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 채널의 주인공은 나야 나
성장 소설 2번째 이야기
#2 동생과 나는 언제부터 이상해졌을까?
사실 동생은 초등학교 때까진 꽤나 영리하단 소리, 반에서 1, 2등도 도맡아하던 모범생이었다. 갑작스럽게 전학을 가면서 친구들하고도 사귀지 못하고 전처럼 공부 성적도 안 나오면서 아예 공부엔 손을 놔버렸다. 게임에 빠져서 하루 종일 게임만... 아빠가 집을 나간 이후로 동생은 마음을 잡지 못했고... 공부에도 그 무엇에도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렇게 나는 유튜브 편집자를 하나를 얻었다. 어차피 동생은 학교도 자퇴했고 하루 종일 게임하고 자고 시간을 죽이며 사는 아이다. 난 솔직히 이런 동생이 부끄럽고 한심스러워서 평소엔 ‘밥 먹어.’ 라는 말 정도만 하고 지냈다. 밖에서 우린 남매 아닌 척 서로 남인 척 지냈다.
동생 어릴 때는 내가 귀여워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퍼질러 누워 자는 꼴이 머리통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걸 꾹 참는다.
도배일을 하시는 엄마는 요즘 들어 한숨을 더 자주 쉬신다. 얼굴도 울그락 붉으락 하고 어깨도 아프다하고... 고질병인 허리통증까지... 매일 파스를 달고 살지만 병원은 죽어도 안 간다. 보험도 깨서 병원비도 아깝고 물리치료하면 일을 못 가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답답해 죽겠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엄마 모습은 뭐냐면...... 찬 밥 꺼내서 물 말아서 김치랑 먹는 모습.. 꾸역꾸역 먹는 모습.. ‘난 엄마처럼은 절대로 살지 않을 거야.’ 다짐하게 되는 지긋지긋하고 벗어나고 싶은 불행한 삶의 단면.
나도 처음부터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마음을 나눌 한 두명은 있었다. 언제부터 내가 아싸가 된 거지? 유일한 친구 수진이... 전학 오면서 걔도 나도 어쩌다보니 같이 급식을 먹게 되고 같이 다니게 되었다. 사실 수진이도 우리 집에 온 적은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 얘기를 잘 꺼내지 않았고... 그 시점은 아마 아빠가 집을 나간 다음이 아니었나 싶다.
#3 유튜브 떡상 후 계속되는 스트레스
그 녀석들 먹방 영상 조회수도 올라가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애들 몰골이 영 이상했나보다. 한심하다는 기본이고 더럽다. 씻어라. 못 생겼다. 밤만 쳐먹냐 등등 이건 그나마 봐줄 만. 몇 가지 댓글은 신고하고 눌러 지워버렸다. 취소하는 구독자도 생겨났다. 수익창출까지의 길은 멀고 길다. 이제 뭐를 올리지?
자는 엄마를 깨웠다.
”엄마. 나 유튜브에 엄마 일하는 거 따라가서 담아도 돼?“
엄마가 도배가방 들고 다니면 멀리서도 모른 척 돌아가는 나를 아는 엄마는 화들짝 놀란다.
”나? 도배하는 걸?“
”응. 엄마 일 따라가서 돕는 컨셉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괜찮잖아.“
엄마는 빤히 나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묻는다.
”너 괜찮아?“
“.............”
그날이었다. 엄마 머리에 풀 굳어있고 세숫대야에 도배 도구 담고 걸어올 때.. 맞은 편에서 걷던 나... 엄마도 멀리서 마주친 걸 알았을 거다. 분명 서로를 알아봤지만 나는 교복 입고 하교하는 거리에서... 엄마를 마주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난 학교에서 존재감 없고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도 없는 아이. 게다가 찐따 같이... 노는 애들 눈치 보며 비위나 맞추는 존재였다. 호구... 더도 덜도 아니었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이었나 보다. 아빠가 없는 것도 감추고 ... 돈도 있는 척 하고... 엄마가 도배일 하는 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멀리서 서로 마주쳤던 그날 이후로 엄마는 그날에 대해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 나 유튜브 하는 거 애들 잘 몰라. 괜찮아.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우리 유영이가 괜찮다면 괜찮은데... 엄마가 이래 구질구질하게 나오면 너가 나중에 창피할까봐 그렇지모.“
”........“
”엄마는 너가 괜찮으면 괜찮다. 근데 엄마 직업이 멋진 것도 아닌데... 찍어서 뭐하나?“
”응. 유튜브는 좀 특이하고 서민적인 것도 괜찮아. 그리고 엄마 누구보다 열심히 살잖아.“
난 그 말을 하곤 갑자기 슬픈 느낌이 나서 얼른 일어섰다. 그동안 엄마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남들이 말하는 사춘기였는지... 언제부터인가 대화도 거의 나눈 적이 없었다. 엄마가 가끔 용돈을 줘도 그냥 조용히 돈만 받고 고개만 살짝 내렸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쓰며 엄마가 묻는다.
”유영아. 언제 찍으러 올래?“
”.... 나중에 알려줄게. 근데 엄마... 아니다.“
엄마가 따라오며 내 어깨를 건드린다.
”왜? 유영아.“
”응. 민석이 내꺼 편집해주고 있어. 근데 생각보다 잘해서 반응이 좋아.“
”그래?“ 엄마의 얼굴에 간만에 웃음기가 보인다.
”왠일이래? 우리 민석이가 잘하는 게 있어?“
”응. 걔... 소질 있더라. 민석이가 머리는 꽤 있었잖아. 민석이가 2시간씩은 매일 편집하고 있어. 그리고 편집하는 거 어려운데 유튜브로 편집기술 배워가면서 해줘.“
”정말? 민석이... 우리 유영이가 취직시켜 준거네.“
”아직 수익은 안 나서 가끔 용돈 좀 주고.....“
”니가 무슨 돈이 있어? 내가 얼마 주지도 못하는데...“
“엄마.. 사실 민석이 말야... 공부도 잘하고 로봇도 잘 만들고 대회도 나가고 그랬잖아.”
“민석이 생각하면 안쓰러운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으니... 못나서 말야.. 엄마라고.....”
더는 듣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가 시계를 보더니 급히 일하러 나갔다. 엄마도 그런 얘기 나한테 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남들이 말하는 사춘기... 난 그때도 감정 분출은 안하고 속으로 답답함, 우울함, 짜증을 삼켰던 것 같다. 난 부러웠다. 애들이 엄마랑 싸우는 거. 소리 바락바락 지르면서 짜증내고도 엄마랑 실실거리며 얘기하고 미친년 되었다 괜찮아졌다 하는 것도... 나는 그걸 수 없으니까... 그래서일까 나는 점점 웃음이 없어지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엄마에게 부탁도 하지 않고 학교에서 은따 당할 때도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어차피 엄마가 알아도 나에게 해줄 것은 없으니까. 울 엄마는 나약하고 힘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