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건 따로 시키지 않아서 그리는 수준. 자기 이름은 쓸 줄 알았다. 받침 없는 단어는 그릴 수 있는 정도.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도 그 당시에는 따로 한글을 가르치진 않았다. 글자에 익숙해지게 하는 활동들은 있었다.
엄마들 사이에서 좋다고 소문난 담임 선생님을 만났고 선생님께서는 줄 긋기부터 차근히 짚어 주셨다. 받아쓰기도 몇 달 지나서 하셨고 미리 시험 볼 글자를 나눠주셨다. 한 번은 다른 걸 외워가서 60점을 맞은 적은 있었지만 보통은 두세 개를 틀렸다. 반에 한 두 명 빼곤 다 100점이었다.
줄넘기도 수영도 모두 학교에서 배웠다. 엄마들이 수영을 안 배우고 가면 혼자서 물장구를 쳐서 속상해한다고 했지만.. 막상 가보니 4~5명은 물장구를 치며 재밌어했고 결국 물에 떠서 자유형을 어설프게 하게 되었다. 스키도 아빠랑 내가 그냥 같이 탔다. 스케이트도 인라인도 대강 넘어지며 배워갔다.
많이 준비시켜서 보낸 적은 없었다. 5개월 아이들과 어학연수 겸 외국을 갈 때조차.. 원어민 학원은 커녕 영어학원도 보내지 않고 갔다. (둘째만 파닉스만 해서 갔음.) 가서 고생하면서 하나씩 배우고 적응했다.
눈치껏 적응해 갔다.
전국구 자사고에 가고 싶다고 해서 중 2에 수학 과외를 시작했다.학원은 레벨테스트를 보고 선행이
안 되어있어서 선택지에서 제외시켰다.
수학은 현행만 한 상태였지만 수학 과외 선생님께서 자기가 오래 아이들을 가르쳐봤지만 눈에서 이렇게 빛이 살아있는 아이는 처음 본다고 하셨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얘는 이제 공부 시작이거든요.'
수학은 조금 약했던 아이. 고등학교 가면서 첫 수학 시험에서충격이 있었지만 꾸준히 공부를 해나갔고 매번 성적이오르는 경험을 하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일반고를 간 것이 현시점으로 보니 다행이긴 하다.
지난번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로 성적 상승이 있었다.
아이는 운이라 말하지만 엄마는 안다.
수학에 주 5일을 올인하며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얻어낸 거라는 것을..
(아이는 학교 수업에서도 초집중을 했다.)
처음에는 항상 약간 뒤에서 출발하지만결국 그 틈을
메워갔다. (그렇다고 쉽게 메운 건 아니다.)
과거에 여러 번 좌절, 실패, 성공 경험이 있었다.
그런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스스로 언젠가 있을 도약을기대한다.
이번에 확통 방학 특강을 듣는데 첫날 설문지가
있었단다.
"엄마. 보기가 확통 몇 번 돌려는지인데.. 보기가 5번까지
있더라고요. 난 0번에 체크했어요."
(확통은 확률과 통계 과목의 줄임말, 돌리다는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 과목을 공부한 횟수를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