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민 May 17. 2021

웃도리 어멈과 소금장수

- 거창군의 옛이야기 3 <옛이야기 속으로>

옛날 소금장수가 지게에 소금을 지고 이 골짝, 저 골짝을 팔러 데니는데, 그 골짝이 및 골짜긴가 하만 아흔 아홉 골째기라. 그런께 이 소금장수는 이 아흔아홉 골째기 초에 큰 둥구낭기 하나 있는데, 그 둥구낭게 와서 쉬면서,


“신령님, 이 골째기를 나를 빌려 주이소.” 카민서 빌었더란 말이라. 그렇게 빌기를 십년 가찹게 했는데도 아무런 호험이 없어.


그런데 그 골짝 아랫동네에 혼자 사는 여자가 있는데, 이 여자가 무다이 배가 불러오디 열 달이 지나서 아를 놔서 본께 아랫도리가 없어. 웃도리만 있고 아랫도리가 없거든. 안 그래도 서방없이 아를 베 노으이께네 동네에서 말이 많더란 말이여. 머, 아무리 혼자서 아를 벴다 케도 누가 믿어 주나? 안 믿어주지. 그래서 쇡이 상할대로 상해 있는데, 아라고 놓은 기 웃도리만 있는 기라. 이래저래 쇡이 상해 놓으이께네 아를 시렁우에 얹어 놨는데, 샘일이 지나고 난께 아가 어데로 갔는지 온데 간데 없더란 말이라. 싸움하러 갈 때 씨는 칼도 없고, 싸래때기 빗자리도 어데로 갔는지 비지도 않고 그렇더란 말이라.


그러구로 시월이 흘러서 이 아가 한 열 살이나 묵었을까 그래 됐는데, 이 소금 장수가 소금을 팔러 데니다가 날이 저물어서 해필이면 이 여자집에 가서 자게 되었더란 말이라.


“여 소금 팔로 데니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아무데나 하루 저녁 자고 갑시다. 정지도 좋고 마룻간도 좋으니 하루 저녁 신세 좀 집시다.”


“아, 이리 들오시소. 그 지게는 저쪽 아래쪽에 비 안 맞구로 갖다 세와 놓고 이리 오시소.”


그런께 소금장수가 지게를 공가 놓고 방으로 드간께 막, 뜨신 저녁을 해 조서 맛있게 먹었거든. 묵고나서 이런 저런 이박을 하다보이께네 고마, 맴이 맞아서 같은 이부자리 소겡서 잠을 잤더란 말이라. 그래서 소금장수는 이 지나갈 때가 되만 이 여자한테 와서 자고 가는 기라. 그런데 어느 날 소금장수가 이 동네를 오니께 마을 여자들이 모를 싱구고 있다가, “웃돌네, 웃돌네.” 카더란 말이라. 핑소에 소금장수가 둥구낭게 ‘이 골짝을 나를 주시오.“ 카고 빌만 둥구낭구 신이,


“야, 이노무 자석아. 이 골짝은 웃돌이한테 이미 정해 놨는데, 니가 무신 소용이 있노? 너는 필요 없다.”


카더란 말이라. 그런게 소금장수가, 윗도리가 어떤 놈이고 어데 있는 놈인지 알아야겠는데, 도통 알 수가 없더란 말이라. 그런데 오늘 모싱구는 여자들이 ‘웃돌네, 웃돌네.“ 카거든. 그래 보이 내나 저캉 같이 잔 그 여자란 말이라. 그래서 집으로 와서 그날 지녁에 자민서 물었어.


“아, 니를 보고 와? 웃돌네라 카노?”


“아, 내가 서방도 없이 혼자 사는데, 무시로 배가 불러오디 열달이 지나서 아를 나아놓은께 아랫도리는 어디로 간 지 없고 웃도리만 있어서 그걸 시렁 우에 올라놨더니 샘일 만에 어디고 간 지 없어져 뿌맀고.” 카더란 말이라.


그래 그 소리를 듣고 그날부터 소금장수가 장사는 그만 두고 아흔아홉 골째기를 디지민서 웃도리를 찾는 기라. 그래 아흔 여덟 골째기를 다 디지고 이자, 마지막 남은 골째기 그걸 디지는데, 마지막 골째기에 큰 방구가 하나 있는데 그 방구를 소금장수 들찼거든. 그런께 방구가 떡 벌어지는데 보니께 웃도리는 대장이라. 마, 그 안에 수천명의 군사가 있는데, 칼하고 활을 들고 모다 말을 타고 있는데, 째끔만 더 있었시만 되는데, 소금장수가 방구를 들차서 빛이 드가는 바람에 고마 말캉 죽어 삐맀어. 그렁께 천지개벽을 웃도리가 할라 캤는데 고마, 몬하고 말았는 기라.(거창군 남상면) 


출처 : 박종섭, 거창민담, (사)향토민속보존협의회, 2012, 23~25쪽.                                              






















작가의 이전글 느티나무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