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오늘
무얼 해도 재밌지가 않고 했다고 치고 그냥 넘어가는 일들이 늘어난다.
준비되지 않은 마흔은 그렇게 나를 무기력함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아침 일찍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출근하는 내 모습이 마치 내 마음과 같다.
생각은 꽉 차 있는데 한 없이 흔들리고 있는 내 마음 말이다.
새로운 직장을 다닌 지도 3년이 되었는데 이 악물고 3년만 견디자 하는 시기도 다 된 것이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이 길을 계속 걸었을 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하고 내가 뭘 해야 행복한지 나에게 수 없이 물어봤다.
사실 회사의 대표도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띠 동갑보다 나이가 적은 부서원들도 많다.
되돌아보니 나 보다 그 사람들이 내가 더 불편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 보다 나를 괴롭히는 건,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적어도 나는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긴장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는 것.
인간은 조금 실수해도 귀여워 보이고 인간미 있어 보이는데 나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전혀 외롭지 않지만 지극히 불안한.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닌데 마흔의 나는 괜찮아야 하는 게 나를 괴롭게 했다.
얼마 전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부서원이 고민을 내게 털어 놓았다.
내가 그 친구에게 해주었던 말은
생각보다 사람들은 너에게 관심이 없고, 네가 해내야 하는 일이 아닌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그러고 나서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사람들이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니 마음 편하게 한번 일해보라고 했다.
그러고도 안 되면 말을 하라고..
대화를 끝마치고 나니 그 말이 마치 나에게 하는 말인 것만 같았다.
아니 적어도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이라 느껴졌다.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말이
나 만큼만 하자, 나 처럼만 하자인데 정작 나는 가면을 쓴 듯 능숙한 연기를 펼치려 하고 있었던 거다.
물론 그 연기를 보는 관객은 없다.
나도 배울 자격과 권리가 있다.
나도 성장하면서 회사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오늘부터 너무 다그쳤던 나를 좀 풀어줄 거다.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