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에 울고 웃기
잠들기 전 무심코 연 쇼츠와 릴스를 보다 30분이 훌쩍 지나간 걸 알았다.
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도파민이 터져서 그런지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의도적으로 숏폼을 멀리하고 있는데, 업무로 숏폼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다.
물론 내가 만드는 숏폼은 병원이나 회사를 홍보하는 용도이고 완성도가 그렇게 높지도 않지만 업체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한 두 개씩 만들어 주곤 한다.
많이 봐야 트렌드도 알고 감도 익히니 본의 아니게? 주기적으로 숏폼을 봐야 한다.
특이한 건 숏폼은 1분 내의 짧은 영상인데 요즘은 짧아도 너무 짧다는 거다.
다시 말해 너무 짧다고 느낀 숏폼들이 인기가 좋았다.
내가 만든 숏폼도 5초 정도 짜리가 가장 반응이 좋았다..
아니, 세상에 30초도 길다고 느끼는 세상이 된 거다.
10초, 아니 3초짜리 숏폼 하나로 소위 말하는 떡상각을 만든다.
나는 안 볼 거라 매일 다짐하는데 내가 안 볼 거라 다짐하는 숏폼을 내가 만들고 있다. ㅎㅎ
5초 짜리 숏폼에 반응이 터져 나는 보람된 마음에 웃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자극이 빨라야 하고 도파민도 빨리 터져야 한다.
그렇게 짧아지다 어디까지 짧아질 건지
이러다 앞으로 다른 어떤 숏하고 강한 도파민을 찾을 수 있을지..
그래서인지 요즘은 책이 잘 안 읽혀서 한 권을 3주를 넘게 잡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별다른 이유로 속도가 나질 않는다.
오늘 일부러 밖으로 나와 커피숍에서 남은 책을 다 읽었다.
책은 느려도 너무 늦다.
읽다 보면 두세 번 읽어야 하는 문장도 있고
줄을 치거나 접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종종 생각하게 만들어서 잠시 멍을 때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마음에는 도파민보다 더 강한 그 무엇이 나오고 있는 기분이 든다.
잠시 왔다 사라지는 기쁨이 아닌 잔잔하게 마음의 근육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책이 나를 떠난 기분이다.
내일은 또 숏폼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는 조금만 더 길게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