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달리기 운동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던 건 2020년 어느 초 겨울이었다. 좋지 않았던 건강 습관으로 망가진 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자 시작했다. 그렇지만 두 달 이상을 꾸준히 하지 않았다.
30분 달리기를 목표로 인터벌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지만 나는 항상 3주 차에서 넘어가질 못했다. 나의 달리기는 최대 3분.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나를 망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피곤한 건 딱 질색이라 비교하는 것조차 잘하질 않았는데 달리기를 하고 처음 나를 망치는 '남과 비교'를 하고 말았다.
운동을 꽤 오래 한 친구들이 7km 이상을 뛰는 걸 보고선, 고작 3분 이상 달리기를 못하는 내가 참 미워 보였다. 심지어 한심하기까지 했다. 나는 왜 해도 안 되는 걸까? 3분 달리기 하는 것도 힘든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 걸까? 이 정도가 적당히도 못하고 간만 보고 멈췄던 게 아닐까?
난 적당함을 찾고 싶었다. 대충 하기엔 건강을 너무나도 원했고, 열심히 하기엔 게을렀다. 정답없는 답을 찾으려니 막막했다. 이렇게 또 조금 뛰다가 포기하겠구나 싶었지만...이상하게 이번엔 포기하기 싫었다.
그냥 뛰자, 그냥 뛰는 거야.
모르겠으니까 일단 뛰어보자.
그렇게 뛰다보니 3분을 넘어 30분까지 뛰어버리고 말았다. 늘어난 체력은 물론 희열과 성취감은 보너스였다. 마냥 기쁘지만 하면 좋겠지만 여기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나의 의문은 멈추지 않았다. 희열 뒤로 좌절이 따라왔다.
남들은 더 빠르고 더 오래 뛰던데, 왜 난 아직도 힘들까? 내가 너무 대충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정말 힘든데..머리가 복잡할 질 때쯤 운동을 오래 한 친구와 연락이 닿아 물었다.
"적당한 운동량은 무엇일까?"
친구가 가볍게 대답했다.
"운동을 하고 다음 날 안 아플 정도로 하면 돼"
물음표였다. 대충 해도 안 아픈 거 아닌가? 적당함을 찾기 더 어려워졌다.
그렇게 의문인 채 다시 달렸다. 여전히 힘들 때는 힘들고, 좋을 때는 좋았다. 그렇게 또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적당한 건 무엇일까?"
"나도 적당함에 대해서 생각을 한 적 있었는데. 라면을 생각하면 돼!"
라면? 무슨 소리지? 멍하니 친구를 바라보니 친구는 반짝이는 눈을 대답했다.
"요리를 즐겨하고 자주 하는 너는 라면 물을 맞출 때 적당히 눈대중으로 맞추잖아. 하지만 요리를 잘하지 않는 나는 라면 하나 끓일 때도 계량컵이 없으면 어려워. 너만큼 요리를 자주 하지 않아서 잘 모르니까."
친구의 말에 나는 복잡했던 머리가 싹 정리가 됐다. 입이 떡하고 벌어지니 친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운동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래 달리기를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으니까 조금 더 익숙해지면 너의 적당함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라면 물을 쉽게 맞추는 거처럼!"
친구는 명쾌한 답을 내게 줬다. 맞는 말이다. 고작 두 달 반 정도를 달리는 내가 좌절을 하다니.
그리고 깨달았다. 비교 대상은 나여야 했다. 생각해 보면 두 달 전의 나는 3분도 겨우 뛰었고 지금은 30분을 뛴다. 심지어 체력은 정말 말도 안되게 차이가 난다. 나는 바보같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만 했다.
달리기를 하고 변화를 보려면 최소 6개월을 걸린다고 했다.
꽃을 피우기까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없이, 과정없이 꽃을 피울 수 없다. 더 빨리 꽃을 피우기 위해서 페이스를 잃다간 결국 혼나는 건 오직 나 자신 뿐이다.
힘들 것이다. 물론 지치고 우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그냥 나아가고 싶다. 더 익숙해지면 친구의 말처럼 나의 적당함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적당한 속도와 나의 적당한 거리를.
그러니 나답게 대충 또 열심히 달려보자.
ps.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한 너를 응원한다. 같이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