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장녀는 장녀인가 봅니다.

친정에 들러서 해결한 일들은?

by 프레즌트

저는 씩씩하고 헌신적인 K-장녀는 절대 아닙니다.

그저 부모님 집 가까이 살면서 어쩌다 한 번씩 뵈러 가는 정도가 다이고 연락도 자주 드리지 않습니다.


방문 수업이 끝나고 날씨도 좋아서, 근처에 사시는 엄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서울랜드, 어린이대공원, 올림픽 공원, 석촌호수 등 근교로 꽃구경을 가면 어떨까 싶었어요. 차로 30분 안 거리여서 갈만 했습니다.


평소 전화를 받으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어딘지 힘들어 보이셨어요.

웃으시면서 받으실 때가 많은데, 피곤한 목소리이고 어둡게 느껴졌지요.


나: 엄마. 무슨 일 있으셔요?


엄마: 내 피부에 또 뭐가 났어. 걱정이다. 아빠도 병원에 가셔야 하는데 계속 배 아파서 잘 먹지도 못하고.. 계속 집에만 저러고 있으니 엄마가 아무것도 못하고 너무 힘들다. 와이파이도 고장이 나서 핸드폰도 안 되고 쿠팡에 주문도 하나도 못하고 있어. 와이파이 공유를 해주면 안 되었었나 봐. 이번에 바꾼 핸드폰 버튼도 익숙하지 않고 계속 패턴이 잠겨서 너무 불편하구나. 이따 **이가 도와주러 집에 들른다고 했어.


나: 에구. 피부가 그래서 어째요? 계속 고생하고 계신데.. 에구. 아무래도 큰 병원 가셔야겠어요. 엄마랑 날 좋아서 꽃구경 가려고 했어요. 핸드폰도 안 되고 요즘 세상에 진짜 답답할 텐데.. 엄마 저도 기계치이긴 하지만 잠시 들를까요? 저랑 다른 피부과도 한 번 가요. 아빠께는 제가 병원 가시라고 한 번 더 이야기해 볼게요.


그렇게 저는 엄마, 아빠 댁에 갔어요.


1. 핸드폰 문제 해결


일단 와이파이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아서 엄마가 찾아놓으신 챗 GPT 방법을 활용하여 공유기 초기화를 시키고 **유선에 연락을 하여서 AS 신청을 했습니다.


2. AS 신청


아예 이참에 ** 인터넷을 까는 게 낫다는 판단 하여 다시 AS를 취소하고 다른 곳에 신청을 합니다.


3. 쿠팡앱 자동 로그인 설정


엄마가 가장 답답한 것이 쿠팡앱이어서 로그인을 다시 시켜드립니다. 인증하고 나면 전(이전) 핸드폰에서는 바로 위에 문자가 나왔는데, 이번 핸드폰은 찾으려고 하면 이미 인증 번호가 끝나버린다고 하시네요. 어디 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시니어 수업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내용들을 숙지를 하고 있어서 쉬운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4. 피부과, 약국 가기, 큰 병원 진료 예약 완료!


바로 검색을 하여 저희 동네 피부과에 모시고 갔어요. 가서 엄마 상황을 말씀드리고 큰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진단서도 뽑아옵니다. 그 근처 약국에서 약도 지어오고요.


5. 점심 및 산책


점심때가 되어서 집 근처 맛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도 합니다.


다시 모셔야 드리는데, 엄마 표정이 한결 가벼워지셨어요. 아빠는 내일 병원에 가신다고 하셨고 엄마는 일단 답답한 인터넷 문제가 해결될 예정이고 쿠팡 자동 로그인이 해결되고, 계속 잠기던 패턴도 풀려서 답답함이 줄어들었다 하십니다.


이렇게 3시간 반 정도만에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해결되었어요.


저도 내심 뿌듯합니다.


별거 아닌 것이어도, 그것이 안되면 정말 답답하고 짜증이 날 수 있으니까요. 그 마음 저도 아니까요.


6. 마지막으로 당부도 드립니다.


"엄마가 그동안 아빠 때문에 많이 고생하신 거 맞고요. 저도 엄마처럼은 못하지만 아빠도 이제 곧 여든이시고 남은 시간들 생각보다 적을 수 있으니, 많이 답답하고 화가 나시더라도 불쌍하게 여기시면 좋겠어요. 엄마.

엄마. 그래도 남편이 있다는 것이 엄청 크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지금도 너무 잘하고 계셔요. 엄마가 대단하신 거 저도 인정합니다."


엄마는 알겠다고 하시고 웃으시며 손을 흔드십니다.


내일은 엄마랑 동생네 집에 놀러 갑니다. 그 근처에서 제가 학교 출강이 잡혀서, 가는 김에 엄마를 동생네 모셔야 드리려고 해요.


일본 여행을 기점으로 저도 엄마,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과 결심을 하였어요. 이제야 다시 철이 드나 봅니다.



소중한 엄마, 아빠.
두 분이 아직 제 곁에 계셔서 너무도 눈물 나게 감사합니다.
앞으로 추억 더 많이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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