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특별함으로
기획은 누군가를 어떤 브랜드를 브랜딩 하는 과정이다.
기획을 통해 브랜딩이 완성되니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무언가를 형상화하는 단계라 표현할 수 있겠다.
없거나 희미하던 존재를 눈과 마음에 나타나게 하는 것
그래서인지 눈에 띄는 외모,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이 있는 경우는 기획을 하는데 그리 힘들지 않다.
문제는 평범함에 가려진 대부분의 것들을 어떻게 특별하게 만들어 기획할 것이냐다.
정보는 빠르게 공유되고 너나 나만 아는 기술이나 능력은 거의 없다.
능력의 평균치가 높아져 어떤 분야든 수준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 안에서 도태되지 않는 한 기본은 한다.
기본은 하는 경우, 기본만 하는 경우 바로 거기서부터가 문제가 된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싶은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업을 이어가고 있는지?
물으면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비슷하다.
본질을 추구하는 것은 변하지 않으며 선하고 올바른 일을 하고 싶고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자본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사실 여기에 다른 마음이 비춰 보이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내가 이런 사람이란 걸 알고 많이 찾아줬으면 그래서 흥했으면
어쨌든 서로 공유라도 하듯 비슷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은 건 본질이란 게 변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진부한 대화들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그 사람의 필체에서 그 사람이 자주 쓰는 단어에서 나는 차이점을 발견한다.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유독 사람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고 답답할 만큼 형식을 중요시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본인을 좋은 표현으로 포장에 리본까지 달았지만 나는 포장지 안에 그 사람이 어느 순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럼 반은 된 거다.
그 '다름'을 통해 특별함을 찾고 다듬어 신선하고 매력적인 기획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가끔은 미안하게도 오랜 시간 투자해도 매력 포인트를 찾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자꾸자꾸 자주 들여다본다.
같은 인터뷰지도 다른 시각으로 다른 시간대에 다른 공기의 흐름으로 반복해서 읽는다.
오전에 커피 한잔 하면서 읽는 글과 오후에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읽는 글. 조용히 혼자 사색을 하면서 읽는 글은 분명 같은 글인데 다른 글로 읽힌다.
나태주 시인의 시에도 나오듯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했는데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했는데
정말 그렇다. 오래 보고 자세히 보면 누구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대신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찾고 싶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다.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니라도 찾을 수 있다 생각하면 어느 순간 번득하고 기획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럴 때 나는 희열을 느낀다. 도파민 보다 더 강력한 엔도르핀이 솟는 기분이다.
회사 생활도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
내 손에서 내 글에서 무언가 만들어진다 생각하니 가끔은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
그래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내가 찾은 거다.
무거운 마음은 내려놓고 오늘도 자주 많이 들여다본다.
누군가 나도 그렇게 나를 찾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