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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Nov 07. 2021

두꺼비섬과 뱀섬 이야기1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비가 오지 않고 흉년이 들면 사람들은 일은 하지도 않고 술이나 마시고 동네사람들끼리 시비만 잦으니 인심이 흉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뭄이 계속되던 어느 날 한 농부가 뒷산에 올라가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주위 어디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두꺼비 울음소리였다. 두꺼비는 비가 오려고 하면 나타나는 동물이다. 그런데 가뭄이 계속되는 중에 두꺼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어디엔가 두꺼비가 있다는 것인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농부는 귀를 세워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주위는 잠시 조용해졌다. 그래서 농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너무 비를 기다리다 보니 헛소리가 들리는군.”

  농부는 혀를 끌끌 차고 산에서 내려오려고 하였다. 이번에는 분명히 아까보다는 더 작은 소리지만 두꺼비의 울음소리가 또 들렸다. 그곳은 왼쪽 발아래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위치까지 분명했다. 농부는 그곳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평소에는 물고기가 있는 곳이지만 가물던 때라 먼지가 날 정도로 말라 있었다.

  “이렇게 마른 땅에 두꺼비가 있을 턱이 있나?”

  중얼거리고 있는 농부의 귀에 자지러질 듯한 소리가 들렸다.

  “꼬르르륵… 꼬르르륵…”

  농부는 허리를 굽혀 밭두렁 밑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큰 구렁이가 한 마리 있었다. 이 구렁이는 두꺼비를 칭칭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꺼비는 구렁이한테 먹히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었으나 구렁이가 몸을 감아 죄어들고 있어 울음소리마저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농부는 생각 끝에 소리를 질렀다.

“쉬, 이놈의 구렁이야 저리가!”

두꺼비는 농부를 힐끔 쳐다보았다. 농부는 돌을 들어 구렁이 옆에다 던졌다. 놀란 구렁이는 감고 있던 두꺼비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저쪽으로 스르르 기어갔다. 구렁이에게 풀려난 두꺼비는 눈을 두어 번 껌뻑거렸다. 그리고는 엉금엉금 기어서 구렁이의 반대편 밭두렁 아래로 갔다. 가다 말고 두꺼비는 뒤로 고개를 돌려 농부를 바라보았다.

  살려줘서 고맙다는 뜻일까. 멀거니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가버렸다. 농부는 ‘참 별일도 다 있구나’ 푸념을 하였다. ‘뱀도 날궂이 할 때 잘 나타나는데 이렇게 쨍쨍한 날에 두꺼비와 구렁이가 어째서 저렇게 나타났을까? 그리고 하필이면 거기서 그렇게 야단을 하고 있었으며, 공교롭게 그런 장면을 보게 되었는지’ 이런 생각을 하며 농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농부는 아내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농부와 아내는 그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잘 했어요. 좋은 일을 했으니 복 받을 거예요.”

“그래 비라도 흠뻑 오면 그게 바로 복일 텐데.”

“비가 올 거예요.”

  그날 저녁이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난 뒤 밖을 바라보니 노을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남쪽 세존도 위에는 제법 구름도 옅게 깔려 있는 것 같았다. 

“여보, 여보, 저길 좀 보구려. 저기 세존도 쪽에 구름이 일고 있구려. 아마도 비가 올지 모르겠는 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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