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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ul 31. 2022

#1 내 채널의 주인공은 나야 나

10대 성장 소설

제목: 내 채널에선 내가 주인공 (성장소설)


나 소개 : 이름 유영.


‘도배하시는 엄마 밑에서 동생과 살고 있는 아이. 자기주장을 못하는 아이. 존재감 없는 아이.’ 유튜브를 시작한다.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녹음기도 없이 시작한 유튜브. 문득 어느 날 핸드폰으로 영상을 하나 올렸다. 자막만 넣어서... 내 채널에서는 내가 주인이야. '나 유영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 돈도 안 들고... 존재감도 드러낼 수 있어. 그래서 유튜브가 하고 싶었나보다.



아빠는 없지만 주변엔 그의 존재를 숨기며 산다. 다소 비굴하게. 잘하는 것도 특별히 없고 학교에선 존재감 없는 아이. 동생은 잘하는 거 하나 없는 자퇴생. 엄마는 됐다. 담에 얘기하기로 하자.


#1 자고 일어나니 떡상한 채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


하나. 눈꼽 떼고 물 한잔 마시기.

둘. 유튜브 조회수 확인하기.


놀라서 눈을 비빈다. 이게 무슨 일?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되어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유튜브 시험 결과 영상이 난리가 났다. 꿈인가 싶어 볼을 때린다.


아침부터 칼질하는 엄마를 불러 세웠다.

“엄마. 여기 좀 봐. 어서.”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엄마 바쁜 거 몰러.”

“조.. 회수가.... 1019. 아니 1022. 아니 134.... 난리났어. 조회수가 계속 올라가. 떡상했다구.”

“조회수가? 박** 할머니만큼 나온 거야?”


우연히 기말고사 채점 영상을 찍은 것을 올려봤는데 조회수가 천이 훌쩍 넘었다. 1020, 1203, 아니. 이건 돌아서면 조회수가 올라가 있다. 시청 지속률도 대박. 50%로 훌쩍 넘었다. 이러다 떡상 되는 거 아냐? 아니. 이미 떡상이다. 대박. 아침을 먹다가도 핸드폰을 확인하고 혼자 웃다가 댓글 확인하고 또 웃다가 이상한 건 바로 삭제하고. 댓글도 100개가 넘었다. 학교 친구들도 난리 났겠다고? 아니다. 아무도 모른다. 쉬잇~ 당분간 우리끼리만 알자. 이대로 가다가 언제 뽀록날지 모르지만.



친구들에게 말하지는 못했다. 난 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그저 그럭저럭 조용한 아이일 뿐. 아마 내 이름도 정확히 모르는 애 있을 걸? 내가 유튜브 하는 거 알면 다들 ‘걔가? 에이~ 설마...’ 라며 놀랄 거다. 유일한 친구 수진이에게만 슬쩍 공유했다. 절대 비밀이라고 신신당부하며...


수진이? 수진이는 유일한 친구이다. 물론 수진이도 아빠의 부재는 잘 모른다.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일단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서로 꺼내진 않았다.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진지한 이야기까지는 못한다. 오래 알아온 탓에 편안 친구다.


수진이가 영상을 실시간으로 검토 중이다. 계속 톡이 온다. ‘대박’ ‘대박’ ‘헐’ ‘유명 인사’ ‘오~ 유영 인생에 이게 뭔 일?’


시험은 대박 망쳤지만 이렇게 나는 유튜브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으니 괜찮다. 근데 다음 영상이 문제였다. 다음 시험은 한참 남았고 구독자는 천이 넘어가서 2000도 넘었다... 일주일에 한 개씩 영상을 올리기로 약속. 계속 핸드폰만 붙들고 아무거나 찍는다. 불안하다. 처음으로 나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댓글에선 인생별거님이란 호칭으로 응원메시지도 올라오고 누군가는 언제 봤다고.. 누나라고 하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좋으면서 약간 낯설고 부담스러운 그 어중간한 감정. 한 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다. 존재감이 생기면 이런 거구나.  


