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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하루 Jul 30. 2024

이제 곧 마흔인데 괜찮겠어?

회.사.원이 되다

10년을 넘게 치과위생사로 일하고 퇴사를 결정했다.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컸고 퇴사의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이쯤이면 됐다 생각한 것 같다. 나도 참 무계획의 끝판왕이다.

사실 나는 궁금했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인간인지. 

도전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으니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의 만류에도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

막상 퇴사를 앞두니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결론은 세상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몰랐던 것도 아니지만 10년 동안 온실 속에 있다가 마주한 진짜 현실은 두렵기만 했다.

매일 초원 가운데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기분이었다.

퇴사 후 방황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새로운 '업'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쓸데없는 자존심만 남아서 섣불리 지원하기가 힘들었다. 

방황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퇴사 후 3년 정도 흘렀다. 그동안 잠시나마 일을 하기도 했지만 정착하지는 못했다.

결국 이제 '업'은 됐고 나를 받아줄 또는 내가 필요한 직장이면 어디든 가야겠다 다짐했다.

자존감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기로 했던 거다.




'마케팅 회사에 기획자를 뽑는데, 한번 지원해 볼래?'

아는 분이 제안을 했다. 이력서를 쓰는 데 이 분야의 일이 처음이라 이질감 가득한 이력서가 완성됐다.

너무나도 다행히 결론은 합격이었다.

병원 생활을 오래 하면서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직장인이 부러웠었다.

토, 일을 쉬는 것도 나에게는 큰 로망이었다. 금요일을 불금이라 부를 수 있다니..


병원은 토요일이 가장 바쁘다. 

금요일 저녁에는 불금은커녕 컨디션 관리로 평일보다 더 평일스럽게 마무리해야 하는데 

드디어 나도 회. 사. 원이 된 것이다.

설렘이 가득했다. 다가올 현실은 그때 생각하자!




'근데 2년 뒤면 마흔인데 생판 모르는 새로운 길을 간다고?' 

첫 출근도 하기 전인데 주변의 시선이 걱정스럽다.

아이도 있고 나이도 많고 이 나이에 회사를 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면허로 일하는 전문분야를 버리고 가는 게 내 장기적인 커리어에도 좋지는 않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달랐다. 마흔에라도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생각이라도 그렇게 해야 내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 어설픈 직장인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큰 결정을 할 때 오히려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또 과감한 결정을 즐기기도 한다.

마흔 정도 살면서 내가 느낀 건 가지고 태어난 무기가 적을수록 인생을 바꿀만한 간 큰 결정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을 떠나 6시간이 걸리는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가게 된 것도 10초 만에 결정한 것이니.

어쩌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마흔의 회사 생활은 생각보다 순조로운듯했다. 

나이를 소개하는 순간만 빼고 말이다. 아... 5살만 어렸다면...

그렇게 하루하루 꾸역 구역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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