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하고 있는 단체에서 코로나 이후 제법 큰 행사가 있었다. 다들 긴장하여 준비하는 과정 중에 일어난 일이다. 여러 연령이 함께 하는 대규모 모임이었고 대표 두 분이서 오전, 오후 타임을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다. 인원이 많은 관계로 장소는 두 곳으로 나눴다.
그런데 행사 전날 오후 타임을 준비하기로 한 대표가
자신이 담당한 건물 쪽 물품과 준비물만 해놓은 것이다.
다른 대표는 두 건물을 다 고려해서 오전 타임을 온전히 다 마무리를 지었는데.. 행사 전 날 저녁 늦게 한쪽 건물에는 물품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음을 알게 된 상황.
대략 난감한 일이 발생했다.
소통의 부재로 일어난 일이었다. 한쪽 대표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맡을 건물만 들어있었던 거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대표가 알아서 하겠거니 막연히 (혼자) 생각했고 다 끝났다는 답변을 한 거였다. 함께 하기로 한 거였는데 말이다. 각자 담당할 부분을 정해놓고도 말이다. 사실 다 끝난 게 아니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다 끝난 거였다.
소통의 부재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인은 회사에 근무한 지 25년이 넘었다. 제법 이름 있는 대기업에 다니고 팀장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녀에게 봉사 단체 일을 이야기하면서 의견을 물었다. 프리랜서로 주로 일했던 나에게는 이번 일이 너무 황당하고 이럴 수도 있는 건가? 정말 궁금했다.
"직장에서 이렇게 불통이 많아?"
그녀는 생각보다 소통을 못하는 학벌만 좋은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한 명은 신입사원인데 출장을 갈 때마다 길을 못 찾아와서 그 사람 없이 진행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단다. 그 사람은 srt 나 기차 등을 혼자 타본 적이 없고 자신은 지하철로만 다녔다고 멀리는 못 간다고 했단다. 모르는 길은 못 찾아간다고 당당히 말했다고 한다. 나이도 서른이 넘은 사람이다.
한 명은 오랫동안 근무한 분인데 아예 혼자만 종일 일을 한단다. 팀끼리 함께 만들고 회의하고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는 하루종일 혼자 책상에서 이것저것 하는데 문제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도 해주지 않고 (팀원들이 만드는 것에 대해) 묻지도 않는단다.
또 한 명은 조금 젊은 분인데 팀마다 사람들과 싸워서 다른 팀으로 계속 옮겨 다니고 있다고... 식사 때도 팀원들이 다 가면 혼자 먹고 인사도 하지 않고 소통 자체를 꺼리는 것 같아서 챙기기도 어렵다고 했다.
아. 역시 사람은 어울릴 줄 알아야 하나 보다.
아무리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근사하고 멋진 무언가를 구상하고 만든다 해도 팀원들과 공유하지 않고 열심히만 한다면.. 오히려 팀 내에서 방해만 될 뿐... 그들은 개인 사업과 연구를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남편도 한 직장에서 꽤 오래 근무를 하여 가끔 물어보면...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꼭 한 명씩 있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 존재할 뿐 아무런 교류가 없는 사람들... 그들은 자기만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걸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감정을 나누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배워가도록 신경을 썼다.
그 결과는 사실 모르겠다. 아이들이 아직은 어리니까.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불통인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전문대 졸업하고 바로 들어오신 분들은 소통도 잘하시고 성실하게 일해서 회사 내에서도 평가가 좋다고 한다. 학벌은 이 분들이 덜 좋을지 모르지만 회사 내에서는 훨씬 더 능력 발휘를 하고 팀원들과도 잘 지낸다고 했다.
내신 점수가 중요하다지만 자신만 점수 잘 받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아이로 키우면 안 될 것 같다. 혼자서만 인정받으려 하는 성향을 강화시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