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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Oct 31. 2023

그래도 아이 자존심은 지켜주자.

둘째의 속상함이 이해되는 순간.

막내는 곧 중학생이 된다. 야무진 막내딸이라 영어 도서관만 다니는데도 곧잘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인지... 꼼꼼한 성격에 공부도 제법 한다. 뭐. 초등학생이니 공부를 잘한다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곧 중학생이 되면서 수학 학원을 한번 보내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아이와 친구들이 다니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동네에서는 나름 공부 많이 시킨다고 소문(?) 난 곳이라 내심 피하고 싶었으나 딸이 가고 싶어 해서 일단 상담차 다녀왔다. 가보고 결정하자고 하니까 딸 의견도 맞는 말 같았다. 가는 김에 간단히 레벨테스트를 봤는데 아이가 안 배운 것 말고는 다 맞았고 기분이 좋아서 집으로 온 아이.


나, 둘째, 막내랑 밥을 먹는데 막내가 둘째에게 자랑을 했다. 둘째는 동생의 자랑이 편치는 않았나 보다. 항상 형과 동생 사이에서 승부욕도 있고 인정욕구도 있다 보니 신경이 쓰일 만도 했다. 하필 동생이 자랑투로 말을 하니까 아이가 엉뚱하게 반격을 했다. (내 눈엔 아이가 갑자기 왜 그 말을 했는지가 보였다.)


막내: 나 처음 레벨테스트 봤는데 잘 봤다고 했다.

둘째: (동생을 보면서) 거기 학원 이름이 뭔데?

막내: **학원.

둘째: (순진한 둘째는 학원 이름을 듣더니 굉장히 잘하는 아이들만 다니는 학원이라 착각을...) 거기 노는 애들 많이 다닐 걸? (뜬금없는 아이의 대답. ㅠㅠㅠ)

막내: 오빠가 어떻게 알아?

둘째: 대충 알지. 거기 어디에 있는 건데?

막내: 오빠 학원 옆 옆 건물.

둘째: 알지. 거기.

막내: 나 공부 준비 안 하고 그냥 봤는데 엄청 잘 봤다. 학교 수업은 열심히 들었지만.

둘째: 문제가 쉬웠겠지. 다 잘 보는 거 아냐? 다 붙여주려고...

막내: 오빠네 학원보다 우리 학원이 더 공부 잘하는 애들 많이 다녀. 우리 반에 잘하는 친구들 여럿 다니고.

둘째: 네가 아는 애가 몇 명 없잖아. 우리 학원에

우리 학년 다 잘하는 애들 다녀.

막내: 오빠야말로 잘 모르면서 비교를 하냐?


이쯤에서 내가 개입을 했다.

나: 너희들은 겸손이 빠진 거 같음. 그리고 어떤 학원이냐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냐가 중요하지.  학원 다 거기서 거기야. 좋은 학원 다녀도 내가 열심히 안 하면 아무 소용없어. 너희들 다니는 학원 둘 다 비슷해.


웬일로 애들이 내 말에 조용하다. 둘째가 밥을 다 먹고 방으로 들어갔고 막내를 보고 한 마디 건넸다.


나: 오빠가 자존심이 있잖아.

막내: 에이고~ 자존심만 세우면 뭐 해.

나: 그래도 그거 세워줘야 해. 사람에겐 자존심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해. 그리고 네 오빠는 약간 허세랑 자존심 필요하다고 본다. 엄마는.. 암튼 우리 딸도 그동안 열심히 한 거 엄마가 인정!

막내: (끄덕끄덕) 응.


곧 고등학생이 되는 둘째. 작년까지는 놀기만 하더니 올해는 사춘기도 지나고 공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수학에는 그래도 진심인 아들. 자존심이 뭐가 중하냐 하지만 사람에게 자존심이 없으면 안 되지 싶다. 특히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자존심은 지켜주고 싶다.


#학원 #자존심 #자랑 #말싸움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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