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보며 나를 만난다.
신기하다. 이 익숙함은 뭐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성격특성.
아이들에게서 나나 남편을 닮은 구석이 보이기도
하지만 우린 다 다른 개성을 지닌 독립된 존재들이다.
주변에선 부모와 자식을 연결 지으려는 면들이
있어서 나에게 묻기도 한다. 그때마다 "애들이
다 다르고 나보다 여러모로 훨씬 나은 거 같아."
라며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편이다.
딸은 악기나 음악적 재능이 있는 편이나
양가엔 전혀 그쪽은 없다. 그나마 둘째가
약간 말하는 투나 스타일이 남편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다이다.
최근에 중학생이 된 딸을 보며 흠칫 놀랐다.
아이가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위로와
용기를 주는 부드러운 말투로
친구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있었다.
친구의 속상함과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들으며 자기 생각을
말해주는데 그 말에 힘이 있었다.
오늘은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딸이랑 같이 걷다 보니
친구 소리는 안 들려도 딸이 해주는 말은
들렸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친구에게 말을
꺼내는 아이.
"**야. 너의 속상한 마음은 알겠어. 너는
그런 착한 아이니깐. 그런데 친구사이에서
전혀 갈등이 없을 수는 없어. 서로 풀어가면
그 친구랑 오히려 돈독해질 수도 있고,
어서 집에 들어가."
한참 친구의 말을 듣더니...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집에 들어가서
씻고 너 방 침대에 푹신한 곳에 잠시 누워봐.
아. 네가 좋아하는 간식도 옆에 두고...
그러면 마음이 좀 차분해질 거야.
지금 갈등이 있는 건데 관계가 깨지거나
손절하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를 풀면
그 친구랑 다시 친해질 수 있을 거야.
괜찮아. **야."
제법 어른스러운 딸을 보며 놀랐다.
상담가 같다는 생각도 들고
차분하고 안정된, 다독이는 말투.
얘 뭐지? 엄마가 못 이룬 상담가가
되려나...?
스킬은 배우면 되지만 사실 상담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상대를 위하는
태도와 진짜 공감.
딸은 리스너가 되어있었고
상대를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보였다.
나도 그럴 때 보람을 느끼는데...
딸은 어떤 마음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생각해 보니 제법 잘 어울린다.
공감을 잘하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단단함이 있는 아이라서 나보다
더 잘할 것 같다.
아직은 딸이 그쪽 진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지만.
앞으로는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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