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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Nov 24. 2021

두꺼비섬과 뱀섬 이야기2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농부의 말에 아낙이 대꾸했다.

“그것 봐요. 좋은 일을 했으니 하늘이 비를 내려 주는 것이 틀림이 없어요. 정말 저 구름이 비구름이 되어서 곧 비가 오게 될 거예요.”

  그들 부부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날 밤 농부는 깊이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빗소리가 후둑후둑 들리는 것 같았다. 논을 번쩍 떴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다. 분명 비오는 소리 같았는데 비가 오지 않는구나 생각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곧 비가 오기는 오겠구나.”

  중얼거리며 농부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내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그는 낮에 있었던 그 밭두렁에 서 있는 것이었다. 두꺼비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자취가 사라지고 아까 저쪽으로 갔던 구렁이가 다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구렁이는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몸 전체가 짚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는 낮에 본 그 구렁이인데 몸통의 크기는 엄청났다. 그 구렁이는 슬슬 이쪽으로 기어와서는 낮에 두꺼비를 풀어준 그 자리에 와서 멈춰 섰다. 그리고 구렁이는 농부에게 항의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내 먹이를 풀어주는 거요?”

  뱀이 혀를 날름거릴 때 농부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 두꺼비는 단순한 내 먹이만이 아니라 내 원수였소. 내 새끼들을 날름날름 잡아먹은 원수였고. 그래서 나는 그 놈을 기어이 잡아먹으려고 몇 달을 벼르고 있었던 것이었소.”

  구렁이는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얘기를 계속했다.

“그 놈이 언제나 습기 있는 곳에 잘 숨어 있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 비를 못 오게 했었소. 땅이 모두 마르면 그 놈을 처치할 생각이었소. 그래서 몇 달이고 이 섬에 비 한 방울 오지 않게 했던 것이오. 그리고는 드디어 오늘 나는 그 놈을 찾아내고 만 것이오.”

  구렁이는 몸을 한번 비틀어 보이고는 다시 농부를 노려보았다. 험상궂은 인상이 자칫하면 농부에게 덤벼들 것도 같았다. 구렁이는 말을 이었다.

“그놈은 지금 저 마을로 내려갔고. 몸이 말라 있어서 바닷물이라도 몸에 바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소. 나는 바닷가에 내려갔을 때 또 덮칠 것이오. 만일 그때 당신이 또 훼방을 놓으면 당신의 집안은 물론 이 동네에 몽땅 재앙이 들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농부는 그냥 벌벌 떨고만 있었다. 구렁이는 농부를 한번 힐끗 바라보고는 자기가 온 쪽으로 슬슬 기어가는 것이었다. 농부는 그 구렁이에게 말도 한번 해 보지 못하고 구렁이의 이야기만 들었다. 그리고는 구렁이가 사라진 뒤 집을 향해 언덕을 마구 뛰어 내려왔다. 숨이 목에까지 차도록 뛰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여보, 여보, 왜 그래요.”

  농부는 꿈을 꾸고 있는데 마누라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다. 그리고는 지금 막 꾼 꿈 이야기를 했다. 마누라는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잊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마누라와 농부는 걱정이 되어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마누라가 먼저 물었다.

“그럼 만약 또 구렁이가 두꺼비를 잡아먹는 장면을 보면 어떻게 하겠소?”

“글쎄…….”

“아니 글쎄라니?”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하지? 이번엔 그냥 둬 버리지 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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