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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ul 25. 2021

문재한 이야기

- 합천군의 옛이야기 3 <옛이야기 속으로>

세월은 흘러 문재한은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임금이 거처하는 구중궁궐로 올라갔다. 둔갑장신술로 몸을 숨기고 임금에게 “왕은 내 말을 들어라.”하고 고함을 지르니까 왕이 깜짝 놀라 사방을 휘둘러 봐도 사람은 없고 말소리만 쨍쨍 울리었다.


왕이 엉겁결에 “예”하고 대답하니 “삼 일 안에 금 기둥 한 개씩을 만들어 왕실 뒤뜰에 갖다 놓지 않으면 네 목숨을 보존키 어려울 것이니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왕이 대관절 누구시며 금 기둥은 무얼 하시려는지 반문하니 “잔말 말고 그대는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면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왕은 걱정이 되어 대신들을 모아 의논을 하였으나 뽀죽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럭저럭 삼 일이 지나자 과연 또 처음과 같이 허공에서 호통을 치는데 대신들도 다 들었다. 하는 수없이 금 기둥을 만들어 왕실 뒤뜰에 갖다 놓고 파수꾼을 시켜 지키라고 하였더니 해가 질 무렵 어둠살이 드는 어느 날 금 기둥이 하늘로 두둥 떠서 올라가더니 남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런 일이 수차례 계속되자 조정에서는 큰 낭패가 났다. 임금은 전국에 방을 붙여 이 둔갑장신의 도둑을 잡는 자에게는 천금의 상을 내리고 후히 대접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염이 허옇게 쉰 노승 한 분이 찾아와서 그놈은 분명 경상우도 삼가현에 사는 문재한이란 자인데 둔갑장신술을 써 임금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노승은 임금에게 장정 백 명만 지원해 주면 문재한을 잡아 대령하겠다고 하니 왕은 즉시 젊은 장정 백 명을 이 노승에게 붙여 주었다.


이 노승은 장정 백 명을 데리고 경상우도 삼기현 오동골까지 직접 찾아와 문재한의 집을 포위했다. 문재한은 사태의 위급함을 알고 새로 둔갑하여 날아가 용주면 황계폭포 골짜기에 소나무로 변장하여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옷고름을 감출 수 없어 그만 노승과 장정들에게 잡혀 꽁꽁 묶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양으로 압송된 문재한은 역적으로 목 베이고 금 기둥은 황계폭포 위쪽 울산발치 ‘막소’라는 명주실 세 타래를 풀어도 끝이 없다는 물이 깊고 빙빙 도는 곳에 처넣어 둔 것을 조정에서 찾아내어 가져갔다고 한다. 문재한이 살았던 생가터는 역적이 태어난 곳이라고 못을 파버렸다. 


지금도 동네 앞에 문재한 살았던 집터인 연못이 있고, 못 가운데는 팔각정도 있다. 여름이면 연꽃이 문재한의 영혼인 양 피어난다고 한다.(합천군 대병면)


출처 : 박환태, 합천의 전설과 설화, 합천문화원, 2008, 368~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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