지나가는 길 잃은 고양이 따라가 무작정 찍어도 보고, 지저분해진 방 더 엉망으로 만들어 치우는 영상도 찍고.. 근데 다 별로다. 학교 친구들과 놀러가는 영상이 딱인데 나에겐 놀만한 친구도 없고 오히려 학교에선 은따, 찐따에 가깝다. 옆에 아까부터 종일 잠만 자는 동생의 덩치가 보인다. 밤새 게임하고.. 한심의 극치. 엄마도 포기한 녀석. 다급한 마음에 요 근래 대화 없이 지낸 사이지만 동생을 꼬셔서 노는 모습 좀 담자고... 어느덧 내가 조르고 있다. 자다만 동생이 나를 흘겨본다. 걔라고 인기가 있을 리 없지만 몰려다니며 꽤나 노는 애들 몇 명은 포섭 가능하다. 분식 사준다 하고 영상 10분짜리 하나 찍자고 하면 어떨까? 다급하니 눈에 뵈는게 없어진다. 는 놈을 깨우니 또 난리친다.


”미쳤어? 아주 정신이 나갔구만. 유튜브는 아무나 하나보네.“ 눈을 비비며 흘기는 동생에게 화난 기색 감추고 다시 부탁해본다.

”야~ 수익 나면 너한테 첫 수익 좀 나눠줄게. 자연스런 모습 브이로그 하나만 찍자. 너 얼굴 모자이크 해줄 테니까 그냥 부스스한 모습 네츄럴하게~ 응~ 한번만~~~“

”뭐야? 언제 우리 말 섞었었나? 오늘따라 징그럽게 왜 이래?“

“나 잘 되면 너도 나쁠 거 없잖아. 누나가 처음 부탁 좀 하자.”

“싫어. 갑자기 친한 척은? 난 줄 알면 어쩔 건데? 누나나 찍어.“

”야~ 그럼 내가 수익 나면 반 줄게. 응. 우리도 돈 좀 벌어야하지 않겠냐? 엄마 허리도 안 좋은데 거기에 언제까지만 빌붙을 건데?“

”지금 구독자 100은 넘어? 얼마 전 100도 안 된다고 했잖아. 수익은 무슨? 유튜부는 아무한테나 돈 주나? 개나 소나 다 하잖아.“


“아. 개나 소나...? 시골 가서 소나 개를 좀 찍어볼까?”

“이런. 누나 미쳤어?”


동생은 어이없는지 빤히 날 쳐다본다. 아무래도 현실을 보여줘야 도와줄 태세다. 핸드폰을 드리밀며 구독자를 확인시켜줘야겠다.


”야. 이리와봐. 나 대박났어. 그저께 구독자 1000명 넘었어. 구글에 수익 신청 할 수 있는데 조건이 하나 더 있걸랑. 시청 지속률이 모자라. 영상을 계속 올려야해. 나 좀 도와주라~“


학교도 자퇴하고 매일 게임만 하는 녀석이지만 지금 나에겐 백수 동생마저도 필요한 존재였다. 내 머릿속에 수익창출 생각뿐. 자존심이건 뭐건 없다. 내 인생에 처음으로 뭔가 된 거니 이대로 멈출 수가 없다. 계속 되는 설득 끝에 동생이 친구들에게 톡을 보낸다.


한 두시간 지나 동생이 껄렁한 지랑 똑같은 애들 3명을 데려왔다. 보니까 어이가 없다. 머리로 눈을 거린 녀석. 머리에 뭘 바른 건지 떡진 녀석. 하나는 세수를 한 건지 눈은 반쯤 감긴 냄새 풀풀놈. 얘네들 데리고 뭘 한담? 지나가면 인사도 안 했던 나지만 오늘은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꺼냈다. 시간이 없으니까.


”야. 너희 아이디어 없어? 유튜브 보면 뭐가 재밌어? 요즘.. 말야...“

머리 떡진 녀석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기대한 내가 어이상실이지.’

”누나. 우리 도움 필요한 거 맞지?“

“왜?”

“그냥.. 누나 눈빛이 처음으로 우릴 사람 취급하는 거 같아서... 이상해서 그러지. 적응안됨”

“내가 언제 그랬어?”

“아니... 그냥... 우린 만날 게임하는 게 다라서... 먹고 자고 게임하고.... 그런 거 찍어도 먹힘?”

”모르겠어. 자퇴생들 브이로그 이런 거 별로 없을 것 같긴 한데... 뭐든 아이디어를 좀 내봐. 너희가 좀 도와줘. 내가 한 턱 쏠게.“


이번엔 눈 가린 녀석이 대뜸 묻는다. 목소리는 개떡 같다.

