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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15. 2022

그냥.. 남사친(남자사람친구)란  말이야....

엄마가 딸에게 남사친과 남자 친구의 차이를 설명하다 버벅대다.

사춘기가 시작된 딸은 가끔 이런 소리를 한다.

딸: 나는 나중에 결혼은 안 할 거야.

나: 나도 너 나이 땐 엄마가 결혼해서 애 낳고 엄마가 될 줄 몰랐어.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딸: 나는 암튼 결혼은 안 하고 싶어.


만화책에서 서로 호감 가는 듯한 장면만 나와도 닭살이라며 덮기도 하고...

저학년 때는 한 두 명.. 반에 모범생인 남자애들 보면 멋있다고 하더니만...

어느 순간부터는 남자애들은 유치한 것 같다고 하거나 관심받으려고 오버하는 모습이 질색이라고 한다.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나도 좋아하던 남자애의 지저분해 보이는 장면을 목격하곤 한 동안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 아는 남자아이이성교제를 시작했다고 자랑을 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나: 그럼 만나서 뭐하고 놀아? (어른은 이런 게 궁금하다. ㅠㅠㅠ)

그 아이: 그냥.. 학교에서만 노는데요. 따로 만난 적은 없어요.

나: 아. 그래? 근데 사귀는 거고?

그 아이: 네.


딸에게도 물어보니 자신의 반에도 한 두 명 썸을 타는 애들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딸은 5학년이 되더니... 친구들이 좋아진 것 같다.

그중 한 명은 남자아이라고 한다.

방학엔 글쓰기 좋아하는 친구들 몇 명과 책을 만든다고 하더니 모임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 번은 놀이동산에 놀러 가고 싶다고 해서 그건 아직 이르다고 허락을 하진 않았다. 최근에는 친한 친구들 몇 명과 선물을 교환한다면서 간식을 챙겨가더니 고민을 한다.


딸: 엄마. 근데 내가 친한 친구들이 나 포함 5명이거든. 근데 그중에 남자애가 한 명 있어. 근데 걔만 안 줄 수도 없고.. 내가 그 애한테도 주면 다른 남자애들이 놀릴 것 같아. 남사친일 뿐인데...


딸의 이야기가 재밌어진 는 흔히 어른들이 놀리거나 호기심에 물어볼 법한 말을 했다.

나: 남자애가 거기에 껴있어? 너 혹시.. 그 애 조금 좋아하니?(유난히 친구들이랑 놀이동산도 졸랐던

기억이 나서 물어봤다.)


딸의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기분이 상해버렸다.


딸: 나 그런 소리 너무 싫어해. 학교에서도 남자애 두 명이 놀린 적 있어서 얼마나 싫었다고?

나: 그랬어? 에구... 엄만 그걸 몰랐지. 그냥 궁금해서 한번 물어본 것뿐이야.

딸: 나한테 다신 그런 거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사귀거나 그런 건 질색이야.

그냥 같이 다니는 친구들 중 한 명일 뿐이야.

나: 알겠어. 화낼 건 아니잖아. 엄마는 처음 물어본 건데.. 근데 애들이 많이 놀렸어?

딸: 몰라. 기분 안 좋았어. 그 남자애는 모범생이고 여자애들이랑 친하거든. 같이 동화책도 지어서 만들고

이야기도 잘 통하고.. 근데 서로 이야기하고 그러면 괜히 남자애들이 나랑 그 애랑 사귄다면서 놀려.

그게 짜증 나.


나: 알겠어. 근데 사귀는 게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야. 엄마도 호감 가거나 그런 적 있었어.

이 애는 그냥 남사친이라는 거지? 근데 사귄다고 하니까 싫다는 거지?

딸: 응. 그냥 남자사람친구. 착하고 장난도 안 치고 공부도 잘하고... 서로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

나에겐 여자 친구들이랑 다를 것이 없어.


나: 애들이 너무 했네. 사귀남사친이 놀리는 건 안 좋지. 아. 근데... 남사친이랑 사귀는 거랑 다른 거 알지?

딸: 응. 대충은.. 근데 정확히 잘은 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기서부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잘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초등학생에게 사귀는 거랑 그냥 남자 친구랑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버벅대며 말하는 나... 나 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 설명이 시작된다.


나: 응. 사귀는 거면 손도 잡고 싶고 같이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설레거나.. 음... (아직 뽀뽀 얘기는 좀 이른 것 같아서 패스...) 둘이만 말하고 싶고.. 음... 남사친은 그냥 여자 친구 좋듯이 좋은 거.


딸: (나의 모호한 설명을 듣더니만) 알 것도 같은데 모르겠어. 손 잡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고 그게 차이야?


나: 응. 그리고... 집에 있어도 생각나고 보고 싶고 뭐 그런 거? (설명이 부족해진다.) 여자 친구들이랑은

손 잡고 다니지만 그게 우정의 표현이고 보통 남사친 하고는 손을 안 잡지 않나? 사귀는 거면 잡는 거 같고... (설명이 모호해짐) 엄마 말.. 잘 이해 안 가지?


딸: 응. 그냥 아무튼 난 사귀는 거 관심 없고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엄마. 근데 친구들이 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지? 그냥 걔는 주지 말까? 주고 싶은데...


나: 그래도 친구 중에 그 애만 안 주면 그렇긴 할 듯. 몰래 주던지... 남자애들 안 볼 때.


딸: 응. 알았어. 어떻게 해볼게.


나: 일찍 가서 책상 속에 넣고 나중에 만나면 슬쩍 말해주던지.


우리 딸도 언젠가 남사친이 아니라 진짜 누군가를 좋아할 날이 오겠지. 큰 아들에게 물으면... 남자반이라

여자애들 볼 기회가 없다고 하고... 둘째는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리니까 얼굴 생김새를 정확히 모른다고

하면서.. 누가 예쁜 거 같기는 하다고 말을 해준다.


아직 엄마 마음엔 이성교제는
좀 성숙해졌을 때 하면 좋겠는데..
그 시기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적어도 아이들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호감이 가는 중에
엄마, 아빠에게 말을 해주면 좋겠다.
보통 숨기지 않을까? 아닌가?
그것도 그저 내 바람일 수도...


#이성교제 #남사친 #남자친구 #친구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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