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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Aug 01. 2022

#3 내 채널의 주인공은 나야 나

성장 소설 3번째 이야기

#4 애들이 알아버렸다.    


평소처럼 등교를 하는데 반 애들 몇 명이 손을 흔든다. 평소엔 우린 인사조차 하지 않는 사이.

존재감 없는 나니까... 근데 내 이름을 부른다.


”유영아.“

동명이인이 없으니 분명 나는 맞는데... 돌아봐야하나?

”어?“

”나 너꺼 봤어.“     

화들짝 놀라 얼굴이 붉어짐이 느껴지는 순간... 애써 모른 척 다시 물었다.

”뭐를..?“

”너 유튜브 하더라. 동생도 나오고... 너 동생 먹방하는 것도 봤어.“

”......... 그냥... 그냥... 암 것도 아니야... 취미로 가끔....“

”아니. 취미 아니던데? 구독자도 많고 나 좀 놀랐어. 너 말도 재밌게 하더라. 편집은 니가 직접 하는 거야?“     

옆에 아이들도 묻는다.


”나도 봤어. 어제도 영상 하나 올라왔더라. 근데.. 어제 그 아줌마... 도배하는.... 혹시...?“

”아니야. 그냥 아는 사람. 지인인데 인터뷰 해주셔서 좀 도와드렸어.“

”우리한테 거짓말 안 해도 돼. 너랑 닮았더라고....“

”... 친척이야. 우리 엄마 사촌 언니.“


”그래? 근데 니 동생 학교 안 다녀?“

”몸이 좀 아파서 잠깐 쉬고 있어. 나 숙제 못한 거 있어서 먼저 갈게.“     

너무 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퍼져버렸다. 아이들이 언젠가 볼 수도 있다곤 생각했지만 이렇게 그 시간이 빨리 오게 될줄은 예상 못했다. 난 울 엄마 판박인데... 차라리 가만히 있을 걸. 괜히 거짓말로 둘러대서 더 웃긴 꼴인 된 것만 같다. 어제 올린 영상에서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고 그랬던 것도 있고... 학교에 들어가기가 겁난다.      



재빨리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른다.


”유영아. 나 구독했어.“ ”나도...“ ”내가 학교에 몇 명 더 소개할게.“     


구독자도 좋다지만 학교엔 더 소개하지 않았으면 싶다. 내가 알려지는 거, 나와 관련된 것들이 노출되는 것이 싫다.


교실로 가는 계단을 밟으며 '제발~ 애들이 더는 모르길.. 모른척이라도 해줬으면..' 하면서 걸었다.


교실에 가니 더 가관이다. 나를 평소에 무시하던 애들도 나를 주시한다. 난 괜히 고개를 푹 숙이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린다. ‘수진이가 말했나...? 아이. 짜증나.’ 우리 반에서 제일 성격 좋은 정희가 다가온다. 유일하게 나를 존중하는 아이. 가끔 나랑 밥도 먹어주는 애. 숙제도 종종 알려 주고...      


“유영아. 너 대단하더라. 나도 유튜브 봤어. 너가 말을 그렇게 잘하는지 몰랐어. 멋지더라.”

“아니.. 그냥... 대본 써서 연습해서 그래.”

“진짜 재밌고 감동도 되고... 너 열심히 살더라. 정말...”

“아... 그냥.. 공부도 하기 싫고 그냥 할 것 없어서 하는 거지 뭐.”

“너 소질이 있는 거 같애.”


“.... 영상 올리는 건 재미는 있는데.. 학교 애들이 아니까 좀...”

“응. 민망하고 쑥스럽고? 좀 그럴수도 있긴 하겠다. 너가 평소에 얌전한 아이여서... 근데 난 너의 열정도.. 니 동생도 너희 엄마도 다들 멋지더라.”


멋지다고?”

“응. 너의 모습이 담겨있어서 좋아. 어머니 고생 많으셔도 밝으시고.. 보기 좋더라.”     


