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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Mar 31. 2022

내계 폭포 이야기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월성리 내계 마을에서 남쪽 함양군 안의면 용추사로 넘어가는 외영골을 오르다 보면 수림으로 울창한 골짜기에 내계 폭포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선녀 폭포라고도 하는데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고 한다.     

옛날 이곳 산골에 한 젊은이가 혼자 살면서 나무를 해다가 장에 가서 팔아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산골이라 해가 빨리 지는 곳이기 때문에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무를 팔고 와서 저녁을 일찍 해 먹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 날밤 꿈속에 한 여인이 나타나서 젊은이에게 말했다.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위쪽의 폭포수에 가면 한 송이의 예쁜 꽃을 볼 수 있을 터이니 그 꽃을 가져다 집에 두십시오.”     

잠에서 깨어난 젊은이는 날이 밝자마자 폭포에 가보았다. 폭포에는 꿈속에 나타난 여인의 말대로 꽃 한 송이가 있었는데 그것은 인간 세상에서는 보지 못할 예쁘고 신비스러운 꽃이었다. 젊은이는 그 꽃을 조심스럽게 건져서 집에 가져다 놓았다.     

다음 날 아침 젊은이가 일어나서 마당을 쓸고 방으로 들어가니 웬 아름다운 여인이 방 안에 아침상을 차려놓고 앉아 있었다. 젊은이가 어안이 벙벙해 있자 여인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제가 서방님을 모시겠사오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아침 식사를 하시어요.”

순간 젊은이는 그 꽃이 화하여 연인이 되었고, 이 여인은 하늘이 자기에게 배필로 정해 준 것이라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일 년 뒤에는 이들에게 귀여운 옥동자까지 태어나 이들 초막에서는 웃음이 그칠 날이 없었다.     

여인은 본래 하늘나라의 선녀였다. 하늘나라의 법도를 어기는 잘못을 저질러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인간 세상에 내려와 삼 년을 살아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는 벌을 받게 된 것이었다.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게 된 선녀는 비록 가난하긴 하지만 산골에서 속세에 때 묻히지 않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를 보게 된 후, 반려자로 삼기로 하고 여인의 모습으로 화하여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선녀는 하늘로 올라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또한 아쉽기도 하였다. 그래서 어떤 때는 죄책감 때문에 남편에게 기한이 되면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그만두기도 하였다.     

어느덧 삼 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단 하루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내일이면 정든 남편과 귀여운 아기를 두고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는 아쉬움에 선녀는 마음이 울적해졌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폭포수 근처를 거닐면서 지난 삼 년 동안의 아름다웠던 일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만 발을 잘못 디뎌 이끼에 미끄러지면서 폭포수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집에서 귀여운 옥동자를 데리고 놀던 젊은이에게 폭포수 부근에서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젊은이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허겁지겁 폭포수로 달려가 보았다. 젊은이가 폭포에 당도하였을 때는 이미 사랑하는 아내의 주검이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젊은이가 아내의 주검을 건지려 하자 아내의 몸은 삼 년 전 자기가 건졌던 꽃으로 변했고, 그 꽃잎들이 폭포수 사방으로 떨어져 나가 흩어졌다. 이에 젊은이는 목놓아 통곡하다가 마침내 자신도 아기를 안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아내의 뒤를 따라가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내계 폭포를 선녀 폭포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이 폭포의 쏟아지는 요란한 물소리는 마치 젊은이의 통곡 소리와 같이 들린다고 한다.

- 1997년 경남 방문의 해, 경남 전설을 찾아서, 거창편, 5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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