”누나. 근데 출연료는 얼마 줄 껀데? 나 비싼 몸이야. 나 피씨방에서 게임하다 급하다고 왔걸랑. 애들 기다려. 나 빠지면 존망이야“

기가 막혔지만 일단 비위를 맞춰야했다.

”응. 치킨이랑 피자 쏘면 어떨까?“


이번엔 세수 안 한 녀석이 눈을 비비며 말을 자른다.


”나 간다. 꼴랑 그걸로 출연해 달라 이거야? 초밥, 회 정도는 되어야 움직인다 나는... 분식으로 떼 울 생각하지 마“

빠이 빠이를 흔들며 뒤돌아 나가려던 놈 뒷덜미를 잡았다.


”알았어. 사 줄게. 누나가 지금 당장은 돈 없지만 수익 창출되면 제일 먼저 느네 회건 한우건 쏠게. 알겠지?“

세 녀석 침을 꼴깍하며 오케이 싸인을 보낸다. 그리곤 한 놈씩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한다.

”일단 우리 게임하는 거 찍는 건 어때?“

”음. 그건... 내 채널 방향이랑은 안 맞아. 그리고 느네 설명하면서 게임 할 수 있어? 그냥 게임만 하고 중간 중간 욕만 할 거 아냐... 그럼 나 유튜브 규정에 걸려. 안 좋은 채널로 분류되면 노출도 안 되고 유령 채널 될 수도... 구독취소 늘어날 거고... “


또 한 놈이 아이디어랍시고 끼어든다.


”노래하는 거 어때? 노래방가서...“

”야~ 너희 노래하는 걸 누가 관심 갖냐? 가수도 아니고...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생긴 거는.. 기도 안 차서... 아니다. 너희 정도면 괜찮아. 아주 하위권은 아니니까.“


세 놈이 씩씩거리며 소리 친다.

“우리 안해. 기도 안 차게 생겼다며...”

“아니.. 아이돌까지는 아니잖아. 솔직히....”

“어쩔티비?”

“미안. 나 급해. 좀 크리에이티브한 신선한 거 없어?“


동생도 끼어든다.

”특별한 건 모르지만... 그래도 먹방하면 부담 없이 찍을 수 있지 않아? 누나가 우리 치킨이랑 라면이랑 잔뜩 시키고 우리 먹는 거 찍어보면 어때?“


먹방? 나도 먹방을 가끔 본다. 얘네들 오늘 첫끼 같은데 먹방 찍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얘들이 욕하는 건 삐- 처리하면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갈구는 거 찍고...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일단 없는 돈을 털어 치킨이랑 피자를 시켰고 라면도 끓여서 먹방 시작~


막상 핸드폰을 가져다 대니... 그 말 많던 애들 아무도 말을 안 한다. 고작 한다는 게... ‘먹자. 맛있겠다. 지들끼리 낄낄낄~’ 짜증나 죽겠다. 안 한다 할까봐 뭐라고도 못하고 핸드폰 영상만 1시간 반째 돌리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먹방 영상. 편집해서 삐- 처리하고 4시간이 걸렸다. 중간 중간 자막 웃기게 넣어보려고 이것저것 검색해서 찾아 넣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진상 동생놈이 다가온다.


”야~ 너무 진부하지 않아? 자막... 넘 재미없어. 있던 구독자들도 도망갈 듯“

”야~ 너 야가 뭐냐? 누나한테... 나 4시간째야. 너 이거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가만히나 있어.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내 옆으로 나가오면서 나와 보라는 시늉을 하는 진상. 속는 셈 치고 자리를 피해줬다.


”이건 내가 훨 낫겠다. 유머코드가 없어. 누나는... 나 이거 잘해. 음향효과도 넣고... 이거는 얼굴 변형해서 좀 우스꽝스럽게 해야지. 유튜브 먹방은 웃겨야 해. 효과음도 적절하게 넣어줘야하고... 이것도 못하면서 무슨 유튜브를 한다고... “


30분 넘게 무언가 하는 동생...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1시간 반째 편집을 한다. 뭐지? 얘에게도 이런 열정이 있었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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