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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아람 Oct 02. 2021

미나리

-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를 보고 1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들머리     


‘미나리’가 일으킨 바람은 강력했다. 미국 할리우드를 넘어, 온 세계의 영화인들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이다. 한국어의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비평가들은 가장 미국적인 영화라고 추켜세웠고,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은 자그마한 한국 여성의 놀라운 연기력에 압도당했다. 윤여정 씨는 처음 크고 작은 영화제에 불려 다니며 다수의 시상식에 서더니, 마침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으로 각광을 받았다.

‘미나리’를 본 나의 첫인상은 아직도 영상미 근처를 맴돌고 있다. 맑고 깨끗한 하늘과 눈부시게 푸르른 산과 들. 음악은 정제되어 있었고 컷 프레임은 안정되고 차분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도록 플롯이 거슬려 마음이 불편한 지점이 없었다. 영상과 음악과 프레임, 이 같은 비언어적인 기호들은 내 집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 있다는 기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무염(無鹽)의 매력이 넘치는 자연스러운 연출을 따라가며 오래전 미국으로 이주한 어느 한국인 가족 이야기를 경청했다.

평론가들의 긍정적인 평가와는 반대로, 일반 관객들 사이에는 그다지 극찬받은 작품은 아니다. 밋밋하고 지루한 이야기였다는 일반인들의 평어에 따르면, 분명 ‘미나리’에는 말초신경을 건드릴 만한 자극적 장면이나 사건이 없다. 그런 인물이나 대사들도 없다. 전혀 날카롭거나 드세지 않은 영화인 것이다. ‘미나리’에서는 말초신경을 건드리거나 그 근처에서 서성이지 않고, 그것을 훌쩍 뛰어넘어 감성으로 직진하는 맛 같은 것이 느껴진다. 스프를 넣지 않고 손 간으로 끓인 라면 맛이라고 할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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