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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Sep 11. 2022

한국사람6

- 한국문화의 원형을 찾아서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융합과 조화의 아름다움, 창조하는 천재들


만년을 기어올라 아득히 더 먼 옛날로 거슬러 가면, 농업혁명에 성공한 우리 조상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우리 조상은 기름진 땅을 찾아 생존을 건 이동을 시작하였을 것이다. 대륙의 추위를 피해 남하하던 북방 민족과 적도의 무더위에서 벗어나려고 북상한 남방 민족이 만나 이룩한 동양의 가나안, 고조선 혹은 그 이전의 나라! 인류가 동경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의 터전을 이룩한 만주벌판에서 요하문명이 일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외모에서부터 내면적 기질, 기호, 특기 등이 상반된 모습을 가진 북방계와 남방계였지만, 이 땅의 주인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상호 모순된 특징을 지닌 이 두 문화를 기운 흔적 하나 없이 완벽하게 융합해나갔다. 그들의 첫 마찰은 신앙이었을 것이다. 천신을 믿었던 북방 사람들과 지신을 모시던 남방 사람들이 만주 일대에서 만나 ‘천부지모신’이라는 거대한 내세관을 이룩하는 데까지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했으리라. 인류의 모든 신앙은 지신으로부터 천신에 이르는 범위 안에 모두 싸잡힌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 사람의 신앙은 전 인류의 신앙 스펙트럼 모두를 다 가진 민족으로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한국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이질적인 문화를 배타하지 않고 쉽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 섞음을 넘어 화학적 혼합으로 진화시키는 능력에 있어서 천재적이었다. 신화가 그랬고, 언어가 그랬고, 제도가 그랬고, 문화가 그랬다. 천신 중심의 제석본풀이와 지신 중심의 오구본풀이의 습합, 북방의 퉁구스어와 남방의 드라비다어의 공존, 유목민족의 육식중심 문화와 농경민족의 채식중심 문화의 융합(비빔밥), 침실과 거실의 하이브리드적 활용(구들방), 중용적 크기의 불상과 높지도 낮지도 않은 담장, 허황옥, 이용상, 김충선, 박연 등 수 많은 이민족들의 자연스러운 귀화 역사는 우리 민족이 얼마나 탄력적이고 포괄적인 세계관을 지닌 민족인지를 잘 증명해 준다.      


인류 궁극의 두 문화인 천신(북방, 유목, 남성중심) 문화와 지신(남방, 농경, 여성중심) 문화를 모두 가진 한국 사람들은 그래서 정체되지 않고 언제나 역동적이다. 태극기의 태극 문양 또한 이질적인 양과 음이 서로 맞서기보다는 자연스레 어울리는 형상을 현재 진행형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쉼 없이 운동하는 진자처럼, 한국인들은 하늘과 땅, 유목과 농경, 공격과 방어, 돌무덤과 흙무덤, 남자와 여자, 이동과 정착, 삶과 죽음 등의 양 끝단을 넘나들며 오늘도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중이다. 대장금을 넘어 싸이, 방탄소년단, 조수미, 임윤찬, 기생충과 미나리,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이제 한국문화는 온 인류의 문화 원천국이 되어 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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