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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Mar 21. 2021

배달말을 심은 사람

- 빗방울 선생이 국어심의회에 남긴 자취 2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에 남아있는 국어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선생이 국어심의회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4년 7월로 보인다. 2005년 4월 30일에는 국립국어원 세미나실에서 국립국어원과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공동주관으로 ‘국어기본법 시행령 잘 만들기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선생은 ‘교육을 생각하지 않고 시행령을 만들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교육부 등과의 부처 간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재들도 관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여 함께 자리한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으며, 이를 취재한 오마이 뉴스 김영조 기자가 기사로 쓰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1년 넉 달 동안 선생은 국어순화분과위원으로 일하다가 2005년에 국어순화분과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이는 11월 18일 국립국어원에서 열린 국어순화분과위원회의 회의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의록에는 심의 의결 사항 첫 꼭지에 ‘김수업 대구가톨릭대 전 총장을 분과위원장으로 선출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전까지 ‘전 대구가톨릭대 총장’이라 불리던 직함이 이때부터 국어순화분과위원장이라고 불리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 자료에 따르면 선생이 국어심의회에 몸을 담은 것은 2004년 7월로 되어있고, 국어심의회 위원의 임기가 2년이었기 때문에 선생은 2006년 6월 즈음에 1차 임기를 마치고, 2006년 7월 즈음에 심의위원으로 다시 위촉되었다. 그리고 그 해에 국어심의회 역사상 가장 중대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2006년 9월 27일 국어심의회 운영 이래 최초로 국어심의회 전체 위원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국어심의회는 그동안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운영되어 오다가 2005년 7월 국어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국어심의회 전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두게 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각 분과별 위원장만 선출하여 운영해 오던 터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좋게 고치고자 그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3개 분과 위원장이 모여 운영 방향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었다. 거기서 전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출하고 나서 향후 국어심의회의 운영 방향을 다시 이야기하자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9월 27일 당일 국립국어원 1층 세미나실에서 국어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전체 위원장 선출이 있었는데, 전체 위원장에는 국어순화분과 위원장이던 선생이 선출되고, 부위원장에는 홍윤표 당시 언어정책분과 위원장이 선출되었다. 이날부터 선생은 국어순화분과위원장과 국어심의회 위원장을 겸하게 된다.


국어심의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선생은 국어심의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선생은 각 분과대표단으로 구성된 분과 소위원회가 필요하며 분과별로 전문적인 사안의 검토를 위해서는 실무 소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국어심의회 전체 위원들은 분과별로 5명 이하로 분과 대표단을 두어 분과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열린 국어심의회는 국어심의회를 대표하는 전체 위원장을 처음으로 뽑았고, 국어심의회가 앞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하여 가진 첫 모임이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후 10월 27일 국립국어원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국어심의회 실무위원회에서는 소위원회라는 이름을 실무위원회로 바꾸어 운영하기로 하고,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실무위원회를 두기로 하였다.


이후 국어심의회는 마치 누워있던 풀이 비를 맞아 일어서듯 국립국어원 안팎에서 생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선생의 손과 발이 닿으면 일이 돌아가는 모습이 늘 이런 식이었다. 그 곳이 어디든 쓰러져 있던 풀들이 빗방울(선생의 딴이름)을 맞고 떼 지어 일어서듯 왁자지껄 활기를 띠며 되살아나는 것이다.


2007년 1월 16일 선생은 국어심의회 실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였다. 이 간담회에서는 올바른 언어생활을 유도하고 효과적인 언어 정책을 펴기 위해서 국어심의회의 위상이 높아져야 하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는 2006년 중반부터 실질적인 기능 강화를 목표로 개편 작업을 추진해 온 국어심의회가 2007년 구체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하여 힘찬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


또한 국립국어원이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국어심의회 위원장인 선생을 비롯하여 이상규 국립국어원장, 홍윤표 국어심의회 부위원장, 국어심의회 실무 위원회 위원들이 다수 참석하였다. 문화관광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운영되고 있는 국어심의회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 실무를 맡고 있는데, 이번 회의에는 특별히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몸소 참석하여 여러 위원들을 격려하였다는 것이 눈에 띈다.  <계속>       

* 김수업선생 1주기 추모사업회, 새벽을 열어 길이 된 사람 빗방울 김수업, 도서출판 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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