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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ul 25. 2022

지나친 자책의 다른 이름?

내가 교만하다고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상대의 기분을 잘 알고 맞추는 것을 잘 하다보니 착하다, 겸손하다, 배려깊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었어요. 그랬던 저에게 어느 심리학과 교수님이 '굉장히 교만하군요.' 라는 말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본 말이라서 신선한 말이었고 그렇게 느끼시는 이유가 정말 궁금했어요.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대가의 통찰이 알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심리대학원에서 상담 치료 실습을 받는 학생이었어요. 용기를 내서 직접 상담을 받는 시간이었고요. 저의 개인 이야기를 꺼내서 상담을 받거나 집단상담 중에 피드백으로 듣는 말은.. 주로 진짜 착하네요. 겸손하네요. 등의 말이 많았는데... 교수님은 이렇게 다른 말씀을 하시더군요.


근데 정말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금쪽 상담소에서도 서경석님의 사연을 듣다가 오은영 선생님이 '교만(오만)하시군요.' 라는 비슷한 표현을 하셨어요. 서경석님과 저랑은 상황이나 성향은 다르지만 어딘지 비슷한 말을 들은 겁니다.



어떤 결과 앞에.. 내가 더 열심히 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내가 저 사람에게 이렇게 했다면 저 사람은 다르게 행동했을 텐데... 나에게 책임이 있다. 어떤 결과나 상황 속에서 지나치게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고 남들이 뭐라고 안 해도 스스로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으며 자책을 하는 것. 이것이 교만(혹은 오만)의 모습이었던 겁니다.



나 자신이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우고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죠. 예를 들면 누구나 느끼는 질투라는 감정 자체를 인정하지도 수용하지않고...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인가? 그런 마음을 느끼면 안되는 건데.. 라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겁니다.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면서 정의롭고 너그럽고 멋진 사람 혹은 아주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그 마음..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겁니다.




제가 믿는 종교에서는 자신을 내려놓으라 합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통제하려는 권리' 를 내려놓으라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한다는 그 절대적 가치 신념을 깨어버리는 것이 자아를 내려놓는 겁니다. 


자녀 양육을 할 때 그 틀(나는 이런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벗어버리는 것이 여전히 힘들 때가 있습니다. 여전히 싸워야하는 내려놓음... 쉽지 않은 고된 싸움이지만 가치있는 과정.


당신에게 묻습니다.


자신에게 있어서 내려놓아야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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