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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Dec 19. 2021

성명굴 이야기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율도리 마을 뒷산 암벽에 천연적으로 뚫린 굴로 이곳의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옛날 성인들이 이곳에 기거하였다 하여 성명굴이라 마을 사람들이 불러오고 있다.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옛날 성명굴에 스님 한 분이 열심히 불경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이 굴의 내부에 뚫린 새끼 손가락만한 구멍에서 쌀이 나오므로 스님은 탁발을 하지 않고도 지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마을주민이 불공을 드리러 가면 사람의 숫자만큼 쌀이 나와서 공양 걱정을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이 불공을 드리러 가면 세 사람 몫의 쌀이 나오고 열 사람이 불공을 드리러 가면 열 사람 몫이 나와 공양 걱정 없이 몇 년을 잘 지내 오던 어느 날 행자승(상좌승) 한 분이 이 굴을 찾아와서 같이 불경공부를 하였는데 이 행자승이 온 이후부터는 쌀 구멍에서 매 끼니 2인분 밖에 쌀이 나오지 않기 시작했으며 주민이 불공을 드리러 가도 쌀은 여전히 두 사람 몫만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당초부터 이 굴에서 공부하던 스님은 자기의 정성이 지극하지 못하여 옛날같이 쌀이 안 나온다고 믿고 더욱 열심히 불경을 외우고 정성을 다 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 굴 구멍에서 쌀이 나와 공양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는 소문이 각지에 퍼져 나가게 되어 이 굴을 찾아오는 행자승은 자꾸만 늘어갔으나 쌀 구멍에서는 여전히 끼니마다 두 사람 몫의 쌀밖에 나오지 않았으므로 늘어나는 행자승의 공양을 세월이 흐르면서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로 또 한 끼로 나중에는 죽으로 공양을 하는 지경이 되었다.

  당초의 스님은 가장 먼저 찾아온 행자승이 불결하고 공부가 적어 산신령이 노하여 쌀을 적게 나오게 한다고 믿었다. 그는 모든 행자승을 모아 놓고 자기가 이제까지 지내온 내력과 쌀 구멍 이야기를 한 다음 처음 행자승이 온 이후로 쌀이 두 사람 몫만 나오게 되었으니 이 행자승을 다른 곳으로 보내든지 죽여야 한다고 하였다.

  곁에 있는 행자승들이 그 사람은 공부도 적고 깨끗하지 못하여 산신령이 노한 것이 분명하며 다른 곳으로 보내도 또한 불결하고 공부가 적어 그곳 산신령도 노할 것이므로 이곳에서 죽이자고 말을 하였다.

  이에 스님은 행사승을 굴의 바닥 한 가운데 있는 맷돌에 갈아 죽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웬 일인가? 그 행자승을 죽이고 난 이후부터는 쌀 구멍에서 쌀이 나오지 않고 차가운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스님과 행자승들은 자기들의 잘못을 깨닫고 각기 흩어져 갔다고 한다.

  지금도 성명굴의 바닥에는 맷돌이 있고 쌀 구멍에서는 물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이 장소에 율도 출신으로 부산 동래에 거주하다 사망한 정태용씨가 암자를 창건하여 성명사로 이름지었다. 당초의 성명굴에는 성명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며 지금도 절터가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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