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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13. 2022

이별은 잘 익숙해지지 않나 봅니다.

사실은.. 내가 힘이 들었던 거예요.  인생의 숙제.

사람마다 인간관계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이 다르다. 나의 경우는 헤어짐, 이별이 쉽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이별의 아픔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3월 달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단짝과 헤어지며 약속했었다. 친구는 "나는 반이 달라져도 너가 가장 친한 친구인 건

변함없어. 너도 꼭 그래야 해? 우리 약속하자." 말했고 우리는 서로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반이 달라져도 나와 친구는 쉬는 시간에 만나고 서로의 반에 놀러 왔다. 2 주정도는 그랬다. 복도에서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다 각자의 친구가 생겼고 친구가 우리 반에 오는 횟수가 줄더니 어느 순간 나만 그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아주 친한 친구가 생겼고 내가 오는 것이 덜 반가운 기색이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상실감. 생애 처음 기억나는 감정. 아팠다. 마음으로 밀어내는 그 느낌. 선을 딱 그어 버리는 단절감. 


(거의 처음 겪는 감정이었고) 어린 나이였기에

 감정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헤어지는

시점에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 

친구랑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떠올리면서..

그래도 아픔, 상실감은 매번 학년 말이 되면 찾아왔다.


상담사로 처음 만났던 아이와 종결할 즈음..

그 증상이 또 서서히 찾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일부러 더 쿨하게 아이와 종결을 하였지만

종결 한 달 전부터 매일매일 마음속에서

아이를 떠나보낼 준비를 했었다.


장애아 치료사로서 만났던 첫 아이도 그랬다.

나에겐 그 처음이 모두 너무 특별한 존재였다. 

처음 만났던 아이들과의 많은 기억들이 남아있으니까. (속에선 울었고 겉으로는 담담하게 행동했다.)

처음은 이별이 더 쉽지 않았지만 만나는 아이들

모두가 나에게 특별하고 소중했다.


미리 그 감정을 준비하면서 (행동으로는) 더 쿨하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많은 이별을 지나왔다.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것을 알았고..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모든 인연은 영원할 수 없고 잠깐의 만남이라도 그 자체로서의 의미가 있음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이별은 나에게 숙제다.

나이가 들어도 수많은 경험을 해도... 이별이 쉬워지진 않았다.


건강하게 이별을 준비하고 보내는 그 쉽지 않은 순간....

이상하게도 이별엔 면역성이 생기지 않는다. 

단기간 특수 상황에서의 만남의 경우는... 마음을 온전히 다하지 않고 거리를 둔 적도 있었다.


나는 사실.. 내가 아는 우리 아이들의 반 친구가 이사를 가거나 전학만 가도... 우리 아이들보다 더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큰 아이 태권도 학원을 끊을 때는 원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갔다가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다.

그렇게 친한 관계도 아니었는데 부적절한 눈물일 수 있지만.. 그 순간 내 마음은 그 정도로 서운했던 것이다.


수많은 헤어짐, 이별, 그만두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적응이 되긴 했지만... 

오늘도 큰 아이가 처음 다닌 곳이고

5년간 다닌 영어 학원... 그만두어야 하는 시기인데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게 (마냥) 쉽지가 않다. 여전히..

고마운 마음에 그렇고... 아이도 그렇지만

내가 5년 간 정이 들었고... 또 원장님이 잘해주셨는데 그만두어야 하니 미안한 마음에 그렇다.


원장님은 수많은 아이들이 들락날락하며 그만두고

다니고를 반복해서 이런 상황이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 마음인 거지... 막상 잘 마무리되고 나면 또 괜찮아지지만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담담하게 쿨하게 말하는 것은 익숙해졌지만.. 사실은 괜찮지가 않다.


사실 삶이 이별의 과정인 것인데...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작별이 죽음이고 이 세상에서 영원한 관계는 없다. 


그래서 순간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다함없이 사랑해야 한다. 

순간을 만나도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는 마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잘 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를 떠나보낼 준비는

하나도 되어있지 않다. 그날을 미리 생각하지 말고

지금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이별 #상실 #슬픔 #헤어짐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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