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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Aug 13. 2023

17년 된 차와 이별

속 터진다. ** 왜 이러지? ㅋ

남편은 솔직하다. 게다가 남들이 예의상하는

빈말도 잘 못한다.

타인에게 작은 부탁도 못하며

물건값을 깎아달라는 소리는

해본 적도 없을 정도의 성격이다.

참 착하면서도 아내로서 난감할 때가 있다.


중고차를 팔러 집 근처 중고차 매장에 들렀다.

혼다 crv 2007년식. 여름휴가 말고는

동네만 몰았고 주로 내가 사용했었다.

큰 흠집은 없으나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를

다른 차가 박아서 부분 수리한 경험은 있었다.


운전 중에 다른 차와의 사고는 없었지만

선루프에 누가 물건을 떨어뜨려

그 부분을 새로 교체했었다.

큰 사고는 없었다.

얼마 전 차 키 하나가 분실된 것.

차가 오래되어 엔진소리가 전보다 커진 것 같다.


남편은 폐차를 시키는 게 맞지 않냐고 한다.

나는 15만도 안 탔고 깨끗한데 폐차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가격이라도 알아

보자고 구경 가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외국으로 수출이 가능하고

crv 차량은 인기가 있다고 했다.


남편이 가면 분명히 그냥 차를 주고 올 것만

같았고 폐차시키려고 한다는 말을 할 것 같았다.

내가 볼 때 나도 세상물정이 밝지 않으나 남편은

나보다 더 순진하고 헐값에 넘기게 될 게 뻔했다.



내가 당부했다. "말은 내가 할 거니까 당신은 그냥

옆에 있어주고.. 폐차 얘기 하지 말고... 가격 미리

말하지 말고... 가격만 알아본다는 느낌으로 가자."


꼭 팔아야 할 이유도 없고 동네 다니는 정도로

몇 년 더 사용해도 되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가끔 차가 두 대 있으면

유용하기도 했고..


'가격 알아보고 괜찮으면 팔까 하는데 아까워서

고민이다.' 차에 정도 들고 아직 쓸만해서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 이렇게 말을 하니까

사장님이 얼마를 생각하고 왔냐고 물으셨다.

내가 남편 얼굴 한번 보고..

(무언의 눈빛. 말은 내가 할게!)


답 대신 질문을 했다.

"팔려고 정하고 온 게 아니라서요. 가격 알아보고

생각 좀 해보려고요. 여기가 처음이니까

다른 곳도 한 번 가봐야겠어요.

얼마 정도 받을 수 있나요?"


사장님은 눈치를 슬쩍 보시더니

얼마부터 얼마 정도 받을 수 있겠다며..

넌지시 말하고 쓱 우리 표정을 살피신다.

남편은 자기 생각보다 많이 받을 수 있어서 놀랐는데..

"그렇게나 받을 수 있어요?" 할 것 같아서 내가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제발~ 당신 그 말은 NO.


빨리 내가  먼저 말을 했다.

"아... 그것밖에 못 받나 보군요. 아... 연식 때문일까요?

저만 거의 운전해서 상태가 좋은데요..

가격이.. ㅠㅠ  그냥 타야 하나 싶네요."


사장님이 차 상태 더 보신다고 나갔을 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팔까? 더 돌아다니면 좀 더 받겠지만..

차 상태도 그렇고.."


사장님은 우리 반응 보며 팔았음 하고... 대뜸 남편이

이런 말은 한다. 아뿔싸!

남편은 차 사고가 몇 번 크게 났다고 했다.

내가 놀라서 추돌도 없었고 주차된 차를

다른 차가 2번 사이드 치고 간 게 큰 사고냐고?

물었다. 아... 이 사람... 왜 이럴까?


흠집 나고 부딪힌 게 대형 사고라고? 아. 답답.


사장님도 남편의 순진함에 빤히 쳐다보신다.

이런 사람이 보통 없을 텐데..


우여곡절 끝에 사장님은 우리 차를

사고 싶어 했고 차에 대해 잘 쳐준 거라 하시며

내부 어쩌고 저쩌고 말씀을 하셨다.

연식 얘기 하시고..

쾌쾌하다 하시고..

다른데 가도 비슷할 거라시며..


나도 그냥 처분하고 싶었다.

가격을 올리지는 않고 그냥 처분하려는데..

우리 남편... 차에 문제가 있다면서

키가 하나라고 그 부분을 고려해서

가격을 정하라며..


ㅋㅋㅋ (울 남편.. ㅠㅠㅠ)


사장님도 무슨 큰 결함이 있나 하시다가

남편의 얘기에 약간 미소가... ㅎㅎㅎ

그냥 가격은 똑같이 해주신다고 하셨다.

사장님도 우리 부부, 특히 남편을 보니 착하고

요즘 사람 같지 않아서 그냥 잘해주고 싶었나

보다. 무슨 시트콤 같다.


우리 집이 걸어갈 정도로 많이 가까운데도

차로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사장님 기분 좋아 보임.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판 사람은 우린데... 내릴 때

우리가 고맙다고 하면서 내렸다. ㅎㅎㅎ ㅋㅋㅋ


그나저나 남편은 정든 차.. 세 아이를 애기 때부터

데리고 다닌... 결혼 이후 첫 차에 대한 아쉬움 가득이다.


남편의 순수성을 내가 좋아했었다.

여전히 그게 남아있는 남편..

따라서 내가 안 순진해야 된다.



고마운 차.. 정든 차.. 이렇게 우리는 차와

이별을 맞이했다.

우리 차는 외국으로 수출될 예정이고

중앙아시아를 활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세상에서 잘 지내라. 큰 사고 없이

잔고장도 거의 없이 17년간 우리 애들

태우고 다니느라 애썼어.



#중고차 #순진 #남편 #정직 #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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