요. 


나: 응. 그랬대. 몇 킬로씩. 새벽같이 혼자 보자기에 책 넣고 둘러매고 걸어 다녔다고 하셨어. 쌀밥도 아니었대. 야~

엄만 그래도 쌀밥이었다. 엄마. 그렇게 오래전 사람은 아니거든~?


그때부터 내 국민학교 시절(초등학생)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나: 엄마. 석탄(?)인가 받으러 갔었긴 했다. ㅋㅋㅋ 교실 가운데 난로에 쉬는 시간마다 불 쬐러 가고... 고구마 넣어서 먹었던 것도 같음. 아닌가...?


아이들이 눈이 동그래지며...


삼남매: 진짜... 석탄을? 진짜예요?

나: (내가 말하면서도 웃음이 남) 응. 진짜. 그러다고학년 되어서 안 그랬던 거 같고.. 여름엔 얼마나 더웠다고? 선풍기 꼭대기 귀퉁이에 딱 한대.


삼남매: 하하하. 진짜요? 말도 안 돼. 더운데 어떻게 공부를 해요?


나: 에어은 커녕.. 책받침으로 부채 부치면 혼났다니까.


삼남매: 책받침?? 그게 뭐예요?


나: 아. 종이 밑에 받치는 거 있어. 빤빤하고 글씨 잘 써지게 해 줘. 그거 없으면 종이 다 구멍 나. 일명 빵꾸. ㅋㅋㅋ


삼남매: (신기하게 쳐다보며 웃는다.) 식탁에 받치는 식탁보 같은 재질인가요?


나: 아니... 두툼하지. 맨들 거리고.. 아. 맞다. 우리 음악, 체육, 미술책은 선배꺼 물려받아서 지우개로 지워 쓴 적도 있어.


아이들은 딴 세상 이야기, 신문물을 보듯 나를 쳐다본다.

안 믿기는 모양.


삼남매: 왜요?


나: 절약한 거지. 국가 차원에서...


삼남매: 아.... 우리나라 진짜 못 살았네요.


나: (동그래진 눈들을 보며 신나서)

그리고 2차(?) 베이비붐 세대여서 1년은 오후반이 있었거든. 오전반 집에 갈 때 엄마가 학교를 가는 거지.


삼남매: 진짜요?


나:  반에 60명 가까이 다닥다닥 붙어 공부했고. 반에 이름 같은 애 있으면 A, B로 불렸지.


삼남매: 와. 지금보다 2배 이상 애들이.. 움직일 공간이 있었어요?


나: 틈새로 다녔겠지뭐. 조심히.. 책상도 덜걱거리고.. 의자도 균형 안 맞고... 부서지기도 하고..

.

.

.

나: 80년대 후반에 엄마가 초등학생이었어. 올림픽 한다고 포스터에 호랑이 그리고... 간첩신고 포스터도 그렸던 거 같아. (국민교육헌장? 도 워운적 있단 얘기는 안 했다.)


신기하게 엄마를 본다.


과거 뉴스 영상, 70년~90년 여름 나기 보여줬다.

한강에 개미처럼 보이는 인파.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혀 내려 걷는 아이들과 어른들.

찜통 지하철에 호스로 물 뿌리는 풍경.


예전엔 지각하면 맞았어. 손도 꿀밤도... 

단체기합은 정말 싫었어.

1시간씩 받기도 하고...


그 시절 풍경이 간간히 그리울 때도 있다.

수많은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두 세분은 상처를 주는 말을 하거나

폭력이 있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 시절의 좋았던 기억들이 있는 건..

좋은 분들의 눈길과 가르침의 보호의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김영근 선생님. 잘 계시지요?^^


너무도 달라진 시대에.. 익숙해졌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있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연탄 위에 오징어를 구워 먹다가 앞머리 몇 가닥을

웠던 그 시절이... 마음 한편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 시절 철물점 주인 딸이었던 나의

단짝 박혜영. 보고 싶다. 혜영아.

같이 손걸레 만들어 마룻바닥

왁스칠 했던 거 기억나니?


참고:


1. 연탄?

제 친구들은 연탄을 잘 모르기도 하더라고요.

가정형편이나 지역에 따라 달랐던 모양입니다.

전 초등학교 1.2 학년까지는 집에 귀*라미 보일러가

없었어요. 연탄 사용.

전 번개탄 심부름도 종종 했었어요. ^^


2.놀람. 경악.


아이가 가장 충격받은 내용:

배변 봉투와 소독약 따라다니며 놀았던 거였어요.



#그때그시절 #1980년대 #검정고무신 #아날로그감성 #어린시절 #연탄 #라떼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314


(그때 그시절 여름나기)


https://youtu.be/oSb7y5r9C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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