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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교사가 크리스천 부모에게 전하는 부탁

11년 차 교회 교사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

by 프레즌트

교회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는 교사로 총 11년 차가 되었다.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영아부와 유치부, 장애아동 보조교사 등을 했었고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는 소년부(초등 5~6학년) 아이들을 8년째 만나고 있다.


일요일마다 어린이 예배 후 매주 분반 공부를 하고 일 년에 2번 겨울과 여름 수련회를 간다. 특히 여름 수련회는 2박 3일로 진행이 되고 함께 예배도 드리고 자고 먹고 놀고 나누는 시간들이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반응하고 아이들을 관찰하고 함께 하며 매주 자리를 지킨다. 교회 오는 것만도 기특한 아이들이다. 가끔 학부모들과 통화를 하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아이들을 만나지만 부모님들과 연락하는 일들도 생긴다. 아이들을 보면 부모님들이 보이기도 하고, 정말 잘 자란 아이들을 보면 부모님들이 존경스럽고 궁금하기도 했다.


가장 난감한 순간은 한 친구가 조금 소외되는 듯한 때인데, 그 중간에서 교사는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연결시켜 주고 적응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다가가야 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잘 지도하시며 다정하셨지만, 간혹 엄격하고 완벽주의적인 크리스천 부모님들을 만나면, 나 조차도 숨이 턱 막힐 듯했다.


아이들은 경직이 되어 있고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자기 생각보다는 어른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을 말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투명해서, 표정을 보면 아이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이 신앙에서 멀어지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님의 이중적인 모습 때문이다. 교회에서는 천사 같지만 집에서는 무섭고 통제적인 부모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고 실망하게 된다.


자녀는 이렇게 믿는 가식적인 부모님의 일상을 보면서, 나는 이런 게 믿음이라면, 믿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독교에서 이웃 사랑을 강조하지만 정작 생활 가운데 사랑의 실천이 없는 이기적인 부모님의 모습을 자녀들은 누구보다 잘 관찰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 가서 반듯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경우, 아이들은 교회가 편한 곳이 아니라 불편하고 재미없는 곳이 되어버린다. 직분이 있는 부모님들의 자녀들은 그에 걸맞게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옷도 단정하게 입고 언행도 신경 써야 하고 인사도 잘해야 하고 배려심도 많고 착해야 한다 등등...


요즘 수련회를 못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가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바로 학원을 빠질 수 없어서였다. 물론 친한 친구가 없거나 부모와 떨어져서 자는 걸 싫어해서 안 가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 안전이 걱정되어 절대 안 보내시는 부모님들도 계신다.


사실 요즘에는 학교에서 수련회나 극기훈련 등이 축소되어 자고 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특히 초등학교는 더하다. 사라지다시피 하여서인지,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련회를 가고 싶어 한다. 사실 몹시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일주일 전부터 짐을 챙기고 뭐 하고 놀지를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수련회를 가기 싫다던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갔다 오면 학원 보강과 밀린 학원 숙제를 다 해야 해서 그 시간이 고통스러워서 안 가겠다고 했다.


새벽 2, 3시까지 해야 한단다.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쯤 되면 학업 때문에 부모님들이 망설이는 경우들도 제법 생긴다.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크리스천 부모님들의 자녀로 사는 것은 더 힘든 일이기도 하다.

공부도 잘해야 하고 배려심도 많아야 하고 인사성도 밝아야 하고 신앙생활도 철저하게 해야 하는 완벽한 만능인이 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생활 속에서는 신앙보다는 성적과 대입을 더 신경 쓰는 부모님들을 본다.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에 가면 혹은 좋은 직장에 가고 나면, 언젠가 신앙으로 돌아오겠지 막연한 기대를 품지만 부모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먼저다.


물론 다양한 변수와 부모의 훌륭한 신앙과 인격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잃게 되는 상황들도 많다. 그때는 기도와 더불어 기다림과 끊임없는 아이를 향한 사랑과 신뢰가 필요한 때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가식적인 부모가 되지 않고자 노력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엄마인 나의 사회생활 중에 더 친절하고 더 착한 모습을 본다.


신앙교육은 집에서 거의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하는 변변치 않은 것들은 이렇다. 일요일에 아이들에게 잔소리하지 않기. 교회 간 것만도 귀하다고 칭찬해 주기, 일요일에 집에서 더 재밌게 또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허락하기 정도이다. 주말 저녁에 외식을 하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하면서 놀기도 했었다.


지금 세 아이 중 첫째와 막내는 신앙생활을 좋아하기도 하고 스스로 그 시간들을 잘 보내며 믿음이 자라고 있다. 둘째는 고2가 되어 갑자기 '하나님이 계신지 모르겠다.'라고 하며 현재는 교회를 거의 안 가게 되었다.


둘째에 대해 조급해지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다. 아이의 성향에 맞게 만나주실 것을 기대하고 그 시기가 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앙은 강요로 키워지지 않는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도하면서 아이를 존중하며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시간들로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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