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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un 05. 2021

셋째 딸 복으로 산 이야기

- 산청군의 옛이야기 3 <옛이야기 속으로>

옛날에 한 사람이 딸이 서인디예, 그래 그 딸들을 참, 아바이가 큰딸로 불러 놓고는, “너는 누 덕으로 묵노?” 한께, “아부지 덕으로 묵는다.” 쿠거든. 둘째딸로 불러가꼬 또, “너는 누 덕으로 묵노?” 한께, “나도 아부지 덕으로 묵는다.” 쿠거든요. 그래, 셋째딸을 불러가꼬. “너는 누 덕으로 묵네?” 한께, “사람이 태이나믄 지킴이 지 덕으로 묵지요. 아부지 덕이 어딨노? 나는 내 덕으로 묵는다.” 이래 되거든요. 그랑께네, 이 영감이 고마 쾌심는기라 마음이. 그래 가꼬 저 부잣집에 가 가고, 옛날에 부잣집에 거러지를 많이 왔다 아이요.


그래, 부잣집에 와, “야, 이 사람아 자네 집에 문디나 뭐 눈배이나 거러지나 아무 기라도 오거든 낼 아침에 내한테 소리 하나 하게.” 이러쿠는기라. 그래 참 가만히 있응께네. 아이, 대문이 쯔그등 찌그등 했사요. 그래 나가본께 참 눈배이가 대문을 이래 흔들고 있는기라. 누서 이래 대이는 사람. 아무대로, “저 우리 대문 밖에 눈베이가 한 사람 왔는데 우짜꼬예?” “아, 그렇나 내사 보내게.”이랬는기라. 그래서 참 왔는기라. 


“아무거사.” 이렇쿠거든. “예” “저 눈베이 따라갈랐나? 너는, 너는 니 덕으로 문께 눈베이 따라가라.” “아부지 가라카믄 가지요.” 뭐, 착 나서거든요. 그래 몇 발 걸어가디, “아이그, 내 아부지 사난 신 많이 신었다.” 히딱 벗어 내삐는기라. 긍께 “아무것아 신발 하나 신고 가라.” “나 아버지 사 난 신 많이 신었어. 인자 고마 신을라요.” 그라고 눈베이 둥굴둥굴 가는데 저거 딸이 따라 간께 기도 안차거든요. 


그렁께네. 그래, 저거 아버지가 차라보고 “아이 눈베이 이 사람아 성이 뭐이고?”이랑께, “성은 지백입니다.” 그래 그렇쿠는기라. 건방지기, 그래서 (조사자: 제, 제백이?) 예, 제백이, 고마 함, 지 이름이 나옹께 그렇지. “그라만 자네 이사람아, 살기는 어데 사네?” 이렁께, “높은 산 밑에 평지마을에 삽니다.” 또 어긋나거든. 그래서 그래, “자네 그럼 이름은 뭐인고?” “이름은 질바닥 헌신짝 떨어진 겁니다.” 그 영감이 아무리 기억을 해도 몰라. 그래서 아들보고, “안 되것다 저 따라 가봐라.” 


긍께 한모래이 넘어가고 두모래이 넘어가고, 넘어가드만은 고마 벌떡 일라 서는기라요. 벌떡 일라 서더마는 고마, 참, 꼬마아아들 말문제 아니라요. 고마마, 참 새별에 양복을 착 빼입고, 차마 뻔득뻔득한 말입니더, 옛날에 통양 갓이라 안캅디가. 그 통양 갓을 씌고 고마 마, 기야 작대이를 짚고 고마 고마 처녀옷도 모마 딱 해서 놨돘서. 싹 입히가꼬 고마 나서는기라요. 그렁께 고마, 처남이 뛰가서 꼬가 붙잡은기라.


‘세상 이런 사람이 이래 될가보냐?’고 이래산께, 그래 엄동설한인데, 그래 거 참 처남하고 데꼬 가디, 한군데 간께네, 한고개를 넘어간께네 참 원두막이 있는데, 그 밭에 고마 외가 고마 마 노랗는기라요. 엄동설한에. 그렁께, 그 원두막에 처남을 데꼬 올라가가고 외, 매로 외, 수박을 잔뜩 따 미고 옛날에 얄궂이 걸뱅이 망태 안있소? 망태다가 한 망태 따가주고, ‘이거 아부지 갖다 드리라.’이렁께, 그래 이 사람이 따라 갈라쿠거든요. ‘우리 따라올 필요없다. 이거 아부지 갖다드리라.’ 이렁께 이 사람이 고마 하늘 선녀라예. 고마 하늘로 스르르 올라갔삐스요.


그 처남 보내놓고는, 저거 아부지가 인자 밭을 한번 가구접는기라요. 이기 우째가 있는고 싶어서 가고 즙는데, 이 사우라 카는 사람은 하늘 선녀가 되가 있어도 싹 다 알고 있는기요. 저 영감이 언제쯤 오것다. 그래 갖고 인자, ‘아, 오늘 영갬이 오늘 오나?’ 고마 높은 산 밑에 평지 마을에 내리 왔어요. 내리와가지고 마 참 좋은 와개, 청개와집을 지놓고 거게서, 그래 놓고 질도 고마 환하이 해놓고, 이래 놓고 있는기라요. 그래 영갬이 올라온께네 참 자잔한 아아들이 놀고 있는기라, 그래, “아무것아, 여 이름이 재벡이고, 뭐, 제백이고 뭐, 성은 질바닥 헌신짝 떨어진기고, 살기는 높은 산 밑에 평지마을에 살고 오데고?” 이러쿤께, “저리 가이소.” 이러쿠거든. ‘저리 가이소.’이런다 아이, 또 저리간께 조만치 간께네, 아이 노인들이 짜다 앉아 장기를 두거든요. 그래 또 그리 물었답니다. 물은께네 그래 참, ‘저우 저기요.’ 이렇쿠거든. 치다본께네 참, 청기와집을 너무 잘짔으요. 그래갖고, 그 참 그게 들어간께네, 참 옛날에 어른들 말 문제 아이라, 마판에는 당나무가 와글와글 했고예, 막 어데는 내비적니 와글와글 햇고, 뭐 사우가 머머, 거석겉이 이래가 있고, 딸도 뭐 어리어리하고예. 외쇤자가 몇 나고 이렇거든요. 그래 그 들어가가고 있응께네, 이 영감이 저 사우가 몇일 자꾸 있으라 카는 기라요. ‘고마 여 있시소’ 그래, ‘아구 내 집에 가구즙다. 가구즙다.’ 이래싸거든.


그래 저 높은 산에 데꼬 가서 동네를 내리다 비는기라요. “저게가 처갓집 동넨데 뭐, 수파가 들어서 저 쑥대밭이 됐소. 그렁께 뭐하러 가끼요.” 이래 됐으요. 그래서, 그렇게도 꼭 가지말라 케서 꼭 갈라 카는기라. 그래서 고마 영감은 보냈삐고 저거는 싹 올랐갔삤으요. 하늘로 싹 올라갔삐리고. 그래 가고, 아이고, 집에 온께 이야지 아무것도 없거든예. 그래서 다시 갈라쿤께네 아이, 요쯤에 아들이 있던데 싶어서 가도 전신에 칡넝쿨 맹가디 얽히었고예, 또 저쪽에 간께 노인들이 있든데 싶어서, 그 가도 칡넝쿨이 얽히어서 질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졌삤답니다.(산청군 신안면)


출처 : 박종섭, 산청구비문학①, (사)향토민속보존협의회, 2012, 588~5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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