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엄마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저 기억 장애 아니거든요.
가끔 아이들이 놀린다.
"엄마 내가 말했잖아."
"잊은 거야?"
그럴 때마다 민망하기보다는
억울한 적이 많다.
왜냐면 나는 내 스케줄뿐 아니라
아이들 스케줄을 모두 기억하고
달라지는 변수도 다시 수정해서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 두지 그걸
엄마가 다 챙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쉬진 않다.
아이들이 카톡으로 소통하기 전까지
엄마인 내 폰으로 변경사항들이 왔었다.
메신져 역할이었다.
지금은 모두 카톡이 있지만
여전히 깜빡하는 아이가 있어서
특히 학기 초에는 나도 신경을 쓴다.
아이들은 톡 확인을 잘 안 하고
쓰윽 읽고 넘길 때가 있다.
어른도 수많은 정보들을 챙기고
기억하기 어렵듯이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독서모임이 있다.
나만 엄마들과 선생님 톡에 들어가
있으니 중요한 사항과 변경 등은
내가 숙지해서 아이들에게 전달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두 아이에 나까지
책이 필요하니 책도 3권을 빌려야
할 때가 있고 대여, 반납 등도 두어 곳으로
챙겨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이들이 학원은 스스로 가지만
큰 아이 같은 경우는 버스로 40분이
넘게 걸리는 경우(밀리면 1시간)가
있어서 데리러 갈 때도 있다.
일단 가방 자체가 너무나 무겁다.
픽업 등으로 데리러 가기 전에
내가 할 일은 아이들 밥을 챙기거나
간식을 챙기는 것. 여러번.
아이들 각자의 시간이 다르기에
밥을 챙겨야 하는 입장에선
세 아이 스케줄을 어느 정도 꿰고
있어야 한다.
아이들 부교재들도 주문해줘야 하고
품절이나 배송이 지연되면 얼른
서점 가서 사 와야 하는데
서점 다녀온 날에
둘째도 첫째도 학교 과목선생님께
갑작스럽게 문제집을 가져오라 하셨고..
추가로 필요한 경우
다음 날 또 사러 갈 때가 있다.
아이들이 밤이 되면 허기져해서
간식을 챙겨주고 돌아서면 또 치워야 한다.
아는 엄마는 윈터스쿨 다니는 아이
위해 도시락을 2개씩 쌌다고 하니
나는 그에 비하면 편한 편이다.
머릿속은 늘 복잡하다. 그러다 보니
디테일한 것들은 놓치는 거다.
가끔 선착순 수강신청도 해야 하고
(막내 학교가 멀어서 시간 안에 못 옴)
학기 초엔 제출 서류들도 많다.
아이들은 본인들꺼만 생각하면
되지만 엄마는 내 거에 세명 거도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거다.
오늘은 아이 학교 신입생 학부모 총회날이다.
오늘 학교총회에 다녀오면
스케줄들이 밀리고 꼬이지만
간다고 체크를 했다.
신입생 엄마이고 학부모상담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학교에 가는
날이라서 이 날은 가려고 한다.
이러니 나더러 기억을 깜빡깜빡한다고
뭐라 하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얘들아. 엄마는 기억력이 나쁜 게
아니라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너무너무
많은 거뿐이야. 엄마 억울하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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