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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May 30. 2023

주말, 연휴, 화요일

연휴...

캘리그래피 & 월요일 저녁 반찬 두부 김치


아빠 생신 겸 내 생일을 같이 했다.

엄마댁에 가서 만난 식사를 하고

어제는 시댁 식구들과 만나 음식점에

갔다.


지난주 강아지 응급상황, 남편 구급차 일이

언제 있었나 싶게 주말과 공휴일은 무탈하고

차분하게 흘렀다. 


일상의 소중함, 감사함을 느낀다.

위기 상황 자체는 좋은 게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 일상이 눈부시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아가야지..

그래서 오늘 이 순간이 큰 의미이고

축복이다.


아이가 소풍이라 김밥을 쌌다.

빠른 배송으로 온 짧은 반바지를 입고

신난 막내. 짧은 바지는 처음 입어본다.


허리가 커서 임시로 줄였다. 바늘에 실을

꽂는 게 쉽지 않다. ㅎㅎㅎ 눈 침침.


세 아이를 보내고 캘리그래피를 연습해 본다.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하는데 재밌다.


이모티콘 그리기를 한 달째 하다 보니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이제 손글씨도

종종 써봐야지.


김밥을 마는 발이 사라져서 손으로 쌌다.

남편은 그런 어리어리한 내가 웃겼는지

쳐다본다. ㅎㅎㅎ (사실 아침에 달걀이

똑 떨어져서 남편이 달걀을 사 왔다는 건

비밀이다.)


딸이랑 느긋하게 김밥을 말고 낄낄 웃으며 터진

김밥 한 줄을 먹는다. 남편이 그런 상황에 좋아하며

웃는 우리 모녀를 보며 신기한 듯 ㅎㅎㅎ 쳐다본다.


꼼꼼하고 계획적인 남편은 나를 보며 얼마나

기다려줬을까... ㅎㅎㅎ 남편이 나보고 종종

하는 말..

행복해 보이고 정말 긍정적이라고...


119 구급대분과 서슴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나를 보며... 신기했을 남편.

2 인실에 새벽에 들어온 베트남분들과 한국말로

말하면서 대화하는 나를 보는 남편.


우린 참 다르다. 병실에서도 내가 계속 빈 침대에

누우니 간호사도 피식 웃음을 참는다. 그때마다

일어나는 나를 보며..


"ㅎㅎㅎ 누우셔도 상관없어요. 괜찮아요.

빈 침대고 들어오면 말씀드릴게요."


나: 꼭 말씀해주셔야 해요.


나도 남편을 보며 내 삶의 수많은 빈 구멍을 채워준

그가 문득문득 고맙다. 사실.. 우리 집엔 웃을 일이

많다. 서로 다른 다섯 명이 모여 살다 보니

서로의 다름이 갈등이 되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재밌고 서로를 채워준다.


근데 옆구리 터진 김밥은

왜 더 맛있을까?

남편이 MRI 찍는 40분 동안 병원 근처..

예전 어릴 적 살던 동네를 거닐었다.

물론 기도하면서 걸었다.

MRI 찍으러 들어가는 남편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막상 밖에 나오니

어린 시절 생각에 또 뭉클했다.

그립다.


사람의 감정이란 시시 때때 변한다.

그래서 살아갈 수 있나보다.

항상 슬프지만도..

항상 좋지만도..

그리고 안 좋지만도..

않아서 다행이다.




#생일 #연휴 #가족 #성격 #어리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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