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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Sep 01. 2021

구성개 바위 이야기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남해의 영산, 금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삼동면 내산마을의 깊은 계곡에서부터 유유히 흘러 삼화천을 지나 봉화마을에 이르고 강진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곳 봉화마을 돌곡(石村)이라 일컬어지는 골에 산을 향하여 앉아 있는 개(犬)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있다.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개, 개구리, 두꺼비 형상을 하고 있는 이 바위를 구성개 바위(句聲岩)라고 부른다.

  그리고 구성개 바위의 150미터 전방 산등성이에 검은색 바위가 10여 층으로 포개어져 면적 100여 평으로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층층으로 어우러져 있는 바위 덩어리는 천석암이라 불리어지고 있다. 천석암은 쌀 천석을 쌓아두는 창고이고 구성개 바위는 이 창고를 지키고 있는 지킴개(沓犬)이다.

  신비가 감돈다는 이 돌곡은 구성개 바위, 천석암 이외에 ‘메일바위, 메구바위, 두꺼비바위, 개구리바위, 부정(夫井)굴, 접삽굴, 길굴, 말바위(馬岩)’ 등의 기암괴석이 즐비해 있고 또한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옛날 신선이 살던 곳이라 전하고 있다. 이곳이 금산의 기점으로 사방의 형상이 남쪽 송태산에서 줄을 타고 동쪽 타지산에서 북을 치고 북쪽 기두암에서 기생이 단장하여 장삼을 입고 서쪽 무등에서 춤을 추고 노는 형국이다.


  구성개 바위와 천석암에 얽힌 전설은 조선시대 왜구의 잦은 침입으로 이 고을이 수차례에 걸쳐 양곡을 약탈당해 근심하던 중 하루는 꿈속에 돌곡의 신선이 나타나 지금의 천석암에 양곡을 숨기라 일러 주었다. 해마다 농사지어 거둬들여 숨겨 놓은 양곡이 천석에 이르렀다.

  어느 날 김부자는 왜구에 당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고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항거해야 한다고 고을 주민들을 일깨웠다. 젊은 장정들을 모아 비축된 양곡으로 무기를 제작하고  장정들의 식량으로 사용하여 왜구에 대항하는 힘을 기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러던 중 김부자는 크게 다쳐 병석에 눕고 말았다.

  6개월 동안 병석에 누워 시름하던 김부자는 세상을 떠나기 전 부인 정씨에게 천석을 잘 지켜 이후 왜구의 침입에 대항하는 데 쓰라고 유언한 후 세상과 하직하였다. 부인 정씨는 김부자의 유언을 받들어 밤낮으로 천석을 돌보는 데 각고의 힘을 쏟았으나 세월이 흘러 부인 정씨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을 떠난 부인 정씨의 혼이 바위가 되어 계속 천석을 지키는 개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이 바위를 구성개 바위라 불렀다. 사람들은 구성개 바위를 지날 때마다 고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겼고 구성개 바위에 열 번 절하면 재물을 탐하는 마음을 버리고 참된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전해지고 있다.

                                                                                                - 남해군지, 제4편 민속.종교, 삼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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