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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아람 Jun 22. 2023

갓1

- 오 마이 갓 -

  내가 사는 남해에는 갓이라는 말이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말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갓이라는 말은 옛 양반들이 머리에 쓰고 다니던 갓이 아니요,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사는 그 갓도 아니다. 또 김치로 담그면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밥상 위의 그 갓도 아니고, 영어로 개(dog)를 뒤집어 쓰는 그 ‘오 마이 갓(god)’할 때 그 갓은 더더욱 아니다.


  갓은 내가 어릴 때부터 자주 다니던 갓이다.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들에 쇠꼴을 베러 다녔고, 갓에 나무를 하러 다녔다. 늑장을 부리다가 아버지의 불호령이라도 떨어질라치면 걸음아 나 살려라 달려가서 나무하던 곳이 갓이다. 그러니 갓은 우리 아버지가 무시로 내뱉던 말인 데다가, 집안에서 맨 먼저 갓을 장만하신 우리 할아버지가 한평생을 부려 쓰던 말이다.


  요즈음에는 웬만한 한국 사람도 뫼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대신 산이라는 한자말을 쓰면서 정작 그것이 중국에서 들여온 말이란 것조차 모른다. 토박이말 뫼는 한자말 산이 잡아먹은 지 오래다. 그나마 갓은 남도에서 사투리라는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보도시 목숨을 이어왔건만, 이마저도 이젠 산이라는 중국 한자말의 아가리 속으로 삼켜질 위기에 놓였다.


  갓은 과연 어떤 뜻을 지니고 있을까? 또 지니고 있었을까? 머리에 쓰는 갓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가시라나 경상도 토박이말에 남아 있는 가시나와는 무슨 인연이 있을까? 또 혹시 각시라는 말하고는?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는 떠오른 물음들 때문에 밤잠을 설쳐야 한다. 하여 잠을 제대로 자기 위해서라고 갓의 뿌리를 찾아 나섰다. 갓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살아왔으며 그 목숨의 뿌리는 어디에 두고 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갓이라는 말이 던지는 삶의 참뜻은 무엇일까? 애고, 답을 찾기나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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