정희처럼 모범적이고 뭐든 잘하는 아이가 나보고 멋지다고 하고 놀랐다고 추켜세우니까 얼떨떨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나저나.. 일이 커져서 어쩌지?


이렇게 나는 조금씩 의도하진 않았지만.. 조금씩 존재감 있는 아이로 변모(?)하고 있었다.      



#5 유튜버가 된 후 학교생활 변화   



그날부터 말 한 마디 안 하고 살던 나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다른 반 애들도 나보고 인사를 하고 국어 선생님도 내 영상을 보셨다고 하였다. 우리 집이 나온 영상을 삭제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달랑 부엌이랑 방 한 칸... 쾌쾌한 방이 그대로 노출이 되어 영상에 담겼다. 곰팡이 난 곳은 모자이크로 가려도 어딘지 지저분하게 티가 난다. 그런데 하필 그 영상이 조회수가 3번째로 높다.


 시청지속률도 좋고 선플도 많은 데... 그거 지우면 또 뭐로 채워야하지? 일단 숨겨놓고 나중에 생각해보자. 비공개로 잠시 전환했다.      


유튜브로 내 생각, 성격도 노출되고 우리 집 상황도 알려졌다. 처음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더 이상 숨길 것도... 조심해야 할 것도 없어졌다. 애써 감추지 않아도 되고 시간이 지나니 그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애들도 없어졌다. 그냥 내 모습으로 있게 된다는 거.. 일종의 자유? 해방감도 조금 느껴진다. 게다가 정희가 영상을 보고 아이디어도 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생겼다. 정희는 학교에서도 모범생에 성격도 착해서 인기가 많은데 그런 애가 나랑 다니니까 애들도 나에게 가끔 말을 걸었다.      


나는 드러나는 왕따는 아니었다. 아웃사이더와 은따 사이. 나는 집안 형편, 동생의 자퇴, 엄마의 직업, 집 나간 아빠... 숨겨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그걸 노출하지 않기 위해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친해지면 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은가? 근데 그런 이야기를 모두 가린 채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거의 없었다.


나는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꿈도 없고 원하는 건 하나.. 돈을 벌고 싶다는 거. 아이들이 나에게 함부로 말해도 나는 잘 대응하지 않았다. 몇 몇 아이들은 나를 우습게 여겼고 대놓고 무시하기도 했다. 내가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데... 자기방어에 있어선 난 지렁이만도 못했다.      



#6. 댓글을 읽다.    



악플이 30프로 선플이 70프로... 댓글을 읽는다.    

  

댓글: 되게 가난하게 사는데 해맑아보임. 목소리도 대박 좋음.

댓글: 도배하시는 분 되게 선해보임. 저런 사람한테 돈 많이 줘야하는데...

댓글: 구독취소. 웃다보니 짠해짐. 난 저런 환경에선 창피해서 죽고 싶을 듯.

댓글: 아빠는 왜 없음? 이혼당함?

댓글: 이번 기말고사도 폭망? 못생겨서 공부도 못함.

댓글: 대박 재밌어요. 구독했어요.

댓글: 동생이 편집하는데 되게 재밌음. 재능충.

댓글: 은근 말 잘 함. 개부럽.

댓글: 가난은 해도 사랑 많이 받고 자란 느낌. 멋져요.     



멈췄다. 마지막 댓글을 읽는데 눈물이 날 것 같다. 


악플 때문에? 아니다. 남들이 봐도 내가 불쌍해 보이는 환경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니.... 아빠도 없고 사실 난 사랑받은 적 딱히 없는데... ‘남들은 나를 그렇게 보는구나.’ 생각하니 그냥 좀 슬펐다. 영상 속 나는 행복하게 웃는데 현실에 나는 그늘 속에 살고 있고... 남동생과는 이제 말도 하며 지내지만 난 아직도 엄마를 보는 건 힘들다. 난 착한 딸도 아니고... 모두 거짓이다.


사실 엄마가 착한 것도 싫고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엄마 닮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아서 더 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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