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면서 형제관계를 위해 항상 신경을 써왔어요. 저희 집 같은 경우는 둘째가 기발하고 창의적이지만 학교 공부에 있어서는 두 아이보다 늦되었습니다. 큰 아이는 배움에 다재다능하고 특히 공부를 하기에 유리한 특성을 타고난 편이고요. 막내는 생일이 빠르고 여자아이에 막내다 보니 눈치가 빠르고 습득력이 빠르고 야무진 성향이에요.
셋이 보드게임을 해도 형은 넘사벽으로 잘 하는 분야가 있고 막내는 어느 순간 부터 둘째 오빠를 따라잡고 가끔 이기기도 합니다. 둘째의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우리 부부도.. 형과 동생도 인정하지만.. 둘째는 공부에 관련하여 뒤쳐지다보니.. 스스로 의식하고 비교하게 되는가 봅니다. 안타깝게도 공부는 열등감을 조성하기에 딱 좋은 소스지요.
최대한.. 누구 한명만 칭찬하는 것은 조심하는 편이에요. 결과를 가지고 추켜세우다보면 다른 아이들은 마음 한켠에 부러움과 비교의식이 생길 수 있을까봐.. 항상 신경을 썼습니다.
아무리 주의한다해도.. 스스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어디가서든 자신보다 한 발 앞선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럼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발 한 발 가야하니까요. 세상엔 탁월한 사람들이 존재하잖아요. 우리는 그들을 종종 만나게 되고요.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막내가 상을 받아왔어요. 대회에서 학년 1등을 했는데 둘째도 과거에 도전했던 것이었고 둘째는 그때 최종까지 가지 못했었어요. 둘째는 동생이 많이 부러웠는지 꼬투리도 잡고 놀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아이구나 싶기도 했어요. 어른은 그런 마음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지만 아이는 쉽게 가면을 쓰지 못하니까요.
부모는 오늘 유독 둘째가 동생에게 딴지를 거는 이유가 빤히 보이고.. 그 이유를 말하면서 핀잔을 주고도 싶어요. 그걸 참아내는 것도 사랑의 한 종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동생을 놀리고 괜히 딴지 거는 그 행동만을 혼내는 것. 아이가 동생을 질투하고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껴서 그런거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 것. (오늘 한 두 마디 말이 나오긴 했지만요.)
동생 앞에서 아이도 자존심이 있을 테니까요. 저는 오늘 아이가 (비교하지 않고) 잘하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자신만의 것을 찾기를 기도하고 소망하게 됩니다.
사실... 형제관계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것들이 많아요.
요건 인정을 안 하실 것 같긴 한데요.
아이들을 기르면서 의외로 좋은 것은 바로 '결핍' 입니다.
형편이 평범한 편이지만 아이가 셋이기에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다 사주지 않고 항상 나누는 것이 익숙합니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살 때도 먹을 때도 항상 형제들을 생각해요.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도 동생꺼랑 형꺼를 (취향을 고려해서) 사와요. 그리고 하나만 있을 땐 세 조각으로 나누거나 양보하기도 하고요.
동생들이 혼나면 가끔 큰 아이가 동생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중재도 해줍니다. (그럴 땐 부모로서 굉장히 흐뭇해지기도 해요.)
한 가지 어려운 부분은... 교육비나 경제적인 이유(그것도 있지만) 보다는 사실... 아이들 사이에 특별함, 고유함을 끊임없이 배려하고 찾아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거에요. 한 명 한 명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엄마인 제 눈이 매일 깨끗해지도록... 쉽게 판단하지 않도록... 나무라기 전에 한번 더 아이 마음에서 생각해봐야해요. 머리로 알지만 실천은 쉽지 않지만요.
그럼에도 제가 행복한 이유 중 가장 큰 하나는 내가 엄마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특별함, 강점을 쉽게 발견하게 되었고요. 이해심이 커지게 되었어요. 여전히 저는 부족한 엄마긴 하지만 전보다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