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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Apr 23. 2021

마고할미 이야기

1. 마고할미와 배달겨레 <옛이야기 속으로>

<부도지>는 ‘하늘 뜻을 세운 나라의 일을 적은 책’이다. 마고는 마고성의 임자이며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다. 마고성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사라진 하늘을 이어받았으며 이 땅 위에서 가장 높고 큰 성이다. 이 성에서 마고는 사라진 하늘과 다가올 하늘의 기운을 받아 궁희와 소희라는 두 딸을 낳았다. 이들 두 딸 또한 사라진 하늘과 다가올 하늘의 기운을 받아 저마다 두 하늘 아들과 두 하늘 딸을 낳았다. 그러니 마고는 오늘날 세상에 태어났으나 즐겁거나 성나거나 하는 감정이 없으므로 딸의 사람이 아니라 하늘의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날 온 세상에 흩어져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그로부터 말미암았기에 그는 땅에 사는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다.


유창균(문자에 숨겨진 민족의 연원, 집문당, 1999)에 따르면, <갑골문>에서 마고는 ‘무(巫)’로 표현되었다. 금문과 전서를 거쳐 한나라 글자로 굳어진 ‘무(巫)’가 본디 갑골문이었을 적에는 그 소리가 ‘마기’였다. 이것이 곧 오늘날의 ‘마고’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고는 갑골문에서 그려놓은 그대로 하늘과 땅을 춤추며 오르내리고 이어주는 사람, 곧 우리 겨레의 무교 사제인 무당을 뜻한다는 것이다.


<대명일통지>에 따르면, 한무제가 고조선을 무너뜨리고 사군을 설치한 뒤 동녘을 바라보며 산동 반도 창주에 와서 마고께 제사를 올렸다. 그래서 그곳을 ‘마고성’이라고 한다고 했다. 한무제 시절에는 아직 중국에는 마고선녀(서왕모의 딸이라는 중국의 전설) 이야기조차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것은 우리 겨레가 믿고 사는 마고할미의 힘을 무서워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마고할미를 굳게 믿는 우리 겨레의 신앙심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고할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옛이야기도 여럿 전해오고 있다.


가. 자연을 만드는 산신령 마고할미 이야기

나. 천신의 딸인 마고할미 이야기

다. 반야에게 버림받은 마고할미 이야기

라. 반야를 사모한 마야고 이야기

마. 법우화상의 아내를 자원한 마고할미 이야기

바. 나라 임금의 귀양을 받은 산신 마고할미 이야기


지리산 산신으로서 지리산에 붙어사는 푸나무와 짐승과 사람의 목숨을 가꾸고 지키며 다스리는 마고할미의 모습이 지리산의 자연을 창조하는 자취와 함께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다음 부처님의 힘에 눌려 다시 굴러 떨어졌다. 불제자 반야의 아내가 되고, 반야에게서 버림을 받고, 마고할미 산신이 아니라 마야부인이 되어서 반야에게 버림을 받고, 자청하여 법우화상의 아내가 되어서 팔도무당을 낳았다. 끝내 정치 세력으로부터도 귀양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불교가 뿌리를 내리면서 겨레의 전통과 신앙을 눌러 끌어안고 탈바꿈시키고 끝내는 유교이념의 정치 세력에게 귀양살이를 당하는 자취를 읽을 수 있다.


따라서 본래 노고단은 지리산이 주봉인 천왕봉에 있어야 한다. 지리산 산신이면서 지리산의 주인은 마고할미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의 노고단 위치는 옛이야기에 따르면 자기를 왕으로 인준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이성계의 앙갚음 때문에 정해진 것이다. 성스러운 믿음 속의 존재가 더럽기 그지없는 속세의 권력에 더렵혀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해 보광산신과 마고할미는 대척점에 있다. 그래서 남해사람들이 현실적이고 생활력이 강한 것인가? 마고는 아직까지 억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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