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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May 16. 2021

느티나무 이야기

- 거창군의 옛이야기 2 <옛이야기 속으로>

거창읍 사동마을의 입구에 큰 나무가 있는데 수령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몇 백 년이 된 것이다. 이 느티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에 이 느티나무 속에는 큰 구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동네에서는 이 구렁이에게 해마다 처녀와 총각 한 쌍을 바쳐 제사를 지냈다. 만약 처녀 총각을 바치지 않으면 동네에 재앙이 들어 흉년이 들거나 아니면 홍수가 나고, 때로는 질병이 돌기도 했다.


그래서 해마다 제사 때가 되면 동네 처녀 총각들은 물론이고 처녀 총각이 있는 부모들의 근심이 대단했다. 때문에 나이가 들기 전에 처녀 총각을 혼인시켜버리는 조혼이 성행했다.


어느 해인가 다시 제사를 지낼 때가 되어 동네에서는 제물로 바칠 처녀 총각을 선정하느라 야단법석이 났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염이 하얀 백발노인이 이 동네를 지나가다가 동네사람들이 근심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까닭을 물었다. 동네 사람들은 백발노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백발노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구렁이가 살고 있는 나무구멍에 초승달이 뜨는 날 큰 말뚝 세 개를 박아놓고 동네사람들이 자갈을 한 개씩 던지면 그 구렁이는 죽어 없어질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동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그러자 동네 어른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 동네 처녀 총각이 해마다 한 쌍씩 제물이 된다면 언젠가는 우리 동네가 폐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노인의 말대로 해 봅시다. 그 노인은 인간이 아니라 우리 동네를 살리기 위해 내려온 신령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는 동네사람들을 설득하니 마침내 모두 그 어른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동네사람들은 백발노인이 일러준 대로 나무구멍에 말뚝을 세 개 박고, 자갈을 한 개씩 던졌다.


그러자 갑자기 나무가 용솟음치듯이 흔들리고 큰 구렁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삼일 밤낮으로 진동하더니 마침내 큰 구렁이가 나와 죽어버렸다. 그 후 이 동네에서는 처녀와 총각을 제물로 바치는 악습이 없어졌다고 하며, 지금도 나무 밑 둥지에는 크지는 않지만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그 구멍에 돌을 던진다고 한다. (거창군 거창읍)


출처 : 경남농협, [97경남방문의해]경남전설을 찾아서,향토자료출판사,1997. 57~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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