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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Aug 26. 2022

가깝고도 먼 이름.. 나의 아버지

난 언제부터 아빠와 멀어졌을까?

아버지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에 답답함이 밀려온다. 어릴 적 난 분명 아버지를 좋아하고

닮고 싶어 했었다.

아빠의 융통성을 좋아했고 유머와 긍정적인 생각을 존경했었다.


IMF로 빚보증을 서시면서 아빠의 시골 땅은 다 넘어가고 유일한 아빠의 노후였던 꿈도 사라져 버렸다.

결국 마음이 많이 여리시고 (현실성보다는) 뜬 구름을 잡듯이 선비처럼 편하게 살아오신 아빠의 해맑음이...

엄마의 그늘을 만들어냈다. 평생 육체적 노동을 하는 자리에서 살아오신 엄마.


그렇게 내 나이만큼의 긴 세월 동안... 장사부터 시작해서 손에 지문이 다 닿아질 때까지..  

엄마는 한시도 쉬신 적이 없으셨다.  

반면 아빠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시고

월급 생활은 적성에 맞지 않으셨다. 


그나마 시골 땅이 있었을 때는 희망도... 노후에 생활할 공간과 경제력도 존재했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엄마는 그 땅을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하고 사셨고

곱던 엄마의 손과 얼굴엔 나이듦의 흔적, 육체의

노화과 아픔만 남았다.

엄마가 일하지 않으면 우린 생활을 할 수 없었으니까...


아빠는 인정도 많고 인기도 있으셔서

항상 환대를 받으셨고 엄마에게도 우리에게도

편하고 부드럽게 대해주셨다.


엄마가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아빠 원망을 하면..

아빠는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운동법을

설명하셨다. 아내가 평생 벌어다 주는 돈으로

따스한 방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아빠가 왜 이리 미운지...


아빠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신 것도 아닌데...

그래서 매일 운동하며 세끼 식사를 골고루 챙겨 드시는 아빠가 보기 싫었다.


그런 아빠를 미워하는 것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차라리 아빠가 좀 나쁜 사람이면 실컷 미워라도 할 텐데.. 

아빠는 항상 미안해하시고 만날 때마다 날 보고 웃으시는데 난 아빠가 점점 더 불편해졌다.


한 번은 울면서 아빠가 청소하시는 분, 경비아저씨, 막노동을 하셨다면 나는 너무 좋았을 것 같다고

한 적도 있다.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신 건 맞는데..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집안에 막내로... 

살아오셔서 였을까?


아버지의 부재로 가장 역할을 하시는 어머니만 보셔서 그러셨을까?

집안에 재산이 많아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한 번도 고생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러셨나?

아무리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해도... 마음 가운데 이해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단단하게 나를 눌렀다.


친한 친구가 그랬다. 너희 아빠는 요즘 시대로 말하자면... 사회복지사나 상담가가 정말 잘 맞으셨을 것 같아.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시잖아.


약자에 대한 관심도 많으신 아빠.

그런데 정작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의

슬픔과 억울함은 해결해주지 못하실까? 


아빠를 정말 이해하고 싶었다.


매일 기도한 지 20년이 넘어간다. 

처음엔 아빠를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아빠를 이해하게 해 달라고... 용서하게 해 달라고...


아직도 기도가 응답되는 그 과정 중에 있다. 이제는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아빠를

인정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또 아빠를 존중하게 해 달라고.. 어쩌면 영원히

아빠를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빠니까

아빠의 불완전한 모습을 그냥...

받아들이고 싶다. 


#상처 #가족 #아빠 #미움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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