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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30. 2022

내가 사랑했던 그...

이 사람이 "내가 사랑했던 그" 였을까?

학년 말에 받아온 새 책.

조금이라고 구겨질까 조심조심 담아와 꺼내 놓았다.

대학생 친척오빠가 놀러 와서 간식 먹던 손으로 새책을

마구 넘기면... 속에서 속상함이 올라 눈물이 났다.


물건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은 오죽 소중할까?

나와 관련된 모든 것에 의미부여를 하고 소중히

여겼다.


그도 소중하고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정식으로 만난 첫사랑이었고

디디알과 펌프가 유행하던 때에

어설프게 움직이며 땀 흘리는 그가

귀여워 보였다.


그 사람,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순수하고 차분한 성격.

내성적이면서도 노력하는 어색한 그의 표정과 말투,

부자연스러운 큰 손동작.

당황하면 코를 한 번씩 만지는 무의식적 행동.

동그랗게 큰 눈. 쌍꺼풀 없음.

두툼했지만 고생 안 한 손이었고

반전은... 기계공학을 전공하여

만드는 것을 잘한다는 점.


(말수가 많고 초긍정적이며 무계획에

흥 많은) 우리 아빠와는 정 반대의 사람.

그냥 그가 편하고 좋았다.


전등은 늘 엄마가 교체하시고 재주 많은 삼촌이

아빠를 대신했었다. 아빠는 사람을 좋아하고

누구 하고나 잘 어울리셨다. 기계 하곤 상극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그는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하며 계획성 있고 꼼꼼했다. 


아빠와 그의 공통점은 유일하게 한 가지...

온유함 하나였다.


그런 그를 안 지는 20년이 넘었고

사랑했던 그는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다. 그의 안정지향을 추구하 새로운

것은 피하는 모습이 때론 답답하다.


내가 사랑했던 그는 오늘 형광등을 갈고

그 안에 녹아내린 부속까지 다 교체 중이다.

내가 사랑했던 그의 매력 중 하나는 여전하다.


그 모습을 담았다.

집 안에 고장 난 것들은 85 프로 이상

남편이 직접 고친다.

심쿵 안 한지 오래되었는데 오늘 

심쿵한다.


아빠와 남편을 합하면 완벽한 남편이겠지만

아마... 완벽한 그 사람은 불완전한 나와

결혼하지 않았을 거다.



남편은 알까?

내가 이 모습을 꽤나 좋아한다는 것을... ^^


#첫사랑 #배우자감 #이상형

#남편 #기술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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