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민 Aug 27. 2021

손순이 이야기

- 효도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옛날 옛적에 삼국시대 신라 경주에 손순이라는 사람이 살았어. 산에 가 나무해서 저자에 내다 판 것으로 먹고사는 형편이었지. 끼니 거르기가 예사였는데 손순이는 얼마나 효자인지 자나깨나 늙으신 어머니 모시기에 정성이 지극했어. 이 사람이 늦게서야 겨우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가뜩이나 먹을 거 모자란 형편에, 요 어린 아들놈이 언제나 말썽이야. 요놈이 제 할미 입에 들어갈 음식을 모조리 받아먹는 바람에 어머니가 영 굶는 날이 늘어가는 거야. 뭐 그래도 할미는 할미지. 나이 많아 가지고 외아들이 낳은 손주놈인데 얼마나 귀여웠겠어. 금지옥엽이지. 손주놈은 할미가 주면 주는 대로, 먹이면 먹이는 대로, 죽이든 밥이든 떡이든 고기든 납작납작 잘도 받아먹는 거야. 노인네야 그게 사는 재미였지만, 손순이는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던 게지.


하루는 부엌에서 아내에게 마음을 털어놨지. 손순이 아내는 자기도 오래 전부터 그게 큰 걱정이었다면서 이참에 아들놈을 땅에 묻어버리자고 해. 아이 놈은 또 낳으면 되지마는 어머니는 한 번 돌아가시면 다시는 못 돌아오지 않느냐 하면서 두 내외가 마음을 맞춘 게야. 그래 둘이 마음을 맞추고는 그날 저녁에 일을 치르기로 했어. 밤이 들자 아내가 아들을 업고, 손순이는 괭이를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갔어. 등에 업힌 놈이 자꾸 어디 가느냐고 투정이야. 제 어미가 좋은 데 놀러가자 좋은 데 놀러가자 어찌 어찌 잘 꾀면서 잘 갔어. 깊은 산속에 이르자 아내는 애를 업고 서 있고, 손순이는 땅을 푹푹 팠지. 거기에다 묻으려고 말이야. 그런데 괭이 끝이 어딘가에 부딪히는 순간 난데없이 무슨 소리가 ‘’하고 나는 거야. 그래, 그 아내가 무슨 소리가 난다면서 살살 파 보라고 했어. 살살 파 보는데 괭이질을 잘못 하면 소리가 ‘’하고 그래. 참 이상하다 여기면서 좀더 파 보니, 무엇이 둥그런 게 나와. 손순이가 하도 이상하게 여기고 있는데, 아내가 하는 말이 우리가 이 놈을 묻으려고 하니 서낭님이 아시고 이놈 못 묻도록 하는 거 같다고 해. 그래 아내는 다시 아이를 업고, 손순이는 이제 그 둥그런 것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어. 집에 와서는 뒤안 모퉁이에다가 갖다 두었지.


그 둥그런 것은 종처럼 생기기도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그걸 보고 이런저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어. 옛날에는 이 집에 없던 거라는 둥, 담장에 쓰려고 해도 맞지 않겠다는 둥, 이상하게도 생겼다는 둥 하는 말들이 퍼지면서 끝내는 온 경주에 소문이 다 퍼지게 되었어. 소문이 마침 임금님 귀에까지 들리게 어. 신하 한 사람이 아뢰니, 임금이 명을 내려 당장 무슨 물건인지 알아 라 했어. 조회 후에 신하들 몇이 가보니 손순이 없어 그 돌종만 보고 왔는데, 과연 쳐 보니 요상한 소리가 났어. 돌종에서 나는 소리는 같은 거야. 임금에게 다시 아뢰었지. 다음날 일찍 명을 받들어 다시 손순이를 데리러 갔어. 손순이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자기는 죄가 없다고 항변하였지만, 임금 명으로 온 사람들이니 안 붙들릴 수가 있나? 결국 임금 앞에서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죽 아뢸 수밖에 없었지.


“그래, 그대가 참 효자로다. 하늘도 감동하신 게로구나.”


그래 임금께서 신하들하고 의논한 끝에, 그 돌종을 나라에 들여가고 대신 상으로 나라에서 논을 백 마지기나 내려 주었어. 또 좋은 집을 사서 손순이 식구가 평생토록 잘 지내게 해주고, 농사도 지으며 살도록 해주었지. 손순이는 그거 땅마지기를 남이 부치게해서 수곡 받으면서 잘 살았지. 그러니 자기는 참 귀하게 받드는 어머니에게 무슨 고기든지 얼마든지 사다 드리면서 넉넉하게 자알 살았다지.

* 원전: [효자 손순, 가조면, 최정여외 조사, 박대제 구연, 한국비문학대계 8집5책]

작가의 이전글 나라 구한 늙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