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Dec 15. 2022

그냥.. 남사친(남자사람친구)란  말이야....

엄마가 딸에게 남사친과 남자 친구의 차이를 설명하다 버벅대다.

사춘기가 시작된 딸은 가끔 이런 소리를 한다.

딸: 나는 나중에 결혼은 안 할 거야.

나: 나도 너 나이 땐 엄마가 결혼해서 애 낳고 엄마가 될 줄 몰랐어.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딸: 나는 암튼 결혼은 안 하고 싶어.


만화책에서 서로 호감 가는 듯한 장면만 나와도 닭살이라며 덮기도 하고...

저학년 때는 한 두 명.. 반에 모범생인 남자애들 보면 멋있다고 하더니만...

어느 순간부터는 남자애들은 유치한 것 같다고 하거나 관심받으려고 오버하는 모습이 질색이라고 한다.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나도 좋아하던 남자애의 지저분해 보이는 장면을 목격하곤 한 동안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 아는 남자아이이성교제를 시작했다고 자랑을 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나: 그럼 만나서 뭐하고 놀아? (어른은 이런 게 궁금하다. ㅠㅠㅠ)

그 아이: 그냥.. 학교에서만 노는데요. 따로 만난 적은 없어요.

나: 아. 그래? 근데 사귀는 거고?

그 아이: 네.


딸에게도 물어보니 자신의 반에도 한 두 명 썸을 타는 애들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딸은 5학년이 되더니... 친구들이 좋아진 것 같다.

그중 한 명은 남자아이라고 한다.

방학엔 글쓰기 좋아하는 친구들 몇 명과 책을 만든다고 하더니 모임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 번은 놀이동산에 놀러 가고 싶다고 해서 그건 아직 이르다고 허락을 하진 않았다. 최근에는 친한 친구들 몇 명과 선물을 교환한다면서 간식을 챙겨가더니 고민을 한다.


딸: 엄마. 근데 내가 친한 친구들이 나 포함 5명이거든. 근데 그중에 남자애가 한 명 있어. 근데 걔만 안 줄 수도 없고.. 내가 그 애한테도 주면 다른 남자애들이 놀릴 것 같아. 남사친일 뿐인데...


딸의 이야기가 재밌어진 는 흔히 어른들이 놀리거나 호기심에 물어볼 법한 말을 했다.

나: 남자애가 거기에 껴있어? 너 혹시.. 그 애 조금 좋아하니?(유난히 친구들이랑 놀이동산도 졸랐던

기억이 나서 물어봤다.)


딸의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기분이 상해버렸다.


딸: 나 그런 소리 너무 싫어해. 학교에서도 남자애 두 명이 놀린 적 있어서 얼마나 싫었다고?

나: 그랬어? 에구... 엄만 그걸 몰랐지. 그냥 궁금해서 한번 물어본 것뿐이야.

딸: 나한테 다신 그런 거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사귀거나 그런 건 질색이야.

그냥 같이 다니는 친구들 중 한 명일 뿐이야.

나: 알겠어. 화낼 건 아니잖아. 엄마는 처음 물어본 건데.. 근데 애들이 많이 놀렸어?

딸: 몰라. 기분 안 좋았어. 그 남자애는 모범생이고 여자애들이랑 친하거든. 같이 동화책도 지어서 만들고

이야기도 잘 통하고.. 근데 서로 이야기하고 그러면 괜히 남자애들이 나랑 그 애랑 사귄다면서 놀려.

그게 짜증 나.


나: 알겠어. 근데 사귀는 게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야. 엄마도 호감 가거나 그런 적 있었어.

이 애는 그냥 남사친이라는 거지? 근데 사귄다고 하니까 싫다는 거지?

딸: 응. 그냥 남자사람친구. 착하고 장난도 안 치고 공부도 잘하고... 서로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

나에겐 여자 친구들이랑 다를 것이 없어.


나: 애들이 너무 했네. 사귀남사친이 놀리는 건 안 좋지. 아. 근데... 남사친이랑 사귀는 거랑 다른 거 알지?

딸: 응. 대충은.. 근데 정확히 잘은 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기서부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잘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초등학생에게 사귀는 거랑 그냥 남자 친구랑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버벅대며 말하는 나... 나 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 설명이 시작된다.


나: 응. 사귀는 거면 손도 잡고 싶고 같이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설레거나.. 음... (아직 뽀뽀 얘기는 좀 이른 것 같아서 패스...) 둘이만 말하고 싶고.. 음... 남사친은 그냥 여자 친구 좋듯이 좋은 거.


딸: (나의 모호한 설명을 듣더니만) 알 것도 같은데 모르겠어. 손 잡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고 그게 차이야?


나: 응. 그리고... 집에 있어도 생각나고 보고 싶고 뭐 그런 거? (설명이 부족해진다.) 여자 친구들이랑은

손 잡고 다니지만 그게 우정의 표현이고 보통 남사친 하고는 손을 안 잡지 않나? 사귀는 거면 잡는 거 같고... (설명이 모호해짐) 엄마 말.. 잘 이해 안 가지?


딸: 응. 그냥 아무튼 난 사귀는 거 관심 없고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엄마. 근데 친구들이 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지? 그냥 걔는 주지 말까? 주고 싶은데...


나: 그래도 친구 중에 그 애만 안 주면 그렇긴 할 듯. 몰래 주던지... 남자애들 안 볼 때.


딸: 응. 알았어. 어떻게 해볼게.


나: 일찍 가서 책상 속에 넣고 나중에 만나면 슬쩍 말해주던지.


우리 딸도 언젠가 남사친이 아니라 진짜 누군가를 좋아할 날이 오겠지. 큰 아들에게 물으면... 남자반이라

여자애들 볼 기회가 없다고 하고... 둘째는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리니까 얼굴 생김새를 정확히 모른다고

하면서.. 누가 예쁜 거 같기는 하다고 말을 해준다.


아직 엄마 마음엔 이성교제는
좀 성숙해졌을 때 하면 좋겠는데..
그 시기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적어도 아이들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호감이 가는 중에
엄마, 아빠에게 말을 해주면 좋겠다.
보통 숨기지 않을까? 아닌가?
그것도 그저 내 바람일 수도...


#이성교제 #남사친 #남자친구 #친구 #초등학생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233


매거진의 이전글 신속한 용서, 사과,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