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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Aug 29. 2021

감청이 이야기

- 효도이야기<옛이야기 속으로>

옛날 옛적에 감청이가 살았어. 감청이는 땅신 할아버지 손자인데, 오대 독자라서 귀하고도 귀한 아들이었지. 감청이가 철이 들자 부모는 저 깊은 산중 절간에 공부를 보냈어. 요즈음으로 치면 유학인 셈인 게야. 그런데 감청이가 유학 떠난 지 삼년 만에 할아버지가 그만 큰 병에 걸렸어. 병이 들어 꼼짝달싹 하지를 못하고 꼭 죽게 되었단 말이야. 감청이 부모가 애가 타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수소문 끝에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지. 할아버지는 사상(四相-죽을 병)에 걸렸다 해. 머리 둘 달린 닭 머리뼈나 오대 독자 아이를 약으로 써야 는다는 거야. 감청이 아버지가 하도 기가 차서 집에 돌아와서도 감청이 어머니한테 는 말도 안 하고 며칠이 지나갔어.


하루는 감청이 어머니가 점치러 다녀와서는 왜 말이 없냐고 해. 감청이 아버지가 사실대로 말하니, 어머니가 대뜸 하는 말이 감청이를 데려다가 약으로 쓰자고 하네. 아버지가 깜짝 놀라며 어찌 그럴 수 있겠냐고 했어. 그래도 어머니는 아이는 또 낳으면 되지마는 어른은 한번 돌아가시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지 않느냐며, 고집을 부려. 그러고는 산중 절간에 감청이 데리러 간다고 훌쩍 집을 나섰어. 집을 떠나 감청이 데리러 간다고 나섰지마는 산중 절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있나? 길을 몰라 어디 즈음에 주저앉아 걱정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선녀 같은 처녀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듯이 내려와서는 사연을 물어. 그래 사연을 말했더니, 이곳 산중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곳임을 일러 주고는 길을 가리키면서, 그 절간은 하늘나라에 딸린 절이라는 거야. 가리킨 대로 찾아가니 과연 절이 나와.


절에 닿아서 찾아온 까닭을 말하니까 감청이를 가르치던 서인님이 감청이를 데리고 나왔어. 어머니는 서인님, 그러니까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감청이 손목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 왔어. 돌아와서는 감청이 보고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옷도 못 빨고 몸도 못 씻었으니,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자면서 아이를 벗겨서는 슬슬 끓는 약탕관 안에 쏙 집어넣었어. 그 약을 삼일 동안 달이고 달여서 정성껏 짜서 먹이니 할아버지 병이 하루아침에 싹 나았지. 신통도 하지. 그런데 할아버지가 병이 아서는, 그동안 손자 놈 문안도 한번 안 시켰다고 막 화를 내시면서, 당장 데려 오라고 하네. 감청이 부모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썩일 뿐 다른 방도가 없어. 하나뿐인 아들놈을 부모 살린다고 삶아 버렸는데, 어디 가서 자식 놈을 데려 오냐 말이야. 그래 두 내외가 며칠 속만 썩이다가 그만 둘 다 눈이 영 멀어버렸어. 그렇게 몇 해 몇 달을 살았지.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방문 밖에서 “어머니, 아버지, 감청이가 왔습니다.” 하는 소리가 나. 감청이 부모가 눈을 잃고 더듬거리며 살다가, 감청이 왔다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겠어. 얼마나 반가웠겠어. “어디 보자 내 애기야! 어찌 네가 살았단 말이냐?”하고는 손도 잡아 보고, 볼도 비벼 보고, 보듬어도 보면서 우니, 그만 두 사람 눈이 번쩍 뜨였어.


그제야 감청이가 자초지종을 얘기하네. 아버지 어머니 효심에 옥황상제께서 감동하사, 제 대신 동삼 한 뿌리를 내리셨답니다. 서인님이 명을 받들어 동삼을 감청이처럼 꾸며 입히니, 영락없는 감청인지라 어머니도 깜빡 속았다는 거였어. 그동안 감청이도 공부가 깊어져 방안에 앉아서도 집에서 벌어진 일을 죄다 알게 되었대. 그래 서인님께 말미를 얻어 집에 들리러 왔다는 거야.


감청이 부모가 그제야 감청이를 데리고 할아버지께 가서 인사드리고 전후 사정을 모두 아뢰었어. 할아버지가 자식 부부의 효심에 감동하여 글을 지어 나라님께 아뢰었더니, 나라님이 효자, 효부문을 함께 내려 주셨다고 해. 참 요즈음 세상에는 듣기 힘든 이야기지.


* 원전: [임석재, 『안택굿 무가』, 「중요무형문화재지정자료-관북무가」문화재관리국,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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