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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May 18. 2021

거창 설화의 짜임과 속살1

거창군의 옛 이야기 4 <옛이야기 속으로>

거창군은 험준한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봉우리·고개·거수(巨樹)·호식(虎食) 등 자연환경과 관련된 전설·민담이 많으며, 영남 우도의 학풍과 관련된 인물전설과 야사가 많이 전승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진한과 변한, 신라와 가야, 신라와 백제, 신라와 후백제 사이에 위치해 지리상 군사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에도 명나라 군사의 주둔지였으며 의병의 본거지가 되었기 때문에, 산성이 많이 축조되어 이와 관련된 축성설화가 다소 전승되고 있다.


웅양면 한기리의 하성에 얽힌 전설은 전형적인 오누이힘내기전설 유형에 속한다. 옛날 힘센 남매가 있어 오빠는 성을 쌓고 누이는 치마에 돌을 담아 날랐는데, 오빠로부터 성이 완공되었다는 말을 듣고 누이가 도중에 돌을 부어버린 곳이 성 밑의 돌너들이라 전한다. 누이가 치마에 돌을 가득 담아가지고 올 때 돌이 양쪽 귀로 흘러내려 이루어졌다는 돌더미도 있다. 이로써 이 성을 일명 여성(女城) 혹은 치마성이라고 한다. 명당설화에 해당되는 음석(陰石)바위 전설도 있다. 거창읍 양평리는 원래 이 음석의 덕으로 운세가 트이다가 동세가 기울자 음석을 없애고 마을 이름을 양평으로 바꾸었다고 전한다.


인물설화로는 산청군 설화에도 등장하는 명의 유이태(劉以泰)에 관한 것이 몇 가지 있으며, 그가 침대롱을 놓아두었다는 침대롱바위가 위천면 사마리에 있다. 또한, 한말의 거유 곽종석과 고려말 장수로 전하는 유형귀(劉亨貴)에 관한 전설이 야사화 되어 구전된다. 호식설화는 주로 효자·열부와 관계된 것들로서, 가북면 우혜리의 주인을 지킨 소 이야기, 효녀 월랑과 열녀 권씨가 호랑이를 퇴치한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거창의 전설』과 『거창의 민담』, 『경남전설을 찾아서』에 수록된 작품 311편은 229편의 전설과 82편의 민담으로 분류된다. 전설은 다시 195편의 자연전설과 34편의 인문전설로 나뉘고, 자연전설은 다시 161편의 육지관련 전설과 34편의 하해관련 전설로 나뉘며, 인문전설은 18편의 인물ㆍ행적 전설과 16편의 유물ㆍ유적 전설로 나뉜다. 또 82편의 민담은 59편의 본격담, 1편의 동물담, 22편의 해학담으로 분류되고, 본격담은 다시 32편의 현실담과 27편의 공상담으로 분류되며, 해학담은 3편의 과장담, 3편의 모방담, 2편의 치우담, 14편의 사기담(지혜담)으로 분류된다.


거창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민담 전승 비율이 높은 편이다. 311편의 설화를 기준으로 볼 때 민담이 82편이어서 26.36%에 달한다. 이는 남해 5%, 하동 5.43%, 합천 3.96%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이며, 함양 23.28%보다도 많다. 거창의 민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발복설화’이다. 이 설화는 다시 ‘내복설화’와 ‘복진며느리 설화’로 나뉘는데, ‘내복설화’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가는 이야기이고, ‘복진며느리 설화’는 신분이 낮은 집안의 딸이 신분이 높은 집 며느리 되었다가 남편에게 쫓겨나서 숯구이를 만나 살다가 본 남편을 거두어 준다는 이야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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