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쉬는 청년’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방송을 통해 접한 내용들은 훨씬 더 심각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열심히 살지 않아서 쉬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노력들을 했지만 펼쳐보지 못하고 쉬게 되어버린 청년들, 그들이 쉬는 청년들이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스펙을 쌓기 시작해요. 자격증을 따고, 어학 점수를 만들고, 인턴 경험을 쌓으며 취업을 준비합니다. 수십 번의 지원서와 여러 번의 면접 끝에 돌아오는 것은 대부분 불합격 통보가 되다 보니, 지치고 자격 없고 부족하다는 의식이 커지게 되지요.
처음 몇 번은 “다음에는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러다 실패가 반복되면 마음이 조금씩 무너지고 조급해지고 어느 순간 놓게 되는 지점이 옵니다.
‘내가 부족한 걸까?’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이 커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 즉 무기력으로 들어갑니다.
무기력은 단순히 의욕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밖에 나가는 것조차 버겁게 만들어버립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점점 피하게 되고요.
처음에는 잠깐 쉬는 것 같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 자신을 힘들게 몰아가게 되지요.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면 사회와의 연결이 점점 약해지면서,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기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감각도 서서히 사라져 버리지요.
쌓인 경력은 없고 나이는 계속 많아지면서,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자신감은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렇게 어떤 청년들은 방 안에서 몇 년을 보내게 됩니다.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면 외로움은 커지는데, 막상 사람을 만나는 것은 더 두려워져 버립니다. 오랜 시간 혼자 지내다 보면 생활 패턴도 무너지고 방이 정리되지 않고, 집안이 쓰레기로 가득 차는 경우도 생기고요.
어떤 사람들은 쉽게 말하기도 해요.
“요즘 청년들은 의지가 없다.”
"다 핑계다."
"게을러서 그렇다."라고요.
정말 게을러서 의지의 부족으로 이렇게 되는 것일까요?
많은 고립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단지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고 성취한 경험을 잊어버린 겁니다.
전문가들은 취업 지원보다 먼저 ‘일상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갑자기 취업을 목표로 삼기보다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지요.
하루에 아주 잠깐 산책하면서 햇빛 쐬기.
카페에 가서 그냥 한 시간 앉아 있기.
어릴 적에 좋아했던 취미를 떠올려보고 작게 시작해 보기.
이런 작은 행동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작은 시작은 잃어버렸던 기억, 작은 성취의 감각을 떠오르게 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쉬는 청년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상담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사람들과 천천히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모임도 만들고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의 공감대 형성은 하나의 연결이 되고 위로와 힘을 줍니다. 먼저 그런 과정을 시작하면서 차차 취업 준비 역시 할 마음의 준비, 한 걸음을 시작할 수 있어요.
청년이 다시 사회로 나오기 위해서는 기다려주며 포기하지 않는 따스한 시선들이 필요합니다. 그들에겐 천천히 뭐라도 다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회적 온기가 필요합니다.
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지 취업 정보가 아니라,
“괜찮다. 천천히 다시 시작해도 된다.”라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이 세상에 나가기 싫어서 방에 있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해요.
너무 오래 문 앞에서 실패하다 보니, 문을 여는 것 자체가 두려웠을 거예요.
그들이 다가오길 기다리지 말고 그들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같이 한번 나가보자~ 기다려줄게."라는 동행의 말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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