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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Aug 02. 2022

#6 내 채널의 주인공은 나야 나

6번째 이야기 - 영상촬영중단사태 & 동생과 대판 싸운 이유

#11 민지와 영상 촬영 중단 사태    


민지와의 영상 촬영은 최악이었다. 다신 하나 봐라. 민지는 전보다는 다소 착해졌지만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고... 그렇게 3시간을 우왕좌왕했다. 이제 막 시작한 초보 민지는 나보다 몇 년전에 시작한 사람 마냥 이것저것 딴지를 걸었다. 하여간 지 맘대로다. 정말 지친다.      

”야. 너무 평범하지 않아?“

”일단 찍고 나중에 편집하면 괜찮아져.“

”이거 올릴 건덕지나 되냐?“

”조금만 더 찍어보자.“


”폭망하는 거 아님? 얼굴 팔리고.. 아. 너 채널에 내 채널 광고 좀 해줘. 나 구독자 100 겨우 되었어. 언제 느나 몰라... 구글애즈 광고 같은거 도움이 될까? 넌 불쌍 컨셉인데 난 뽀대가 좀 나는 거라서 내 미모에 질투나는지 구독을 안 눌러. 이것들이...“

”계속 하다 보면 떡상하는 영상이 한 두 개 생기더라. 그럼 그와 관련된 내용으로 추가 영상을 올리면 효과 좋아.“

”으이그. 이게 가르치려 드네? 너 유튜브 구독자 좀 늘었다고... 너 구독자들 너 불쌍해서 구독해준 것도 꽤 돼. 나 화장 잘하는데 그거 브이로그 찍으면 대박일 꺼 같지 않아?“

갑자기 화장하는 거? 나참... 화나는 걸 꾹 참고 답을 했다.


“그것도 나중에 해봐. 오늘은 나랑 함께 하는 영상 찍기로 한 거 아니었어? 나도 오늘 영상 찍는 날이라서 오래는 못할 것 같애. 미안.”

“니 동생이 이거 편집 하는 거지? 내꺼 좀 편집 해줄 수 없어?”

나한테 막 대하는 것은 참아도 내 동생한테 그러는 건 싫다.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한다.

“내 동생 이제 좀 바빠졌어. 일도 하고 있고.. 사실 내꺼 할 시간도 부족해 보여. 어제도 새벽까지 하고...”     

“백수면서.. 남는 게 시간 아님?”

“이제 백수 아냐.”


나도 모르게 정색했다. 민지는 빤히 쳐다보더니 말을 돌린다.           


사실 난 민지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많았다.


민지가 숙제를 해달라고 해서 해주다가 나도 빵점 처리 된 적도 있고... 민지가 내 체육복을 다른 반에 동의 없이 빌려주고 가져다주지 않아서 벌점도 받았다. 그때마다 난 한 번도 민지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고... 민지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민지는 반 애들 앞에서 나한테 매점 심부름도 여러번 시켰었다. 난 화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불편해지는 것도 다 싫었다. 그냥 참는 게 제일 익숙하고 쉬웠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민지의 어이없는 말에 화가 치민다. 상담 효과는 아닐테고.. 나의 뜬금없는 변화가 낯설고 이상하다.      


붉어진 얼굴을 본 민지는 조금은 당황한 것 같았다. 아마 나의 정색하는 모습은 난생 처음 보았을 거다. 나조차도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갑자기 웃으면서 말하는 민지) ”너.. 삐진거 아니지?“

”................ 그냥.. 좀 영상 찍는 게 힘들어서.“

”왜? 나 땜에?“

”오래 걸리니까... 영상 업로드도 내일까지 해야 하고 편집도 오래 걸릴 것 같고.“

”야. 백수 동생 자퇴생 편집자 있는데 니가 뭔 걱정?“

”그래도... 동생이지만 걔도 스케줄이 있고.......“

“게임 시간 줄여서 니꺼 하라 해. 걔.. 진짜 한심하더라.”

“내 동생인데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처음이었다. 내 기분이 안 좋다고 표현한 거. 나도 놀랐다. 동생을 아껴서도 아니고 민지가 나를 무시하는 건 참아도 내 가족에 대해 디스하는 건 불쾌했다. ’지가 뭔데?‘ 아무리 그래도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니다.      


