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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Aug 17. 2022

카카오 스토리로 과거를 떠올리다.

추억의 흔적 - 아이의 어린 시절 기록(빼도 박도 못한다.)

엄마들이 많이 이용했던 카카오 스토리도 어느 순간 시들해졌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너무 많은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 있어서 지우지도 못하고 있다. 

가끔 예전에 썼던 글과 사진이 문득 올라온다. 


오늘 3년 전... 둘째 5학년 막 사춘기가 시작될 즈음에 일기가 올라왔다. 


막내가 선물로 받은 글라스 테코(물감을 짜고 굳혀서 창문에 붙이는 아이들 그림도구)를 둘째가 

도와준답시고 급하게 물감을 짜고 세게 짠 물감들이 뒤섞이고 책상 위엔 물감 범벅


그러다 순간 머리를 만졌는지 머리카락엔 물감이 굳어있고...


그때의 기억이 사진과 글을 통해 떠올랐다. 까맣게 잊었던 기억.


웃음이 나면서 상세한 내용을 후루룩 읽어버린다. 


그때 얼마나 화가 났는지 상세하게 기록을 해놓았다. 글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기. 


나: "물감 너무 세게 짜면 넘쳐."


아이: "안 세게 짰는데 그런 거예요." (변명)


나: "머리에도 묻은 거 같으니 손 씻지. 동생껀데.. 좀 남겨놔야지. 동생 울겠다."


아이: "머리는 안 만졌어요." 


내가 그 장면을 찍으면서 뒤통수에 물감 묻는 사진도 찍어서 보여주었다.



아이: "별로 티도 안 나네요. 머리 감으면 바로 지워져요. "


나: "완전 굳어버리면 생각보다 안 떨어지거든?"


아이: "그럼 그 부분만 살짝 잘라내면 되죠 뭐."


(속에선 화가 슬슬 나기 시작하는 나, 부글부글 참을 인)


그러다 물감이 넘쳐 망쳐지니 혼자 짜증을 내는 아이.


혼자 맘대로 안 되니 씩씩거린다. 


내가 마룻바닥에 묻은 것을 정리하라 하니..


그렇게 빨리 안 굳으니 마저 다 하고 나중에 하겠다고 함. (사춘기 반항 초기 증세)


대충 일단락되고... 


형제가 같이 가는 수업이 있어서 버스 타고 가라고 손을 흔들면서... 


형이랑 멘토링 수업에 가야 하니~ 


나: "조심해서 차 잘 보고 건너고~"


아이: "엄마. 차가 잘못한 거면 보상받을 수 있대요."


이러고 뒤돌아 가는 아이. (해맑은 뒷모습에 나만 화나고...) 


엄마를 슬슬 놀리는 것 같아서 나도 한 소리 함. 


"아무리 보상받아도 니가 없으면 안 되잖아. 에효. 이 녀석아~ 이 녀석이 엄마를 놀리나?"


그리고 아이를 보내곤 좀 더 인내하고 웃으며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쪽지를 쓰고 문자를 보낸다.


엄마는 너가 짜증내고 막 말하고 거짓말이나 변명을 해도..

그래도.. 그래도.. 너를 많이 마음으로는 사랑해. 알지? 


아이는 알긴 알 거다. 

이렇게 3년 반이 흘렀다. 



사춘기의 정점이 지나 평온기에 들어섰다.

사춘기도 지나가는 과정인가보다.

엄마 품에서 떠나려고 독립하려는 시도, 건강한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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