”야~ 장난이잖아. 너 왜 이리 예민하냐? 어쨌든 너도 초보지만 내 채널 광고 해준다고 하니.. 일단 시간도 없고 하던 거 마주 찍자.“


”... 아니... 그냥 나 가봐야 할 것 같애.“


”야! 뭐야? 갑자기. 어이없게. 내 시간 다 뺏고.“

”뭐?“ 내 시간을 내 준건데 나보고 자기 시간을 빼앗았다고? 더 이상 참기가 어렵다.      

”왜? 나는 너처럼 친구 없는 애도 아니고 핵인싸야. 너랑 시간 보내준 것도 고마워해야지. 보자 보자 하니까.“


”그래. 맞아. 난 혼자 찍는 게 맞는 거 같애. 불쌍한 컨셉으로 구독자 더 모아야지. 너는 친구도 많으니 그 애들이랑 찍고. 난 나 혼자 알아서 할게.“

”야~ 너 내가 니 채널에 너 왕따고 성격도 거지같다고 올리면 너 구독자 다 빠져. 잘난척은.. 지까지께 뭐라고... 어이 없게. 기가 막혀. 구독자 좀 늘었다고 잘난척은? 찐따 호구가 어디가냐?“


”너 마음대로 해. 난 상관 안해. 나 그만 갈게.“

바로 가방 들고 나와버렸다. 나를 부르는 민지를 향해 쳐다보지도 않았다.      



솔직히... 다음날 학교에 가기가 좀 걱정되고 망설여졌다. 민지가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고 정말 내 채널에 안 좋은 이야기들을 잔뜩 달까봐 채널에 들어가기도 조금 겁이 났다. 역시 난 쫄보인가보다. 민석이는 씩씩거리면서도 편집일을 했고 처음으로 엄마 티셔츠도 사드렸다. 진짜 민석이가 달라졌어요.. 였다.       

한참 편집을 하던 민석이가 날 보며 묻는다.


”누나. 근데 누나 채널에 이상한 댓글들이 달리는 데.. 아이디가 동일 인물. 내가 지우긴 하는데 아무래도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애. 누나를 아는 애 아닌가 싶다. 몇 명이서 다른 계정으로 올리는 것도 같고...“

”뭐라고 달려?“

”아니. 그냥 누나 착한 척 한다고 원래 싸가지라고... 누나가 은따라고 달리고 뭐... 그런거... 누나 이번 주 채널 댓글 안 봤어?“

아뿔사. 민지가 댓글을 단 모양이다. 올 것이 왔는데 생각보단 담담했다.      

”응. 그냥.. 댓글 보는 것도 그냥 그렇고.. 영상 올리는 것도 버거 워서... 그냥 신경 안 쓰고 거를려고..“

”누나. 이거 내가 들어가 보니까 운영 안 하는 채널이더라고. 누나 짐작 가는 애 없어?“

”.............. 있긴 한데... 그냥 무시할래.“

”무시하는 것도 맞지만 그 댓글에 재 댓글 달리고 구독자들도 물어보더라고. 해명하라고.“


”아니. 나 그냥 해명 같은 거 안 해.“

”누난 항상 그런 식이야. 왜 자꾸 피해? 바보같이...“


”내가 뭘?“

”그냥 피하려고만 하잖아. 항상. 화나도 참고... 도대체 왜 그래? 혼자 착한 척 하는 거야? 자기를 보호하는 것도 못해. 언제까지 피해자코스프레로 살거야?“


”그래. 나 원래 그래. 그러니까 신경 꺼. 너나 잘해. 넌 공부도 포기하고 너 그러고 살아서 도대체 뭐 할 거야?“     



이렇게 우린 한바탕 크게 싸웠다. 동생과 이렇게 크게 소리 지르며 울고 불고 싸운 건 오랜만이다. 동생 말이 다 맞아서.. 내가 바보 천치 같아서 화가 났다. 내 자신에게. 난 왜 내 권리도 챙기지 못하고 만만하게 당하고만 살고 있을까? 그동안은 조용히 속으로 꾹꾹 눌러 담으면 그만 인데.. 지금은 해명을 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그냥 다 포기해버릴까? 유튜브 스트레스 받으면서 해야 해? 아니다. 해야 했다. 나는 유튜브를 하면서 꿈이 생겼으니까. 내 오랜 꿈... 그나저나 민지한테 화난 것을 동생에게 풀어버렸다. 아니다. 내 자신에게 짜증난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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